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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사퇴, 美 민주당 민주주의 시험대에
바이든 미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대선을 107일 앞두고 사퇴 결정을 내렸다. 민주당 대선 후보 확정 전당대회는 8월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린다. 최종 후보 결정 시간이 한 달밖에 안 남았다.
바이든 후보 사퇴의 직접 원인은 그의 고령 탓이다. 3주 전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바이든의 인지 능력 문제가 확인된 시점에 트럼프의 암살 시도 사건이 터졌다. 대중은 예상치 못한 드라마를 이겨낸 후보에 열광하게 돼 있다. 국가적 이성과 합리주의는 일단 뒷전이다. 어떤 상대가 나와도 대중적 열풍을 잠재우기란 쉽지 않다.
바이든 후보의 사퇴 결정은 미국식 합리주의 발상으로 보인다. 바이든은 29세에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됐다. 미 역사상 최연소 기록이다. 정치 경력 54년간 그는 줄곧 미국식 합리주의 노선을 걸었다. 사퇴 발표 전날까지 민주당 의원 37여 명이 공개 사퇴를 요구했고, 결정적으로 전 대통령 오바마와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이 사퇴를 권고했다. 바이든은 이들의 숙고를 받아들여 합리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바이든의 사퇴는 한국 정치와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1987년 첫 직선제 대통령 선거 때 유권자 70, 80%가 김영삼·김대중의 후보 단일화를 원했다. 모 언론사 회장이 이들의 후보 단일화를 위해 ‘비밀 중매’까지 나섰지만 이들은 서로에 책임을 미루며 콧방귀를 뀌었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도 다를 바 없다.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가 단일화로 한동훈 후보에 맞서는 시도를 한 번도 안 한다. 정치란 타협과 절충으로 국민 속에서 자기 정당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기본이다. 한국 민주주의는 출발 70년이 넘었는데도 아직 기본이 안 되어 있다는 뜻이다.
시간은 한 달밖에 남지 않았다. 미 민주당 당원들이 대통령 후보로 누구를 지명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바이든 대통령은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현직 대통령이 현직 부통령을 후보로 지지하는 것 역시 합리주의 발상이다. 하지만 해리스의 대중적 지지는 트럼프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민주당 지도부와 열성 당원들이 어떤 행위를 보일지 자못 궁금하다. 앞으로 한 달, 트럼프 암살 쇼크는 지나가고 민주당의 당내 민주주의가 미국식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 과정을 냉철히 지켜보는 것만도 우리에게 의미가 있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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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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