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급 과잉으로 몇년후 반드시 아파트가 내릴 수 밖에 없다는 글에 대해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는 의견을 달아 주셨네요. 의견 감사합니다.
그런데 의견중에서 아파트 가격이 내리더라도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면 불변 가치가 내리더라도 명목 가치가 오르지 않느느냐는 글을 보았습니다.
사실 이 질문은 이전에도 많은 분이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이부분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경제학자도 아닌 제가 미래의 물가를 이야기하기에는 좀 주저넘을 수 밖에 없습니다만, 제 의견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 글로벌화된 물가
우리나라의 수입과 수출량을 보면 각각 약 5000억 달러에 달합니다. 우리나라 GDP가 1조달러 정도이므로 수출입을 합치면 GDP와 맞먹습니다.
현재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신고 있는 신발이나 옷은 90%이상이 중국산입니다. 그래서 중국을 세계의 공장이라 부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비하는 설탕 원료나 원유, 커피, 라면이나 국수의 원료가 되는 밀가루 등은 100% 수입산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사리와 같은 산나물이나 식당에서 먹는 김치, 쌀과자 등도 90%이상이 중국산입니다.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대부분 중국에서 온 연변족입니다. 3D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상황이 거의 비슷합니다. 사실 이부분은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독일의 경우 중국 사람이 터키 사람으로, 프랑스의 경우 북아프리카 사람이라는 것만 빼면요.
중국 바로 뒤를 따라가는 인도, 브라질,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이 중진국으로 넘어가기만 하면 자신들이 중국의 역할을 대신하려고 합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에전과는 달리 물가가 점차 글로벌화되어가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무역의존도가 90%가 넘는 나라는 더욱 심합니다. (참고적으로, 일본이나 미국의 경우 20~30%정도, 독일의 경우 50%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서비스 요금을 제외하고 나면 우리나라가 결정할 수 있는 물가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됩니다.
■ 우리나라 화폐가치 변화
우리나라의 물가가 외국의 의존도가 심하다면, 우리나라의 물가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환율입니다.
다른 말로 하면, 환율이 내려가면 물가도 따라서 내려가고, 환율이 오르면 물가도 따라서 내려간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향후 우리나라 환율은 어떻게 될까요?
김광수 경제연구소 소장님이 2011년 7월 12일 CBS에 출연하여 하신 말씀(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1857709)을 하나만 인용해 보겠습니다.
▶정관용> 알겠습니다. 그런데 수출 대기업이나 이런 쪽은 실적이 좋지 않습니까?
▷김광수> 예, 수출 대기업의 경우에는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분명히. 그러나 그것도 사실은 환율, 환율 때문에 그렇습니다.
▶정관용> 환율 정책 때문에 그렇다?
▷김광수> 예, 아시는 것처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전에는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원화 환율이 달러당 930원 전후 정도였습니다. 그게 1200원, 1300원까지 올라갔다가 지금 이제 1100원, 1050원 이정도까지 내려오고 있는데, 그러니까 전 세계적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 달러에 대해서 환율이 이렇게 오른 나라는 한국과 영국 정도뿐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다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 이야기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달라에 비해 돈의 가치가 떨어진 나라는 한국과 영국 두 나라입니다.
잘알다시피 금융위기로 미국은 엄청난 돈을 찍어 냈습니다. 연방은행장인 버냉키는, 헬리곱터를 타고 찍은 돈을 막 뿌리고 다닌다고 해서 별명이 헬리곱터 버냉키가 되었습니다. 당연히 달러 가치는 내려갔습니다.
한때 미국 돈의 2/3 밖에 되지 않았던 캐나다 달러는 이제 미국 달러보다 더 가치가 나갑니다. 호주 달러도 마찬가지입니다.
■ 일본 엔화와 한국 원화
일본의 엔화가치를 달러와 비교해서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외환위기 전, 2007년 초에 100엔은 850원 정도였고, 1달러는 940원 정도였습니다. (이 경우 1달러 = 약 110엔)
2011년 7월 현재는 100엔은 1350원 정도이고, 1달러는 1050원입니다.(이 경우 1달러 = 약 80엔)
이 이야기를 정리하면 2007년에 비해 엔화는 가치가 달러에 비해 약30%(=(110-80)/110) 올라가 반면,
한국 원화는 가치는 달러에 비해 약 10%(=(940-1050)/940) 하락했습니다.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는 최고의 이익을 내는 반면 일본의 IT를 대표하는 소니는 3년째 적자를 보고 있고,
미국 시장에서 현대/기아 자동차는 일본의 닛산, 혼다, 마쯔다 등을 제치고 도요다를 넘보고 있습니다.
제철분야의 포스코나, 조선 분양의 현대 중공업 등도 일본을 앞선지 오래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이라면 원화의 가치는 일본의 엔화보다 가치가 올라가야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떨어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배경에는 MB정권과 그 하수인인 강만수의 외환 개입이 그 주요 이유입니다.
위의 김광수 소장님의 인터뷰를 보면 대기업은 높은 환율(낮은 원화 가치)로 역사상 최대의 수출과 흑자를 보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높은 환율로 물가가 상승하고, 일반 서민들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 환율 하락의 시작
MB정권 초반에는 비즈니스 프랜들리하고 해서 대기업을 적극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했습니다.
이런 배경에는 "부자가 더 부자가 되면 그 아래에 잇는 가난한 사람에게도 수혜가 돌아간다." - 소위 말하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를 신봉하였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효과는 전혀없다는 것을 알고 환율 하락을 용인하는 분위기입니다.
오늘의 환율도 1049원으로 몇년만에 처음으로 1050원대 아래로 떨어졌지만, 정부에서 개입하려는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습니다.
요즘 청와대의 화두는 물가입니다.
"물가가 지금처럼 오르면 "정치 뿐만 아니라 경제도 실패한 경제 대통령 MB"라는 이야기를 들을 것입니다."
"휘발유값 5단계 인하정책 - 그러려면 차라리 정유회사 국유화하라"
신문을 장식하는 이런 글귀를 보지않더라도,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은 모두 느끼실겁니다.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해 환율을 내릴 수 밖에 없는 입장입니다.
물론 물가를 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카드는 이자율 상승입니다. 하지만 이 카드를 사용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은 이 카페 회원들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이자를 올리면 현금을 쌓아둔 대기업은 살아남지만, 하우스 푸어로 전락한 서민들을 죽이기 때문에 이 카드도 함부로 쓸 수도 없습니다.
■ 환율 - 어디까지 갈 것인가?
환율은 많이 내릴수록 서민들은 좋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죽을 지경입니다.
그렇다고 마구 내려 대기업이 죽는 날이면, 그 아래 중소기업도 죽고, 결국 중소 기업에서 일하는 서민들도 따라 죽습니다.
일본의 경우 1980년대 중반 엔화 환율이 260엔/달러였으나, 90년대 들어와 80엔/달러까지 갔습니다.
일본의 환율을 강제로 조정하여 미국의 무역 역조를 극복하려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일본 수출은 더 늘어 났습니다.
일본의 기술력이 그 원동력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일본 제품이 좋았기 때문에 값이 올라도 미국인들이 살 수 밖에 없었고, 또 일본은 "마른 수건도 짜라"는 원가 절감에도 노력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도 품질을 올리고, 원가 절감을 계속한다면 일본과 같이 환율이 1/3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남들이 불가능한 일을 그동안 수차례 해왔습니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의 업적이 그러한 예입니다.
오늘의 1049:1의 환율이 한 500:1 아니 700:1만 되어도 물가는 상당히 떨어지거나 다시 안정되리라 생각합니다.
■ 결론
현재 삼성전자, 현재자동차, SK정유, 포스코, 현대 중공업, 두산 인프라코어 등 한국의 대표 기업들이 향후 몇년 간만 지금 정도의 성적을 계속 내어주면 환율이 하락하고 물가도 계속 하락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반대로 갈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낙관적인 방향을 믿습니다(제 개인적인 희망인지는 모르겠지만...)
물가나 인플레이션은 환율 외에도 여러 요인이 있겟지만, 환율이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이다는 제 개인적인 생각에 근거를 두고 쓴 글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사족)
글을 쓰고 나면 꼭 사족을 붙이고 싶은 것이 저의 개인 성향인 것 같습니다.
위에서 우리나라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위해 피나는 원가 절감을 해야한고 했는데,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대기업의 하청업체들에게 피해가 돌아가고, 더 나아가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서민들의 허리를 졸라매는 느낌을 지울 수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이 수출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는 이유가 이런데 있다는 것입니다.
만약 공장 노동자의 임금만 올려도 대학에 죽기 살기로 가려는 사람도 줄어들고, 반값 등록금이야기를 할 필요를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제는 하나가 좋아지면 하나가 나빠지고, 누군가가 좋아지면 누군가는 나빠지는 그런 구조인 것 같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첫댓글 좋은 글 성의있는 글 잘읽었어요. 감사합니다.
경제는 정말 제로섬게임같기도 합니다...resource는 한정되어있다보니 그런 것 같습니다. 세대간에도 그렇구요..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금리정도는 정부에서도 진작 올릴 수 있었는데요...아쉽네요...된장찌게나 청국장도 이젠 7000원입니다..흑.
감사히 읽었습니다.제로섬..ㅜㅜ
덕분에 몰랐던 많은걸 알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정보 감사합니다.
자료는 객관적인것이라 한계가 있고 그래서 자로를 분석하시면서 스스로 각인되는..즉.님의 모든 육감이 동원된 주관적인 사족이 저는 좋습니다.
노무현 정부때 환율이 900원대였지만 대기업의 실적엔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못한것으로 압니다. 즉. 그때도 대기업은 잘 묵고 잘 살았고 좋은 실적내고 성과급 두둑하게 줬다는 거지요. 환율은.. 지금보다 더 떨어진다고해서 대기업이 죽어나진 않다고 본 적이 있습니다. 괜한 엄살 떤다고..
잘 읽었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이 죽는 날이면, 그 아래 중소기업도 죽고" 부분은 선뜻 동의하기 어렵네요...
지금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죽이는 건 대기업아닌가요?
마지막글이 말해주는거죠. 이른바 한계국가라고, 망조초기입니다. 자식없는게 제 자랑입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래도 적정 환율은 유지해야죠...달러당 700이하가면 내수기반 약하고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힘들어질듯
내수기반을 키워야지요.
잘 보았습니다 . 유동적 그로벌 리스크에 무게를 두는군요.
님에 귀한생각 잘읽었습니다.
항상건강하시고 모든사람들에 길을 밝혀주시는 등불이 되시길....
캐나다 사는 사람으로 환율에 대해 참 할 말이 많습니다.. 정확히 4년전 처음 왔을 땐 캐나다 1달러가 800원도 하지 않았었고 3년전 7월 완전 이사를 왔을 때도 1천원아래. 이게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더니 1150원도 넘다 요즘 조금 내렸다는데 1110원대. 가만 앉아 30~40%의 재산이 날라갔으니 할 말이 없죠... 정말 지금정부가 속히 떠나길 학수고대하는 1인입니다.
화폐가치 넘 없어요
고맙습니다. 까막눈 뜨는데 큰 힘이 됩니다.
전 좀 다른 시각입니다. 우선 정부는 저울역할을 합니다. 당연히 금리와 환율 정책에 지금보다 더 적극정으로 하여야 합니다. 대기업 중소기업 내수 서민 이런식의 관점으로 해서 지금 서민들이 좋아졌습니까.. 아니죠.. 좋아진건 공기업.정부,대기업 심지어 중견기업(중소기업) 임직원만 잘사는 세상이 됐습니다. 과연 이들이 내수시장에 어떤 역할을 했습니다. 서민경제 전혀 좋아진게 없습니다. imf이후 말입니다. 헌데 계속 그런 논리는 맞지 않습니다. 하우스푸어요.. 분명 이자 감당가능한 분들이 대출 얻었습니다. 분명 그때보다 이자도 떨어져 문제 없습니다. 지금 경제고통지수가 서민을 짓누룹니다. 이상황은 정부가 나서는 정도가 아
900이 적정하다고 하던데...에혀..
연이어 좋은 글 감사합니다. 김광수 경제연구소나 최용식 님의 21세기 경제학 연구소에서나 환율 관련 이야기는 거의 동일합니다.
우리 환율이 너무 높다(원화 평가 절하)는 내용입니다.
님께서는 우리 경제를 낙관적으로 보고 계시만 사정은 그렇게 눅눅지 않습니다. 토목에 치중한 경기부양책, 비정규직을 이용한 인건비 절감 등은 언제 다가올줄 모르는 부정적 영향들입니다.
고견 감사드립니다..건필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잘 봤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