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합니다
당신이 나를 기억할까
나는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을까
우리가 한때 그저 스쳐 지났을지라도
아주 잠시 동안이나마
우리의 생이 포개지지 않았습니까
그 교집합의 순간이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면
그건 무척 슬픈 것 같습니다
내가 당신의 시간 일부를 점유하고
우리가 한 좌표를 공유했는데
그때 당신과 나의 온기가 충돌하지 않았습니까
미미하게 시간과 공간이 일렁이고
우리의 스침이 물결처럼 우주로 퍼져 나가
낯모르는 은하계를 출렁이게 했다는 사실을
당신은 알고 있습니까
가끔 생각합니다
내가 당신을 기억할까
미안하게도 기억하지 못한다면
잎사귀들을 떠나보낸 나무처럼
내가 비어 가고 있음을 슬퍼해 주기 바랍니다
우리의 오후가 저물어 가고 있습니다.
카페 게시글
문학
당신과 나의 시간/ 이미혜
시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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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0.06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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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미혜: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 국어교육학과 졸업
2005년 계간 <시작> 여름호로 등단
2018년 <소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출간
현재 고등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