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조 왕건 <제 73회>
씬 1 송악 황궁 대전(밤)
지난 회와 장면이 연결된다. 방안은 모두가 숙연하다.
종간 도인께 다시 한 번 청하오이다. 도인은 분명 폐하를 살리실 수 있는 분이외다. 소생이 이렇게 애원합니다.
설부 ........(시큰둥하게 보고)
종간 어떻게 하면 되오리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하오리다. 말씀해 주시구료. 폐하만 살려 뫼실 수 있다면,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해 올리 리다. 다시 한 번 이렇게 머리 숙여 청하오이다.
박유 .......내원어른.....?
은부 내원어른.....
설부가 그렇게 보다가 나즉이 한 숨을 쉰다.
설부 어렵구먼.... 이래서 사람들 사는 세상은 내려오기가 싫어. 하긴 그렇소이다. 누구의 생명이든 목숨이란 다 귀한 것이오. 무지렁이 백성이든 한 나라의 황제든 마찬가지이지.
왜냐하면 한 번 사람의 몸을 받고 인간 세상에 나오기가 정말로 어려운 것이거든...
모두들 .........
설부 수만 억겁을 제치고 비로소 한 생명 받아 나오는데 문제는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가느냐 하는 것이란 말이야.
일어나시구료. 보기 민망하외다.
종간 고맙소이다. 소생의 청을 들어 주신 것으로 알겠소이다.
은부 일어나시오소서, 내원어른.
그렇게 은부가 종간을 일으킨다. 설부는 혼자서 다시 중얼거린다.
설부 내 동무 중에 가끔 금강산으로 놀러 오는 석총이라는 촌 늙은이가 하나 있소이다.
종간 .............?
설부 얼마 전에 그 늙은이 말을 들으니 지금 누워 있는 이 미륵이 거짓이라는 게요. 나는 그래서 어느 말이 맞는가 하고 궁금해서 한 번 내려와 봤는데....
종간 이 분은 분명 참 미륵이시오.
설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정 그렇다면 살려 놓고 보십시다.
종간 고맙소이다. 은혜는 꼭 갚겠소 이다.
설부 허허허, 은혜라.... 내 앞에서 은혜라는 이야기는 하지 마시오. 앞서 말하였지만 누구든 그 목숨은 다 소중한 것이오.
그래서 살리려는 것이오.
종간 고맙소이다, 참으로 고맙소이다.
설부가 박유를 보며 빙긋이 웃는다.
설부 오늘 아무래도 내가 쓸데없는 짓을 하는 것 같네 그려. 답답한 일일세. 자네는 무엇이 부족하여 금강산에서 내려와, 이 아귀지옥 속에 사는가? 에잉.....쯧쯧...
박유 .....
설부 의원들이 고칠 수 있는 것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이 있네.
지금 이러한 상태는 내공으로써만이 독을 물리칠 수가 있네. 한 며칠 꼬박 세워야겠네 그려.
은부 며칠씩이나....?
설부 기로써 십이경락을 뚫고 생기를 불어 넣어 사기를 죽여야 하네. 즉, 생기로써 독기를 밀어내는 것이지.
박유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도인어른.
설부 이 경우에는 아무것도 소용이 없네 그려. 오로지 기로써 치료를 할 밖에....내가 가지고 있는 진기를 다 넣어주어야겠구먼.... 하여튼 대단허이. 이 지경에서도 숨줄이 붙어 있다니... 대단해...
모두들 .......
설부 자, 그만들 물러들 가시구료. 시간이 별로 없소이다. 정 궁금하거든,박유 자네만 하루 한 차례씩 들려주시게나.
박유 예, 도인어른.
설부 자, 그럼 어서들 가시구료.
종간 예, 부탁드리오이다.
종간과 박유가 눈치를 보며 나간다. 은부가 뒤따라가며 의심스러운 눈으로 궁예와 설부를 번갈아 본다.
설부는 이미 궁예의 머리 맡에 정좌하여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그리고, 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는 정좌를 하고 앉아 합장하며 기를 모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손으로 궁예의 얼굴부터 더듬어
가슴으로 내려가고 다시
가슴을 밀 듯이 사이를 두고 손으로 가슴 쪽을 미는
시늉을 한다. 그는 계속 기를 넣고 있는 것이다.
씬 2 동 밖
그들이 나오고 있다.
은부가 의심스럽게 묻는다.
은부 이상하지 않소이까? 약을 쓰는 것도 아니고, 침을 쓰는 것도 아니고, 기라니요? 그것이 무엇이오이까?
박유 도인이 되려면 먼저 기를 공부 한다 하옵니다. 즉, 대우주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끌어와 자유자재로 운용하는 것이지요.
종간 .......(끄떡인다)
박유 오랜 세월 수련을 거치게 되면, 사람들을 죽음에서 구해내는 신통력을 얻게 되고 나아가 신선이 된다고 들었사옵니다.
은부 신선이라니? 그런 것이 어디 있단 말이오?
종간 아닐세. 옛부터 고명한 스님들도 그렇게 하셨다네. 오랜 수행을 거치면 입신의 경지에 들게 되고, 많은 불가사의한 일들을 해내게 되지. 결국은 인간 세상을 초탈하고 대우주를 볼 수 있다고 들었네. 도인이나 신선들도 결국은 그런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겠지. 아무튼 믿어 보세나.
지금 달리 길이 없지 않은가?
은부 허면, 박학사. 금강산에는 도대체 저런 도인들이 얼마나 있는 것이오?
박유 글세올습니다. 어디 금강산 뿐이겠습니까? 설악산에도 있고, 백두산에도 있고 또 지리산, 계룡산 산이라는 산에는 대부분 도인들이 숨어 있는 것으로 아옵니다. 사람들 눈에 자주 안 띨 뿐이지요.
종간 자, 내원에 가서 차나 한 잔 하고 가십시다, 박학사.
박유 예, 내원어른.
이들 그렇게 전각 쪽으로 가면......
씬 3 동 내원 안
세 사람이 차를 따라 마시고 있다. 종간은 여전히 굳어 있다. 생각이 많은 것이다. 잠시 차를 마실 뿐 침묵이 이어진다.
은부 내원어른, 아무리 생각해도 저 설도인이라는 사람은 믿음이 잘 아니가옵니다. 말도 함부로 지껄이는 데다가, 도무지 안하무인 이고....
종간 도인들이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다네. 걸림이 없지.
일단 그 이야기는 접어 두세. 이미 맡겨진 일이 아닌가?
은부 석총이 폐하를 비방햇다는 것도 오늘에서야 알았사옵니다. 그냥 놓아두어서는 아니 될 것이옵니다.
종간 저들의 말이 세상의 인심 그대로일세. 놓아두게
박유 ..................
은부 ..... (눈치를 보며)
지금 의형대에 갇혀 있는 왕씨 일가말이옵니다. 언제 다시 국문을 여실 것이옵니까?
종간 ....... 생각 중일세.
은부 빠를 수록 좋은 것이 아니옵니까?
종간 그렇겠지. 허지만, 어찌되었든 정해진 법의 절차는 밟아야 하네. 다시 말하면, 세상으로부터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야.
은부 그렇기는 하옵니다만......
종간 저들은 어차피 죽을 것일세. 우리는 그 이후를 또 생각해야 할 것이야.
박유 ......(한숨만) 순리대로 하시 오소서, 인심이란 무서운 것이옵니다. 잘못 밀어 부치면 결국은 곪게 되고 터지게 되는 것이 옵니다.
종간 때로는 강한 힘이 순리보다 앞서는 법도 있는 것이올시다.
무엇이 급한가를 박학사도 한 번 생각해보시구료. 지금은 국가적인 위급 상황이오이다.
순리를 따질 시간이 없소이다.
박유 .......(한숨만)
씬 4 의형대 옥사 외경(낮)
씬 5 동 옥사 안
왕건, 왕평달, 두사부,
아지태가 갇혀 있다.
아지태는 코를 골며 자고 있다. 왕평달이 보다가
도리질을 한다.
왕평달 역시 보통 사람은 아닐세. 이 경황에서 잠을 자다니...?
변사부 그러게 말이옵니다. 하온데, 나으리.
왕평달 말해보게.
변사부 이렇게 억울하게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 아니옵니까?
마사부 그렇사옵니다. 어떤 방법으로든 구명을 청해야 할 것이 아니 옵니까?
왕평달 저들이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온 일일세. 누가 우리를 구명해 줄 수 있단 말인가?
왕건 이 세상에 진실은 결코 외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기다려 보시지요
마사부 아니옵니다, 주군. 그렇게 안일하게 대처할 일이 아니옵니다. 이것은 아주 계획적인 음모이옵니다.
왕평달 그렇기는 하나 방법이 없어....방법이... 우리도 이런 사태를 미리 대처를 했어야 했어.
모두들 .................
왕평달은 눈을 감아버리고 왕건은 한숨을 쉰다.
두사부가 생각에 잠기다가 마사부가 말한다.
마사부 아직도 이 나라 조정은 우리 패서인들이 요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사옵니다.
구원을 청해보시지요?
왕건 ..................
변사부 모두가 내원 그 사람의 농간이옵니다. 지금이라도 신료들이 앞서서 우리의 무고함을 보증해준다면...
왕평달 자신의 목숨하나도 보전하기가 급급한 사람들일세. 누가 누구를 보아줄 수 있단 밀인가...
변사부 (아지태를 보며) 이 사람이 한 말이 일리가 있지 않사옵니까?
왕평달 일리라니.........?
변사부 어차피 군사력에 의해 힘의 향배가 결정되는 시국이옵니다.
힘 있는 장자들과 병부령에게 도움을 청한다면...........?
왕평달 군사를 일으키자는 것인가?
변사부 일으킨다기 보다도 힘 있는 세력들이 앞을 서 준다면....
왕건 그건 위험한 일입니다.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마사부 더 이상 악화 될 수는 없사옵니다. 저들은 폐하께서 아무것도 모르실 때에 서둘러 우리의 목숨을 빼앗으려 하는 것이옵니다.
변사부 맡겨주시오소서. 소인이 알아서 해보겠사옵니다.
왕평달 어떻게 하려고.......?
변사부 이대로 죽을 수는 없사옵니다. 일단은 정주의 유장자님과 병부령 복장군에게 도움을 청해 보겠사옵니다.
왕평달 어떻게 말인가.....?
변사부 옥졸을 통해 밖으로 연락을 취해보겠사옵니다.
왕건 잘못되면 우리 때문에 여러 사람이 다칠 수도 있습니다.
왕평달 그건 그렇지 않으이....
왕건 ........?
왕평달 이건 시작에 불과해.
결국은 우리 패서인 모두 하나 하나 고양이 앞에 쥐처럼 끌려 가서 꼼짝없이 죽게 될 것이야. 이보게, 변사부.
변사부 예, 나으리....
왕평달 그렇게 하게....유장자와 병부령에게 도움을 청해봐.....
아지태 (잠꼬대처럼 돌아누우며) 조금 늦은 감이 있소이다....
모두들 ...............?
아지태 저들이 왕장군을 불러 드렸을 바로 그 때에 내 말을 들었어야 했소이다. 이런 비상시국에는 누군가가 앞을 서서 강하게 나서야 하는 법이외다. 어차피 나라 전체를 뒤집고 새로 시작해야 하니까 말이외다.
왕건 당신의 말은 모두가 요망한 것들이요. 우리는 지금 반역을 하자는 것이 아니라 이 위급한 상황을 피해 진실을 밝혀내자는 것이요.
아지태 진실...? 핫하하하하...
오로지 힘의 논리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이 전국시대의 정치 라는 것이요. 진실은 없소이다. 강한 자가 곧 진실 그 자체인 것이외다.
모두들 ..............?
아지태 (돌아누우며) 딱한 일이구료. 많은 이들이 왕장군 당신에게 기회를 주려고 하지만 장군은 그것을 받을만한 여유가 없소이다. 분명 말하지만 장군 스스로 그 도덕적 모순의 틀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다면 결코 대업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요.
아지태는 다시 코를 곤다. 이들은 잠시 말이 없다가 변사부가 다시 말한다.
변사부 아무튼 소인의 생각대로 조치를 취해보겠사옵니다.
왕평달 그렇게 하게나. 조심을 해서....
상기된 그들의 표정에서...
씬 6 송악 왕건의 집 외경
씬 7 동집 사랑
왕식렴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오씨와 유씨, 장수장이 함께 해있다.
모두들 표정이 굳어 있다.
오씨 너무도 갑작스럽게 구금이 되셨사옵니다. 옥사로 찾아 뵙고 얼굴이라도 뵈어야 하지 않겠사옵니까?
유씨 하지만 저들이 허락을 하겠는가?
왕식렴 억울하기는 하지만 황제를 시해하려 했다는 어마어마한 죄명을 쓰고 있사옵니다. 쉽지가 않을 것이옵니다.
오씨 황후마마를 뵈었지만 그분도 크게 힘이 되시지는 못하시는 것 같사옵니다. 형님, 아무래도 형님께서 정주에 한 번 다녀오심이 어떻겠사옵니까?
왕식렴 그곳에 가신다고 하여 달라질 것은 아무것도 없사옵니다. 사위분이 소환되어 갇히셨는데 보고만 계시겠사옵니까?
벌서 움직이고 계실 것이옵니다. 오히려 찾아가신다면 부담만 드릴 것이옵니다.
오씨 (끄떡이며) 하긴.....
왕식렴 아무튼 내원 저 사람이 벼르고 벼르던 끝에 빼어든 칼이옵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으니 모두들 각별히 조심을 하셔야 하옵니다. 그리고 장수장 자네.
장수장 예, 공자님.
왕식렴 우리 송악이 지금 최악의 고비를 맞고 있네. 이럴수록 장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 집안의 경계를 단단히 하여야 할 것이야.
장수장 예, 공자님.
왕식렴 (한숨) 어찌되었든 제가 내원을 한 번 만나 보겠사옵니다.
오씨 내원을요?
왕식렴 예, 어떻게든 형님을 뵈어야 하지 않사옵니까?
씬 8 박지윤의 집 외경
씬 9 동집 사랑
박지윤과 유장자와 복지겸이 함께 해 있다.
모두들 표정이 굳어 있다.
유장자 이번 일을 어찌하면 좋겠소이까? 저대로 두다가는 왕씨 일가는 모두 도륙이 되고 말 것입니다.
박지윤 안타깝고도 무서운 일이올시다..
유장자 세상이 다 아는 어거지올시다. 억지예요.(사이) 병부령은 누구보다도 내 사위 왕장군의 인품을 알고 있소이다. 어떻게 해볼 방도가 없겠소이까?
복지겸 안타깝게도 현장에서 잡힌 범인이 왕장군 일가를 물고 늘어지고 있사옵니다. 그것을 이 때다 싶어 내원이 이용하고 있구요.
유장자 그러니까 병부령이 힘을 좀 써 보시구료. 왕장군은 누구보다도 이 나라에 공을 많이 세웠고 장수의 역할을 다 했소이다. 그러니까 병부령이 좀.....
복지겸 허울 좋은 자리이옵니다. 군권은 이미 오래 전에 내원이 은부장군을 통해 사사건건 감시하고 있사옵니다. 소인도 힘이 없사옵니다.
박지윤 문제는 만약에 폐하께서 승하를 하신다면 우리 패서인들이 하나 같이 왕씨가문처럼 될 수 있다는 것이올시다.
유장자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모두 정신차리고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박지윤 그래야지요. 뭔가 방법을 찾기는 찾아야 하는데....그나저나 만약에 폐하께서 승하를 하신다면 .... 과연 다음 보위는 또한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복지겸 그걸 지금 누가 감히 입에 올릴 수가 있겠사옵니까?
유장자 (생각하다가)그 일 또한 내원 그 사람에게 달려 있지 않겠소이까?
박지윤 그렇기는 하지만 태자마마들은 어리시고......
유장자 한치 앞이 아니보입니다. 대체 이 정국이 어찌 되려는지...
씬 10 황궁 외경
연화 (E) 폐하께서는 지금 어찌하고 계시는가?
씬 11 동 황후전
연화가 진내관에게 묻고 있다.
연화 어찌 되시었어?
진내관 여전히 대전에서 그 도인에게 시술을 받고 계신다 하옵니다.
연화 침이나 약으로 고치는 것이 아니고 어떻게 맨손으로 사람을 고친단 말인가?
진내관 워낙이 도가 깊은 사람이라 하옵니다. 많은 백성들이 그 도인을 통해 목숨을 구했다 하옵니다.
연화 하지만 ... 이미 온 몸에 독기가 돌고 있다 들었는데.....어떻게?
진내관 기다려 보시오소서.
세상에는 가끔씩 믿기지 않는 이인들이 나타나 놀라운 기적을 보여주는 일이 종종 있사옵니다.
연화 (한숨) 알겠네....하긴 이제 어쩌겠는가...그저 기다릴 수 밖에.... 그리고 진내관, 왕장군은 어찌 되었는가?
진내관 곧 다시 조회를 연다 하옵니다. 아마도 그 자리가 죄인들을 다시 국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 하옵니다.
연화 믿기지가 않네. 어떻게 왕장군 일가가 폐하를 시해할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어떻게 하다가 일이 이렇게 까지 꼬였단 말인가...?
그때 밖에서 제조상궁의
목소리가 들려 온다.
제조 황후마마, 대부어르신 내외분 께서 드셨사옵니다.
연화 뫼시어라.
진내관 허면 소인은 이만.....
진내관이 나가고 강장자
부부가 들어 선다.
슬이가 예를 올린다.
슬이 어서오시오소서.
강장자 그래.....(연화에게) 황후마마 얼마나 상심이 크시옵니까?
연화 어찌들 오셨습니까?
백씨 어찌라니요? 폐하께서 그런 변을 당하셨는데........
강장자 아직도 사경을 헤매신다 들었사옵니다.
연화 그렇다 하옵니다.
강장자 허어....난리로고....벌서 며칠인데... 아직도 못 깨어 나시니...
백씨 그러게 말이옵니다.
어쩌면 좋사옵니까 이 일을....?
연화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요.
강장자 하지만 독화살을 맞으셨사옵니다. 그리고 의원들이 손을 들었고... 모든 것이 불안하기만 하옵니다.
연화 ................?
강장자 드릴 말씀은 아니옵니다만.... 마마께서는 만약의 사태를 생각하셔야 하옵니다.
연화 만약의 사태가 무엇이옵니까?
강장자 폐하게서 저리 되시자 모든 정권을 내원이 장악했사옵니다.
이렇게 나가다가는 자칫 다음 보위가 걱정되옵니다.
연화 그게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강장자 잘못하다가는 황제자리를 내원 그 사람이 차고앉을 수도 있는 일이옵니다. 지금이라도 서둘러 어리신 태자마마를 보위에 올리실 준비를 하시고 마마께서 섭정을 맡으신다면.........
연화 (말을 끊으며) 그걸 말씀이라고 하시옵니까, 지금?
강장자부부 마마........?
연화 지금 사람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고 죄 없는 사람들이 옥에 갇혀 죽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런 판국에 다음 보위 이야기가 나오다니요? 아버님 제 정신이시옵니까?
강장자 황후마마, 이럴 때일수록 바짝 정신을 차리고 다음 일을....
연화 그만두시오소서, 그런 말씀 하시려거든 어서들 나가시오소서.
백씨 마마, 일리가 있는 말씀이 아니옵니까, 그리고 죄 없는 사람이 옥에 갇혀 있다니요?
누가 죄가 없사옵니까?
왕씨일가가 폐하를 시해한 것은 이미 세상이 다 아는 일이옵니다.
연화 나가세요. 혼자 있고 싶으니 어서들 가시어요, 가시어요.
강장자 아, 예...예..가..가겠사옵니다. 부인 가..가십시다...
그들 그렇게 당황해하며
그곳을 나간다.
슬이가 보다못하여 민망해 한다.
슬이 마마....고정하시오소서.
연화 갈수록 산이로구나.
이 위급한 때에 하나같이 자신의 욕심들만 생각하고 있구나. 세상에 어찌 이리 야박할꼬...
씬 12 동 황후전 복도
강장자 부부가 나오는데
진내관이 예를 올린다.
강장자 이보게, 진내관.
진내관 예, 어르신.
강장자 한치 앞을 모르는 정국일세. 중요한 일들이 있거든 그때 그때 알려주게나.
진내관 여부가 있겠사옵니까?
강장자 가십시다, 부인. (가면서) 마마께서 지금은 저리하시지만 다 내말이 옳다고 생각을 할게요. 도무지 앞을 볼 줄 모르시니 딱한 일이야. 에잉...쯧쯧
백씨 그러게 말이옵니다.
강장자 아무래도 내가 신료들을 좀 만나 보아야겠습니다. 어흠....
씬 13 대전
설부가 계속해 기를 부어 넣고 있다. 자기의 공력을 모두 넣어주고 있는 것이다. 얼마를 그렇게 하고 있었을까? 카메라 조여들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인사불성의 궁예가 갑자기 벌떡 하며 몸을 뒤척인다. 설부는 계속 기를 넣는다. 그러자, 궁예의 머리 쪽에서 가는 김이 솟아 나오기 시작한다. 궁예의 이마에서
그리고 코에서 벌어진 입에서 흰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독기가 빠지고 있는 것이다. 설부는 비오듯 땀을 흘린다. 그리고, 제 스스로를 다스스리는 운기조식에 들어간다. 궁예는 여전히 가쁜 숨을 쉬고 있다. 그리고, 설부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 조용히 자신을 가다듬는다.
박유가 살며시 들어와 그런 모습을 본다. 그리고, 크게 놀란다. 궁예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박유 (한참 보다가) 도인어른, 폐하께오서 움직이시옵니다?
설부 ........(여전히 운기조식)
박유 도인어른?
설부 이직도 길이 한참 남았네.... 조용히 해주게나...
박유 ...........(놀랍고 신기하기만 하고)...............?
씬 14 내원
종간이 생각에 잠겨 있다. 은부가 함께 해 있다.
종간 그 금강산 도인은 여전히 폐하를 뫼시고 있는가?
은부 예, 내원어른. 가끔씩 박학사만이 한차례씩 대전에 들어가 보고 있다 하옵니다.
종간 잘 되어야 할텐데....(사이) 바깥의 동정은 어떠한가?
은부 곳곳에 내군들을 풀어 세간의 동정을 살피고 있사옵니다.
종간 워낙이 사안이 급박하게 돌아 가고 있네. 잘못 한눈을 팔다가는 뒷머리를 얻어 맞을 수가 있어.
은부 그 때문에 조심 또 조심하여 감찰하고 있사옵니다. 방금전 강장자가 황후전을 다녀왔다 들었사옵니다. 황후전 주변에 사람을 은밀히 부쳐 놓았는데...
종간 그런데?
은부 아마도 강장자가 황후마마께 다음 보위에 관한 이야기를 건네다가 핀잔을 들은 것 같사옵니다.
종간 허허허. 그 주제에 보위 이야기를 하다니..... 권력의 욕심이란 너나 없이 대단한 것이야. 망령이 든 늙은이 같으니라구... 그 사람은 이야기 할 가치도 없는 것이구. 다른 일은?
은부 광평성의 원로들이 자주 회동을 갖고 있는 것 같사옵니다. 대령부령 유장자와 병부의 복지겸 장군이 만났다 하옵니다. 그것도 전 광치나 박지윤 장자 집에서 말이옵니다.
종간 아무래도 정국이 얼어붙고 있으니, 불안들 할테지. 특히나 우리가 왕건이를 잡아 넣었어. 패서인들이 전전긍긍 하는 것은 당연해.
은부 그럴 것이옵니다.
종간 하지만, 병부령이 저들과 자주 어울리는 것은 좋지가 않아. 그는 어찌되었든 병권을 쥔 우두머리일세.
은부 군권은 내군에서 모두 감찰하고 있사옵니다. 염려 놓으시오소서.
종간 그래야하네. 지금으로써는 군권의 향배가 이 나라의 운명을 좌우 하는 것일세.
씬 15 동 내원 밖
염상이 부지런히 걸어오다가 저만큼 오고 있는 왕식렴과 부딪친다. 왕식렴이 허리를 숙여 예를 올린다.
왕식렴 염부장이 아니시옵니까?
염상 오, 왕공이 아니시오? 여긴 어쩐 일로....
왕식렴 내원어른을 좀 뵈러 왔습니다.
염상 오, 그러시오. 나도 마침 말씀 드릴 일이 있어서......
문 앞에 이르자 염상이
말한다.
염상 내원어른, 염상이옵니다. 광평성의 원외랑 왕식렴 공도 왔사옵니다.
종간 (E) 드시게.
이들 안으로 들어가면.
씬 16 동 내원 안
왕식렴이 종간에게 큰 절을 올린다.
종간 허허. 왕공, 절은 무슨...... 그래 어쩐 일이시오?
왕식렴 내원어른, 감히 청하옵기 송구 하오나 은혜를 베풀어 주시오소서.
종간 허어.... 은혜라니...?
그게 무슨 말이오?
왕식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모두가 모함이옵니다. 살펴주시오소서.
은부 ..........
종간 나는 폐하를 대신하여 잠시 국법을 관장하는 사람이오.
그저 모든 것을 법대로 할 뿐이오. 내가 살펴주고 말것이 어디있겠소?
왕식렴 아버님과 형님은 추호도 폐하께 위해를 가할 분들이 아니옵니다.
종간 그 일은 이미 천하가 다 알게 되었소. 왕공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가나 법은 지엄한 것이외다. 더 이상 그 이야기는 논하지 말기로 합시다. 뭐, 다른 일은 없소이까? 내가 도와줄 것이 라도.... ?
왕식렴 다시 한 번 말씀 드리옵니다. 내원어른께서 살펴주시오소서.
종간 ......
왕식렴 하옵고 저희 가솔들이 아직도 영문을 모른 채 떨고 있사옵니다. 선처를 베푸시어 얼굴만이라도 보게 허락하여 주시오소서.
은부 폐하를 시해하려한 대역죄인이오. 어떻게 만남을 허락할 수가 있겠소이까?
왕식렴 하오나.... 두 분 형수님께서 너무도 안타까이 만나고 싶어 하시옵니다. 그것만이라도 허락해 주시오면, 백골난망이겠사옵니다.
은부 지금 말하지 않았소이까?
저들은 대역죄인이오.
종간 (제지하듯) 아,아.. 은장군. 가족들이야 무슨 죄가 있겠는가? 그리고, 얼마나 노심초사들 하고 있겠는가? 만나게 해드리세.
은부 허지만....
종간 그렇게 하세. 이보시오, 왕공. 사실인즉 어려운 일이기는 하나 그리하도록 하겠소이다.
오늘 밤이라도 가서 뵈라 하시 구료.
왕식렴 고맙사옵니다, 고맙사옵니다, 내원어른.
종간 고맙기는.... 그야 인지상정이 아니오? 허허허.... 나도 생각할수록 안타깝소이다. 어쩌다 일이 이리 되었단 말인고 그래. 더 할말이 있소이까?
왕식렴 다시 한 번 간곡히 청하옵니다. 사안을 냉철히 한 번 더 살피시어 행여 억울함이 없는지 헤아려 주시오소서.
종간 그렇게는 해보겠으나 이미 끝난 일이오. 그만 돌아가보시구료. 여봐라. 손님 나가신다. 배웅해드려라.
왕식렴 (애원하듯) 내원어른....... 내원어른.....
종간 어허, 왕장군을 만나 보려면 바쁠 터인데 어서 가보시구료. 어서 문 열어드리게.
염상 예, 내원어른. 자 가시지요, 왕공.
염상이 문을 열자 왕식렴은 하는 수 없이 그렇게 떠밀리듯 일어나 나간다.
그 문을 다시 닫힌다.
방안의 사람들은 다시 표정들이 굳어진다.
종간 염부장은 무슨 일로 왔는가?
염상 (품 속에서 서찰을 꺼내며) 방금전 의형대에 배치해 놓은 저의 내군의 수하들이 가져온 것이옵니다.
종간 이게 무엇인가? (받아 보며) 웬 서찰인가?
염상 옥사에 갇혀있는 왕건 장군의 두 사부가 왕평달의 이름으로 병부령에게 보내는 서찰이옵니다.
은부 뭐라? 무엇이라고 쓰여있는가?
염상 뜻밖에도 너무 큰 모함을 당하니, 이는 필시 누군가의 음해라고 하였사옵니다. 패서인들이 합심하여 자신들을 구해달라는 것이옵니다. 뜻을 모으면 길이 있을 것이라 적혀 있었사옵니다.
은부 뭐라.......? 뜻을 모으면 길이 있어?
은부는 그말에 더욱 놀라는데, 종간은 서찰을 읽으며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읽고 내려 놓는다.
종간 왕평달의 이름으로 병부령에게 보내는 서찰일세. 이게 뭘 뜻하는 것이겠는가? 더군다나 패서인들 모두에게 구원을 청하고 있어.
두사람 .......
종간 뜻을 모으면 길이 있다는 것은 병부령의 군권을 의식한 것일세. 그리고, 패서인들의 영향력을 기대고 있는 것이야. 아니 그런가?
은부 그렇사옵니다. 틀림없이 그런 뜻 같사옵니다.
종간 이것이 바로 역모일세.
곧 반란을 조장하는 글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은부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그렇사옵 니다.
종간 생각하기에 따라서가 아니라, 그런 것일세. 이것만으로도 다시 한 번 이자들의 역모를 뒷받침 하는 충분한 증거가 될 수 있는 것일세. 아주 좋은 증거 말이야. 안되겠구먼. 금부장을 시켜 병부령을 좀 들어오라고 하게.
그런 차가운 종간의 표정
에서...
씬 17 의형대 외경(밤)
씬 18 동 의형대 옥사
오씨와 유씨가 눈물을 훔치며 왕건, 평달, 두 사부들과 면회하고 있다.
왕식렴과 왕신도 보고 있다.
왕평달 그래도, 저들이 우리를 이렇게 만나게 해주었구먼.
오씨 얼마나 힘이 드시옵니까?
왕평달 돌이킬 수 없는 호구에 빠졌으니, 어찌하겠는가?
왕식렴 이럴수록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리셔야 하옵니다.
유씨 서방님, 이것이 웬 날벼락이옵니까? 이 모두가 내원 그 사람의 음모가 아닐런지요?
왕건 부인, 세상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소이다. 그리고, 내원이 이렇게 했는지 안했는지도 아직 모를 일입니다. 항상 말은 조심해서 해야 하는 법입니다.
오씨 두 사부님도 얼마나 고생이 되시겠사옵니까?
마사부 집안의 어른들이 모두 고초를 겪고 있는데, 저희들이 어찌 고생이라고 할 수 있겠사옵니까? 다만 너무도 억울할 뿐이옵니다.
변사부 많은 신료들이 우리를 잘 알고 있사옵니다. 절대로 이렇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옵니다.
오씨 그렇사옵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여기 계신 모든 분을 구해낼 것이옵니다. 여기 형님의 아버님이신 유장자님도 그냥 보고만 계시지는 않으실 것이옵니다.
변사부 그러실테지요. 어디 유장자님 뿐이겠습니까? 많은 패서의 호족들이 우리를 도와줄 것이옵니다. 이미 서찰도 조심스럽게 보냈구요. 잘 될 것이옵니다.
이들이 면회하는 광경을
옥졸들이 지켜보고 있다. 그 중 하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옥사 안의 아지태는 전혀 무관심한 듯 벽에 기대 앉아 이들의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다.
왕건 일이 어려울수록 모두가 침착 해야 합니다. 부인들은 그만 돌아가시구료. 여긴 무엇하러 왔단 말이오?
오씨 힘을 내시오소서, 서방님.
왕건 염려마시구료. 생사가 오가는 수많은 전장터를 넘나든 사람이올시다. 아직 모든 것이 끝난 것이 아니니, 돌아가 집안이나 잘들 단속하시구료.
왕식렴 집안 일은 걱정하지마시오소서. 제가 알아서 잘 하고 있사옵니다.
왕신 그러하옵니다. 부디 희망들을 잃지 마시오소서.
왕평달 그래, 그래..그만 어서들 돌아들 가.
오씨 기다리시오소서. 어떤 방법을 쓰던 꼭 사지에서 구해내겠사옵니다.
왕건 돌아가시구료. 그만 돌아들 가요.
씬 19 복지겸의 집 외경(낮)
씬 20 동 집 사랑
복지겸과 강장자가 마주해있다.
복지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다음 보위라니요? 태자분들께서는 아직도 너무 어리시지 않사옵니까?
강장자 하지만, 시국이 시국이니 만큼 그 생각을 아니할 수 없지 않소이까?
복지겸 어불성설이옵니다. 지금이 어디 보위 이야기를 할 때이옵니까?
강장자 이보시오, 병부령. 그대는 이 나라의 병권을 쥐고 있소이다. 말하자면, 만약의 사태에 대비를 할 사람으로써는 그대가 제일 먼저 꼽힌다 그 말이외다.
복지겸 (답답하다) 장자어른께서는 이 나라 국모님의 아버님이 되시옵니다. 자칫 잘못하면 엄청난 오해를 받으실 수도 있사옵니다.
강장자 오해가 아니고 현실이오. 만약에 폐하께서 저러시다가 승하를 하신다면, 이 나라가 어찌 되겠소이까? 이럴 때일수록 병부령이 사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를 도와주어야......
복지겸 아니 들은 것으로 하겠사옵니다. 아직까지 폐하가 살아계시옵니다. 그리고, 신하들이 감히 사사로이 보위를 운운하는 것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용서받기 어려운 대죄이옵니다. 다시는 그 이야기를 꺼내지 마시오소서. 소생은 진땀이 다 나옵니다.
강장자 허허, 이런 병부령이 되어서 이래 가지고서야.....
그때 밖에서 집사가 아뢰는 소리가 들려온다.
집사 (E) 나으리, 황궁에서 사람이 나왔사옵니다.
복지겸 (놀라서) 황궁에서.....?
씬 21 동 사랑 밖 마당
금대가 군사들과 함께
와 서있다. 잠시 후 문이 열리고 복지겸이 나타난다.
금대 (예를 올리고) 내원어른의 전갈을 받아 왔사옵니다.
복지겸 내원께서 무슨 일로...?
금대 소장이 어찌 알겠사옵니까? 함께 가시오소서.
복지겸 지금 말인가?
금대 예, 기다리고 계시옵니다.
복지겸 아... 알겠네. 잠시 기다려주게. 의관 좀 정제 좀 하고..... 손님도 좀 와 계시고 허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게.
금대 어서 나오시오소서. 이곳에서 기다리겠사옵니다.
복지겸 알겠네.
그런 복지겸의 불안한 표정에서....
씬 22 황궁 내원
종간과 은부가 여전히 마주 앉아 있다.
종간은 여전히 생각이 많다.
은부 내원어른, 아무래도 왕건 장군의 일은 빨리 처리를 하심이 옳을 것 같사옵니다.
종간 허허허. 자네도 아주 많이 소심해졌네 그려. 불안한가?
은부 사실 그렇사옵니다.
왕장군을 추앙하는 무리들이 너무도 많사옵니다.
종간 잠시만 더 기다리면 되네. 법은 법이니까 법을 따라서 해야지...
은부 (눈치를 보다가) 하옵고, 차마 드릴 말씀은 아니옵니다만은 만에 하나 폐하께서 저대로 승하해 버리신다면...다음 일은....
종간 허허. 그런 불길한 말은 하지 말라고 하지 않았는가?
다음 일은 생각할 거 없네. 우리는 오늘만 생각하면 되는 것이야. 폐하가 아니 계시면 우리의 존재도 없는 것일세.
은부 알겠사옵니다. 하옵고 또한 의심스러운 일이 있사옵니다. 왕씨 일가의 사주를 받았다는 저 낭인들 말이옵니다.
대체 누가......?
종간 십중팔구 견훤왕이 보냈겠지.
은부 예?
종간 이간계를 노리고 한 짓이야. 우리가 그것을 받아 주는척 할 뿐일세. 그 이야기는 더 이상 입에 담지 말게나. 더 알려고 할 필요도 없네.
씬 23 의형대 또 다른 옥사
낭인1,2와 함께 그 수하들 여러 명이 앉아 있다.
낭인1 아,아...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억울하게 돌아가신 주군의 원수를 갚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인가?
낭인2 하지만, 궁예가 죽었다는 소식은 아직도 없사옵니다.
낭인1 독화살을 맞았어. 절대로 살수가 없어. 허허허. 게다가, 궁예를 도운 왕건까지도 죽게 만들었으니 우리는 일거양득을 얻었네. 여한이 없어. 우리는 주군께 마지막 충성을 다한게야.
낭인2 심한 고문을 당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순순히 넘어가니 다행이옵니다.
낭인1 이미 그럴 줄 알고 한 일이야. 우리는 어차피 죽게 돼있어. 편안히 죽을 수 있는 것도 다 저 세상의 주군께서 도와주시는 것일세.
낭인2 우리는 이렇게 놓아두고 왕씨 일가만 잡아들이는 걸 보면 어쩌면 우리를 놓아줄지도 모를 일이 아니옵니까?
낭인1 그 무슨 해괴한 소린가?
여기서 살 생각을 하다니..... 우리는 어차피 죽어. 사내답게 죽을 각오들을 해야 할거야.
낭인2 ........ (겁먹은 눈으로 생각이 많다)
낭인1 지금쯤 백제의 견훤왕이 손벽을 치고 좋아하겠구먼 그래. 하하하. 우리가 얼마나 좋은 선물을 주었는가 말이야. 하하하.......
씬 24 백제 황궁 대전
견훤이 장계를 보며 껄껄껄 웃고 있다.
최승우, 능환, 김총이 함께 해 있다.
견훤 이 장계를 좀 보게나.
장수들이 아주 난리로구먼 그래. 싸우고는 싶은데 명령이 없다는 것이야.
능환 어찌 아니 그렇겠사옵니까? 왕건이 없으니 적군은 지금 풀이 죽어 있을 것이옵니다. 더군다나 대역죄인에 연루되어 소환이 되어 갇혀 있다하니 어찌 아니 그렇겠사옵니까?
김총 맞사옵니다, 폐하. 이럴 때에 군사를 움직이셔야 하옵니다.
견훤 어떤가, 파진찬?
최승우 그렇사옵니다. 바야흐로 때가 무르익었사옵니다. 전선에 나가있는 첩자들의 보고를 들으니, 그동안 마진군은 야금야금 조령과 죽령에서 그 험준한 산맥을 넘어 동으로는 예천과 고창 근변까지 전진배치되어 있고, 서쪽으로는 여전히 조령 산맥을 경계로 하고 있다 하옵니다.
견훤 그랬어? 하긴 그 경계가 워낙 변화가 무쌍하니 그럴만도 할 것일세. 에잉...... 아버님께서만 확실하게 우리를 지원했더라면 어찌 저들이 예천까지 다 이르 렀겠는가? 그 생각만 하면.... 속이 상해.
최승우 이번이 기회이옵니다.
적들을 완전히 몰아 넣으시고 확실하게 장악을 하시오소서.
견훤 옳은 말이야. 장수들이 앞서 가 있지만, 아무래도 내가 다시 직접 가 보아야겠어.
최승우 그리하시오소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옵니다. 이번 기회에 다시 한 번 아자개 어르신과도 화해를 시도해보시오소서.
견훤 (한숨) 다 잘되는데 그 일만은 어렵단 말이야. 이거 참.....
최승우 그래도 계속 문안을 드리시고, 도움을 이끌어 내야 하옵니다.
견훤 아무튼 해보아야지 어쩌겠는가? 서남해 쪽이 수달이 여전히 지키고 있으니 든든할 것이고, 이보게 김장군.
김총 예, 폐하.
견훤 여기 도성은 이찬에게 맡겨 놓고 출전 하도록 하자. 이미 군사가 준비 되어 있으니 즉시 떠나도록 조처를 하라.
김총 예, 폐하.
씬 25 동 황후전
박씨가 눈을 크게 뜨고
묻는다.
박씨 무어라? 장군들을 모두 상주 쪽으로 보내 놓았는데, 폐하께서 또 가신단 말인가?
고비 그렇게 들었사옵니다, 황후마마.
박씨 싸우는 것이 뭐가 그리 재미 있다고...직접 또 가신단 말인고?
고비 소인도 그런 생각이 드옵니다. 손수 가실 것까지야 없는 일 아닙니까?
박씨 모를 일일세. 또 그곳에 가셔서 얼마나 우리 태자들을 잡으려고 그리 하시는고?
고비 .....
박씨 그리고, 아버님과는 또 어찌 만나시려고....세상에.... 상주에서는 대체 무엇하러 가신단 말인가?
씬 26 사불성 외경
씬 27 동 성 안
아자개가 눈을 크게 뜨고 묻는다.
아자개 뭐라고? 왕건이가 송악으로 소환이 되어 갔어?
용개 그렇다하옵니다, 아버님.
계모 아니 왜? 소환이라니.... 그렇다면 전쟁을 아니하겠다는 것이 아닌가?
대주 그런 것이 아니라 마진국 내부에 무슨 소요가 있는 듯 하옵니다. 갑자기 불려가 소식이 끊겼다 하옵니다.
아자개 그래? 그럼, 박술희도 갔느냐?
대주 장수들과 군대는 남아 있고 왕장군만 갔다 하옵니다.
아자개 그래. 거, 왕건인가 누구인가 한 번 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싱겁게 가버렸단 말이냐?
계모 그래도 박술희 장군은 남아 있다지 않습니까?
아자개 그래, 그렇다고 했지.
한번 또 올 때가 되었는데... 아니 그러냐, 대주야?
분명 올 때가 되었다구.
대주 .....( 한심한 듯 시선을 돌려 버린다)
씬 28 상주 전선 외경
산야에는 여전히 많은 깃발들과 군사들이 곳곳에 진을 치고 있다.
씬 29 충주관아
세 가신이 모여 앉아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유금필이 보고 있던 전문을 접는다.
능산 형님, 송악에서 온 전문이 아니옵니까? 무어라고 쓰여 있사옵 니까?
유금필 주군께서 하옥되셨다네.
두아우 예?...
유금필 폐하를 시해하려던 음모가 있었다는 게야. 그 배후로 주군의 일가들이 의심을 받고 있다네.
박술희 그럴 리가 있사옵니까?
아니 어떻게.... 그런....
유금필 조정에서 조사 중이니 군은 동요치 말고 임무를 수행하라는 게야.
능산 그렇다면 주군께서는 어찌 되시는 것이옵니까?
유금필 그곳 사정이 아주 나쁜 것 같네 그려.
박술희 그러면, 이곳 상주 전선은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듣자하니, 주군께서 아니 계시는 사이에 환선길 장군이 죽령 아래 예천 까지 깊숙이 들어갔다 들었사옵니다.
유금필 그곳은 워낙 취약하여 백제에서도 크게 생각지 않는 곳일세.
박술희 하지만 적이 정면전을 해오면 위험한 곳이 아니옵니까?
유금필 몰론 그렀네만은 어쩌겠는가? 지금은 환장군이 임시 총사가 되었네. 그나저나 주군께서 어찌 되신 일일꼬....답답하구먼.... 주군께서 폐하를 시해하는 누명을 쓰고 계신다니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아무래도 내원 그 사람이 ....의심스럽네 그려.
씬 30 송악 황궁 내원
종간이 노려보듯 복지겸을 보고 있다.
오랜 침묵이 흐른다.
종간 그동안 잠시 적조했소이다, 복장군.
복지겸 예, 내원어른.
종간 요즘 아주 바쁘시다 들었소이다.
복지겸 무슨..말씀이신지?
종간 허허, 몰라서 물으시는 게요? 폐하께서는 사경을 헤매시고 나라는 화급지경에 빠져 있는데 많은 신료들과 더불어 신천의 강장자 어른까지 병부령을 만나셨다지요?
복지겸 아, 그것은 저......
종간 뭐, 소문이겠지만....
그 어리신 태자마마들의 보위 까지 이야기가 나왔다면서요?
복지겸 오...오해이시옵니다. 그럴리가요?
종간 이보시오, 복장군.
복지겸 예, 내원어른.
종간 이 나라의 군권을 쥐신 분이시오. 자중하시구료.
복지겸 ........
종간 참외 밭에서 신발 끈을 메지 말라고 하였소이다. 아시겠소이까?
복지겸 예........하오나, 소인이 의심 받을 짓을 한 적은 없사옵니다.
종간 압니다,. 알아요.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주변에서 자꾸 조용히 있는 사람을 건드린다 그 말이요. 아시겠소이까?
복지겸 예, 내원어른.
종간 작은 부대의 이동까지도 우리 내군에서 다 파악을 하고 있소 이다. 병부에서도 사소한 일까지 모두 그때그때 즉시 즉시 상황을 알려 재가를 받도록 하시오.
복지겸 그리하겠습니다, 내원어른.
그때, 소리가 들려온다.
대전내관 (E) 내원어른, 대전에서 왔사옵니다.
종간 대전? (문을 열고) 무슨 일인가?
대전내관 폐하께오서, 폐하께오서 정신을 수습하고 계신다 하옵니다.
종간 뭐라?
대전내관 깨어나고 계신다 하옵니다, 내원어른.
종간 뭐라?
씬 31 동 대전
설부의 시술이 계속되고 있다. 기를 넣을 때마다 궁예의 전신이 충격을 받아 떤다. 눈가풀이 열리고 동공이
움직이고 있다.
박유가 놀라서 보고 있다. 설부는 더 열심히 기를
불어넣는다.
박유 (놀라 소리친다) 깨어나고 계시옵니다. 폐하께오서 깨어나고 계시옵니다. 폐하께서... 폐하께서........
카메라, 꿈틀거리며 눈을 번쩍 뜨는 궁예의 모습에서 스톱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