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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론
본고에서 다루고자 하는 핵심 질문은 석유 의존형 경제를 지닌 개도국인 이란에서 무역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SEG, Sustainable Economic Growth)이 어떠한 관계에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오늘날 주류 문헌에 따르면 경제성장의 동력을 제공하는 주요 요소로는 정부 지출, 기술 혁신, 인적 자본, 무역을 들 수 있는데, 이들 요소가 실제로 경제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은 각기 다르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는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첫째, 무역이 SEG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은 무엇인가? 둘째, SEG를 효과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정책결정자들이 수립해야 하는 정책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가? 이와 더불어 수출주도형 경제를 구축한 국가 중 다수가 이미 양질의 일자리, 경제성장, 빈곤 퇴치라는 최소 세 가지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Sustainable Development Goal) 지표 개선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무역 규모 확대는 SEG뿐만 아니라 SDG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측면도 생각해 볼 수 있다1).
국제 무역은 국내 무역과 경제적 동기 면에서는 유사하나 경제 위기 발생시 SEG를 보장하는 기능이 더욱 두드러지기도 하고, 특히 수출주도형 국가의 경우 상대적으로 해외로부터 더욱 많은 자본과 기술을 유치함으로써 경제적 특화, 자원 분배 효율성 향상, 생산성 제고를 바탕으로 SEG를 더욱 수월하게 달성할 수 있게 된다. 또한, 무역액과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커질수록 세입도 증가하여 제조업 중간재 수입, 비교우위 강화, 규모의 경제 실현, 기술적 발전 도모 등 많은 과정이 보다 용이해지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2). 프랑켈(Frankel)과 로머(Romer)3)에 따르면 무역 증대는 선진국과 개도국 모두에서 비교우위 강화라는 결과를 불러와 경제성장을 가속화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다4). 다만, 세계 경제에 대한 경험적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개도국 각각이 지닌 고유한 특성에 따라 무역의 구체적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증거도 상당수 발견할 수 있다5). 일례로 무역이 이란의 SEG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문헌에서는 수입 부문이 제조업·광물업·농업 분야 부가가치 창출 증대로 이어져 오히려 수출 부문보다 더욱 큰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확인되기도 한다6).
그렇다면 이란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중요성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본고는 1979~2020년의 연도별 실질 GDP, 수출액, 수입액 자료를 취합해 시계열 통계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대외 무역과 SEG 사이의 장기 및 단기균형(equilibrium)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여기에 더해 본고는 인과성 분석을 추가로 수행해 양 변수 간 인과관계의 방향성과 수준을 함께 살펴보기로 한다. 이 같은 분석은 경제학을 연구하는 학자뿐만 아니라 정책결정자에게 있어서도 이란이 보유한 핵심 산업을 수출주도형 제조업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정보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본고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먼저 2절에서는 이란의 무역 현황을 살펴보고, 이어지는 3절에서는 무역과 SEG 사이의 관계를 연구한 기존 문헌을 간략히 소개한다. 4절에서는 필자가 선택한 통계 모형과 분석 결과를 기술하고, 마지막 5절에서는 결론과 정책 제언을 논의하기로 한다.
2. 이란의 역사적 무역 동향
<그림 1>은 1979년부터 2020년까지 국제통화기금(IMF)의 무역향방통계(DoTS,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가 집계한 이란의 국제무역수지를 나타낸다. 해당 그림을 통해 우리는 시기별 등락을 보이는 이란의 무역수지를 크게 두 시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중 제1기는 이란-이라크 전쟁이 일어났던 1980년부터 1988년까지이고, 그 다음부터 시작되는 제2기는 전후 산업 역량 신장과 체질 개선을 통해 석유 의존형 경제에서 탈피해 제조업 경제로 진입하고자 하는 목적에서 여섯 차례의 경제개발계획이 시행된 시기이다. 다만, 무역의 증가는 한편으로 위험성 분산과 안정성 강화 효과를 통해 많은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적 충격에 대한 국가 경제의 취약성을 늘리는 부작용도 함께 초래하는데, 이란의 경우 특히 석유 판매 수익의 등락이나 미국의 제재가 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 오는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이에 따라 이란에서는 수출 분야에서 80% 이상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 판매 수익의 급감이 무역수지 악화 및 경제성장 둔화로 이어지는 경향이 관찰된 만큼 이란의 경제가 석유라는 단일 품목에 좌우되지 않도록 하는 SEG의 달성을 위해서는 견실한 무역 정책의 수립이 필수적이라고 하겠다.
<그림 1> 이란의 무역 지표 동향 단위: 100만 달러
* 자료: DoT Statistics
3. 무역과 SEG 간 관계에 대한 기존 문헌
무역이 경제성장에 주는 영향에 관해 등장한 첫 이론은 중상주의(Mercantilism)로, 해당 이론에서는 무역수지 흑자를 통한 국부 축적이 경제성장과 번영으로 직결된다고 보았다. 다만, 중상주의 이후에 등장한 보다 현대적인 이론은 두 개의 상이한 학파로 분리된다. 먼저 무역을 이른바 경제성장의 엔진으로 여기는 친(親)무역 이론은 애덤 스미스(Adam Smith)의 절대우위론, 데이비드 리카도(David Ricardo)의 상대우위론 등을 거치며 발전했고, 마찬가지로 이 학파에 속하는 존 스튜어트 밀(John Stuart Mill)은 무역이 시장 확대를 불러와 생산 과정을 개선하는 효과를 낸다는 논지를 폈다. 이에 반해 또 다른 학파인 반(反)무역 이론은 무역이 오히려 개도국의 경제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데, 일례로 한스 싱어(Hans Singer)는 개도국이 자유무역을 통해 이익을 볼 수 있는 경우는 해당 국가가 수출하는 상품의 국제 수요가 클 경우에 한정된다는 이론을 제시했다7).
현대 경제학 문헌에 의하면 무역이 SEG에 미치는 구체적 영향은 두 가지 요소에 의해 좌우되는데, 그중 첫째인 생산효과는 경제성장이 수출 생산 및 수입 생산 증가를 가져오는 효과를 의미하고, 둘째인 소비효과는 경제성장으로 인한 국가적 소비 행태의 변화를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무역량의 증감은 소비와 생산 모두의 영향을 받는데, 만약 이 둘 모두가 무역과 긍정적 관계에 있다면 무역친화적 성장을 도모할 수 있지만, 그 반대의 경우 성장과 무역 사이에 상충관계가 발생하게 되고, 만약 두 요소 중 하나만 무역과 긍정적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 경우 생산과 소비 중 규모가 더욱 큰 쪽의 영향이 나타난다8). 다만, 이와 같은 이론적 논의를 현실 경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자료에 기반한 분석과 경험적 연구가 필수적이며, 따라서 다음 절에서는 이란의 무역과 SEG 사이의 관계를 보다 심층적으로 조사해보기로 한다.
4. 경험적 모형 및 결과 논의
본 절에서는 이란의 무역과 경제성장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실제 자료에 기반한 분석을 수행한다. 먼저 오늘날의 이란 경제는 석유 의존도가 높아 석유 판매 수익의 증감 및 정세 변화에 따라 대외 무역액도 큰 폭으로 변화하기에, SEG 달성을 위해서는 장기적 차원에서 안정된 무역을 펼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 점을 고려해 본고는 세계은행(World Bank)이 집계하는 이란의 1979~2020년 GDP와 수출입 통계(2015년 가치 기준 달러 환산 실질 액수)를 기반 자료로 삼는다.
다음에서는 먼저 공적분 분석(cointegration analysis) 수행 이전에 시계열 자료의 정상성(stationarity)을 확인하기 위한 자료 분석과 검정(test)을 수행한다. 이후 공적분 모형을 통해 각 변수 간 장기균형관계를 파악하고, 단기균형관계는 벡터오차수정모형(VECM, Vector Error Correction Model)으로 추정하게 된다. 마지막으로는 인과성 분석(causality analysis)을 통해 무역과 경제 성장 사이에 인과관계가 존재하는지, 그리고 존재한다면 인과관계가 어떤 방향성을 갖는지 알아본다.
4.1. 모형 설정 및 검정
핵심 변수 간 공적분 관계가 유효함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기반 자료가 1차 차분(first difference)의 수준에서 정상성이라는 점을 보여야 하며, 여기서의 차수를 ‘I(1)’로 나타내기로 한다. 먼저 공적분 관계는 주요 변수의 적분 형태가 장기적으로 균형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가정을 전제로 하는데, 따라서 자료 분석의 시작점은 각 변수의 적분 차수(order of integration)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표 1>은 확장 디키-풀러(ADF, Augmented Dickey-Puller) 검정을 바탕으로 세 변수 모두의 1차 차분이 정상성을 보인다는 점을 나타낸다. 단, 현 분석에서는 분석 결과치를 탄력성(elasticity) 계수로도 해석할 수 있도록 변수 모두를 자연로그로 변환했다는 점에 유의하기 바란다.
<표 1> ADF 검정 결과표
† 자연로그화
* 5% 신뢰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
비고: ADF의 맥키넌 임계치(MacKinnon critical value)는 수준에서 -2.620, 1차 차분에서 -2.662
위에서 공적분 관계의 유효성을 입증했으므로, 이제 각 변수 간 관계의 균형을 본격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엥글(Engle)과 그레인저(Granger)9)에 따르면 공적분 관계에서는 잔차(residual)가 균형 관계를 나타내기에 여기에서 무역과 GDP 성장 사이에 존재하는 인과관계를 알아낼 수 있는데, 이는 다음 방정식 (1)로 나타낸다.
(1)
또한, 변수 간 단기 관계 확인을 위한 VECM은 엥글과 그레인저9)에 따라 다음 방정식 (2)와 같은 방식으로 추정할 수 있다.
(2)
여기서 k-1은 시차(lag) 길이에서 1을 뺀 값, δ1i, β1i, φ1i은 각 단기계수, λiECTt-1은 균형 조정속도 모수 (adjustment parameter)를 가리킨다.
4.2. 장·단기 균형관계
GDP와 수출액, 수입액, 균형점 조정속도 간 관계는 <표 2>에 나타나 있으며, 여기에서 우리는 경제성장과 무역 간 장·단기 관계가 통계적 유의성(statistical significance)을 지닌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표에 따르면 수출액이 1% 증가할 경우 GDP도 약 0.54% 늘어나게 되고, 반대로 수입액의 1% 증가는 GDP의 약 0.39% 감소로 이어진다. 다른 한편으로 표에 나타난 단기적 효과를 살펴보면 수출액과 수입액이 1% 늘어나면 GDP는 대략 각각 0.29% 상승, 0.11% 감소라는 변화를 보인다. 무역의 효과가 단기보다는 장기적 차원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이유로는 무역망(trade network)이 SEG에 영향을 줄 만큼 확장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표 2> 변수 간 장·단기 관계
† Adjusted R-squared
* 5% 신뢰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
한편 단기적 관계에서 균형점으로의 조정 속도를 의미하는 오차수정항(ECT, Error Correction Term)은 음의 수치를 보이고 통계적으로도 유의성을 지닌다(오차수정항이 영점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는 수렴을, 그 반대의 경우는 발산을 의미한다). 표에 따르면 무역액의 증감에 따른 균형점 조정 속도는 연간 -0.1129로, 이는 비교적 작은 수치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균형점으로의 수렴을 시사한다.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주제, 즉 변수 간 인과성을 살펴보기 위해 그레인저 인과관계(Granger Causality) 검정을 수행한다.
4.3. 그레인저 인과관계 검정
<표 3>은 이란의 GDP와 수출액, 수입액 간에 인과성이 존재하는지, 그리고 그 방향은 어떻게 되는지 분석하기 위한 그레인저 인과관계 왈드(Granger Causality Wald) 검정 결과를 소개한다.
<표 3> 그레인저 인과관계 왈드 검정 결과표
* 5% 신뢰수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
표에서 볼 수 있듯 GDP와 수입액 사이에는 양방향으로의 인과성이 존재하며, 이는 이란의 경제성장이 수입주도형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로는 이란 경제 전반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중간재 비중이 크다는 점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수출액 증감이 수입액 증감에도 인과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도 확인해볼 수 있고, GDP와 수출액 각각의 변화가 수입액 변화도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은 수입에 필요한 재원이 이 두 가지 경로를 통해 확보되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풀이해볼 수 있다.
5. 결론 및 정책 제언
본고는 이란에서 무역이 SEG에 가져오는 효과에 관한 경험적 연구에 기여하는 것을 중점 목표로 삼고 분석적 시각에서 이란의 무역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다. 위에서 소개한 결과를 다섯 가지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1979~2020년 자료에 따르면 경제성장과 무역 사이에는 장기관계와 단기관계가 모두 존재한다. 둘째, 수출액 변동이 SEG에 가져오는 영향이 수입액에 비해 장·단기 차원에서 모두 크다는 사실은 이란이 꾸준한 성장을 달성하는 데 있어 수출 부문이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셋째, 균형 조정 속도는 연간 -0.1129라는 음의 수치를 보이고, 통계적으로도 유의성을 지닌다. 넷째, GDP와 수입액 사이에는 양방향으로 흐르는 인과관계가 존재하기에 이란의 경제성장이 수입주도형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고, 이는 이란 경제 전반이 수입 비중이 높은 중간재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다섯째, 수입 비용을 충당하는 두 가지 경로인 GDP와 수출액이 수입액에 인과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관찰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타난 결과를 바탕으로 핵심 정책 제언을 수행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수출 확대 정책은 긍정적 외부효과(externality)를 가져와 GDP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GDP 성장은 수입 활동 및 무역 확대로 이어져 국내 산업 활동을 증진하고 기술적 발전을 촉진해 SEG라는 궁극적 목표를 향한 진전을 지원할 수 있다. 상기 사실을 바탕으로 이란의 정책결정자들은 자국 산업이 수출지향형 제조업으로 이행하도록 장려하고 국제 사업에도 활발히 진출하도록 돕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각주
1) Dilek Temiz Dinç, Aytaç Gökmen, Mahir Nakip & Nayier Madadkhah, "The impact of foreign trade issues on economic growth in some developing countries including Iran and Turkey," JOURNAL OF TRANSNATIONAL MANAGEMENT, vol. 22, no. 3, p. 171–202, 2017.
2) Muhammad Safdar Siala, Jacob Cherianb, Susana Álvarez-Oteroc, Ubaldo Comited,, "Nexus between sustainable economic growth and foreign private investment: evidence from emerging and developed economies," JOURNAL OF SUSTAINABLE FINANCE & INVESTMENT, vol. 12, no. 2, I–XXI, 2022.
3) Frankel, J.A.; Romer, D.H., "Does Trade Cause Growth?," Am. Econ. Rev, vol. 89, p. 379–399, 1999.
4) E. Hanushek, "Economic growth in developing countries: The role of human capital.," Econ. Educ. Rev, vol. 37, p. 204–212, 2013.
5) Panas, E. and Vamvoukas, G., "Further evidence on the Export-led Growth Hypothesis," Applied Economic Letters, vol. 9, p. 731–735, 2002.
6) S. M. Alavinasab, "Foreign Trade and Economic Growth in Iran: An Empirical Study," International Journal of Academic Research in Business and Social Sciences, vol. 3, no. 11, pp. 508-519, 2013.
7) M. Asaadi, "International Trade and Competitive Advantage Analysis in the Framework of the Porter Diamond Model," Journal of Applied Studies in Management and Development Studies, vol. 6, no. 2, pp. 1-18, 2021.
8) Ibid.
9) Engle, R., & Granger, C., "Cointegration and Error Correction: Representation, Estimation, and Testing," Econometrica, vol. 35, pp. 251-276, 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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