셔터 아일랜드
마틴 스콜세지 감독/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마크 러팔로, 벤 킹슬리
폐쇄공간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는 필연적으로 집중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주로 호러 영화에서 폐쇄 공간을 배경으로 등장시키는 이유는
공간을 제한함으로써 얻게 되는 밀집성과
장소의 이동 없이 저예산 영화로 찍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셔터 아일랜드]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이 영화화해서 숀 펜에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미스틱 리버]의 원작자 데니스 루헤인이 2003년에 발표한 소설을 영화화 한 것이다.
영화의 첫 장면은 연방보안관 테디 다니엘스(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배를 타고 보스턴 앞 바다에 있는 셔터 아일랜드로 향하는 것이다.
셔터 아일랜드에는 정신병원이 있는데 그곳에서 환자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셔터 아일랜드]의 대부분은
테디 다니엘스가 부조사관인 척(마크 러팔로)과 함께
정신병원의 환자 실종사건을 수사하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사회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정신병자들만을 수감하는
셔터 아일랜드의 정신병동에는 모두 66명의 환자가 격리 수용되어 있는데
사실은 67명이 있다는 것이다.
셔터 아일랜드는 섬 전체가 깍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쌓여 있기 때문에
탈출 자체가 불가능한 섬이다,
사라진 환자는 누구인가? 테디는 사건을 수사하면서
정신병원장 존 코리 박사(벤 킹슬리)와 제레미아 네이밍 박사(막스 폰 시도우) 등 의사진들이
무엇인가 감추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의 자식 셋을 죽인 여인이 의문의 쪽지를 남기며 사라졌지만
테디의 수사는 벽에 부딪친다. 병원장을 비롯해서 의사, 간호사 등 병원 관계자들을 심문해 보지만
모두 하나같이 짜맞춘듯한 답변만 늘어놓는다.
한편 수사를 거듭하면서 테디는 극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그리고 불에 타 숨진 죽은 아내 돌로레스 차날(마셀 윌리암스)의 환영에 시달린다.
아내 곁에는 어린 아이들이 물에 젖은채 서 있다.
왜 죽은 아내는 테디가 불면증에 사로잡히게 자주 출몰하는 것일까?
그녀의 말과 행동은 무엇을 암시하고 있는가.
미스테리 스릴러 [셔터 아일랜드]는
마지막의 충격적인 반전이 인상적이긴 하지만
데니스 루헤인의 소설을 이미 읽은 독자들이 내용을 알고 보아도
영화는 흥미롭게 전개된다.
결말 부분의 반전을 위해 치밀하게 영화의 곳곳에 배치된 암시와 상징은
스토리텔링의 풍부함을 더해준다.
[비열한 거리][택시 드라이버][성난 황소] 등 로버트 드니로와 작업한 데뷔 초기작들이
세상의 강렬한 주목을 받으며 영화사의 명작으로 등록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최근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와 연이어 작업을 하고 있다.
마틴 스콜세지의 페르소나가 로버트 드니로에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로 바뀐 것이다.
[길커트 그레이프] 등에서도 볼 수 있었듯이 이미 10대에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 놀라운 재능에도 불구하고
[타이타닉]의 너무 이른 엄청난 성공으로
상대적으로 연기력면에서는 저평가 받아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과 [갱스 오브 뉴욕](2003)에서 처음 만난 후
[에비에이터](2005) [디파티드](2006)를 거쳐 [셔터 아일랜드](2010)로
네 번째로 같이 작업을 하게 되었다.
영화사에 남는 수많은 걸작을 남겼지만 아카데미상과는 인연이 없었던 마틴 스콜세지 감독은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디파티드]로 비로소 생애 첫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하지만 [디파티드]는 홍콩 영화 유위강 감독의 [무간도]를 헐리우드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것이다.
[디파티드] 이후 [샤인 어 라이트](2008)를 거쳐 [셔터 아일랜드]로 자신의 역량을 총집결시킨 마틴 스콜세지의 연출은
긴장감 있게 전개되는 미스테리 스릴러 구조의 내러티브를 효과적으로 장악하면서
인물의 심리묘사를 적확하게 펼쳐놓으며 관객들을 사로잡는다.
특히 [셔터 아일랜드]에서 가장 뛰어난 것은 촬영이다.
[에비에이터][JFK]로 아카데미 촬영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로버트 리처드슨의 카메라는
탈출 불가능한 섬 셔터 아일랜드의 풍광과
스토리텔링, 그리고 캐릭터의 심리를 하나로 묶어 역동적으로 움직인다.
마술적인 카메라의 움직임으로 관객들은
아찔한 현기증과 강렬한 긴장감, 그리고 주인공 캐릭터가 느끼는 혼란스러움을
실감나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