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노벨상
이 책의 지은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올해 노벨문학상을 받은 사람이란다.
이 책이 노벨문학상을 받아서 아빠가 집어든 건 아니야.
노벨문학상이 권위가 있고 명예로운 상이란 것은 맞지만,
그것에 너무 집착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빠는 그리 유쾌하지 않더구나.
그래서 노벨상을 받았다고 해서 꼭 읽어봐야지 이런 생각을 가지지는 않아.
그럼, 이 책을 왜 읽었냐.
그건 이 책이 체르노빌에 대해 다루었기 때문이야.
이름도 외우기 어려운 지은이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는 벨라루스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라고 하는구나.
1983년 소비에트 연방이 아직 존재하고 있던 냉전시대에,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썼대.
하지만, 이 책은 한동안 출간할 수 없었다고 하는구나.
그 책은 소비에트 여성들의 아픔과 고뇌에 촛점을 맞췄기 때문이래.
그밖에 그녀가 쓴 책들은 다큐멘터리 성격을 가진 책들이라고 하는구나.
아빠가 이번에 읽은 <체르노빌의 목소리>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사람들을 인터뷰한 것을 모아놓은 글이란다.
직접 사고 현장에 있던 사람,
인근 지역이 살고 있던 사람,
전혀 다른 곳에 살다가 국가에 의해 작업을 위해 그쪽으로 간 사람,
그곳에 남아 살아가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그걸 적은 책이란다.
1. 체르노빌은 미래다.
서문에 지은이가 적은 이야기가 공감이 가더구나.
체르노빌은 과거가 아니고 미래라는 이야기.
왜냐면,
언제일 뿐이지. 핵발전소 대형 사고는 언제는 터진다는 것이야.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느냐.
이 책에서 인터뷰를 했던 사람들처럼 꼭같은 피해를 입게 되는거야.
정말 이 책에서 예견한 바와 같이,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발생했고, 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어. .
그러니, 세계 5위 핵발전소 보유국, 세계 1위 핵발전소 밀집도인 우리나라도 사고나 안난다고 누가 보장하겠니.
어쩌면 사고나 나질 않길 바라는 것은 한낱 요행이 아닐까 생각하는구나.
지금도 큰 사고가 아니라 모르지, 작은 사고들이 계속 나고 있을지도 몰라.
언론에 알리지 않고 말이지.
거기다가 중국도 핵발전소가 늘어나고 있고, 일본도 늘어나고 있고...
우리나라는 완전히 핵발전소로 둘러싸여 있는 상황이야.
우리나라는 결토 핵발전소 사고에서 자유롭지 않아.
상황이 이럴진대, 당연히 핵발전소를 줄이려는 노력을 해야 옳건만,
그와 반대로 가고 있으니 이를 어쩌면 좋을 것인가.
핵마피아로 부르는 이들과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국가권력.
....
너희들이 살아갈 우리나라의 미래가 암울하구나.
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우리나라 국민들 밖에 없는데,
이 심각성을 알고 있는 이들이 얼마 되지 않고,
핵발전소가 위험한 것을 알지만, 대안이 없다면서 어쩔 수 없냐고 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더구나.
아빠가 작년에 읽은 <한국탈핵>이란 책에는 분명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었고,
이미 유럽에서는 핵발전소를 줄이고 있거든.
아빠의 바램이 있다면,
이런 책들을 많은 사람들이 읽어서 핵발전소에 대한 경각심을 갖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그리고 그들이 선거에서 탈핵을 주장하는 정당에 투표를 해야만,
이 심각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 라는 것이란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쉬워보이지 않는구나.
2. 벨라루스
이 책에서 지은이가 인터뷰를 한 사람들은 대부분 벨라루스 사람이란다.
벨라루스?
몇번 들어보긴 했지만, 그리 유명한 나라가 아니라서
유럽 어느 한 나라라고만 알고 있었지, 어떤 나라인지는 잘 몰랐단다.
이 나라가 예전에 소비에트연방국가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단다.
소비에트연방국가라고 하면 나라이름이 보통 러시아말처럼 거센 발음을 가진 나라들이 대부분인데,
벨라루스라고 하면 좀 부드러운 감이 있잖아. 그래서 소비엔트연방국가일거라고 생각을 못했던 것 같구나.
어? 아빠가 알기로 체르노빌은 우크라이나에 위치하고 있는데,
벨라루스는 무슨 관계가 있지? 이런 생각을 했어.
사실 벨라루스에는 핵발전소가 한개도 없다고 하는구나.
그런데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의 피해를 많이 받았대.
왜나하면 체르노빌 핵발전소의 위치가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의 국경에 위치하고 있었던거야.
벨라루스의 국토는 무척 작았거든. 국토의 23%가 방사성 물질로 오염이 되었대.
인구가 천만명 정도였는데, 오염지역에 살던 사람이 210만명이고, 그 중에 어린이가 70만명이었대.
그러니,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겠니?
특히 아이들이 더욱 방사성 피폭을 더 잘 받거든...
방사선 피폭은 벨라루스 국민의 주요 사망 원인이 되었대.
그것은 아직도 진행중이라는 거야.
체르노빌 사고로 희생된 사람들은 그 통계조차 어려워졌어.
이 방서선은 암, 지적장애, 신경정신 질환, 돌연변이를 일으킨단다.
인터넷에서 체르노빌을 검색하면 이런 질환들을 겪는 사람들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는데,
혐오스러운 사진들도 많단다.
하지만, 그들이 무슨 죄가 있겠니. 그들은 그저 그곳에 있었을 뿐인데...
사고가 발생한 후에도 그 오염지역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경우 병을 안고 태어나는 경우도 많대.
그런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먹먹함을 느끼게 되었단다.
그들은 자신의 몸이 불편한 것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차별어린 시선을 느껴야했어.
체르노빌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체르노빌레츠'라는 말까지 생겨났대.
누군가 체르노빌레츠라고 하면 어울릴려고 하지 않고, 멀리한다고 하는구나.
이 모든 것이 핵발전소 사고 때문인거지. 그들은 정말 아무런 죄도 없는거야.
3. 대형사고에 대처하는 국가의 자세
국가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면 숨기는데 급급한 본능을 가지고 있는 듯하구나.
작년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세월호 사건,
올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메르스 사태.
국가는 이 모든 것을 축소하고, 왜곡하고, 숨기려고 했어.
더 큰 피해를 입게 되었어.
구소련 정부 또한 비슷했어.
체르노빌 사고 이후, 정보에 대한 통제가 심했어.
이것은 사람들의 생명보다 권력을 지키는데 더욱 열을 올렸어.
이런 대형사고가 발생했다면 사고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국민들에게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어야 하는데, 그들은 그렇게 하지 않았어.
그렇다 보니, 주변 마을 사람들이 사고 현장을 보기 위해 발전소 주위로 몰려들기도 했다는거야.
그뿐만 아니라, 사고현장 해체작업자들에게도 아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고,
독한 보드카만 먹으면 괜찮을거라는 생각으로 작업복도 입지 않고 작업을 했다는거지.
그런 사람들은 대부분 운명을 달리 했다는구나.
그들에게 영웅이란 호칭이 뭣에 중요하고, 메달과 돈이 무엇에 중요하겠지.
오히려 돈을 벌기 위해 자원해서 사고현장으로 오는 이들도 있었대.
국가가 과연 이래도 되는가?
그러면서 아빠는 당장 내일 우리나라에서 대형 핵발전소가 났을 경우,
국가는 어떤 자세를 취할까? 생각해 보았어.
작년 세월호 사고때나 올해 메르스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
답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이 드는구나.
일단 언론을 통제하고, 방사선이 어느정도 피폭해도 안전하다고 할테고,
격리지역을 최소화하지 않을까 생각되는구나.
과연 이런 예상치 못한 대형사고가 발생했을 때
우왕좌왕하지 않고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을까?
매뉴얼 같은 것은 있을까? 궁금하더구나.
....
이 책을 아빠는 핵발전소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좀 읽어봤으면 좋겠구나.
그래도 계속 핵발전소를 늘이려고 하는 이들을 지지할 수 있는지 말이야.

책제목 : 체르노빌의 목소리
지은이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옮긴이 : 김은혜
펴낸곳 : 새잎
페이지 : 408 page
펴낸날 : 2011년 06월 07일
책정가 : 16,000원
읽은날 : 2015.12.12~2015.12.16
글쓴날 : 2015.12.2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