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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추모 심포지엄 방청기
-출발은 좋았으나 초점이 안 맞았다
김두수(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7월 7일(화)은 숫자만으로 기분 좋은 날이다. 이날, 조계사에서 아침 9시30분에 시작하여 오후 7시까지 “노무현의 시대정신과 그 과제”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이 있었다. 주최자는 광장,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생활정치연구소, 세교연구소, 좋은정책포럼, 진보와개혁을위한의제27, 코리아연구원, 한국미래발전연구원으로 8개의 연구기관이 함께했다. 자료집에 나온 대로 ‘노무현 현상’, 노무현적 가치, 노무현 시대가 갖는 의미를 찾고, 그의 시대가 남긴 과제들을 어떻게 볼 수 있는지를 알아보는 집단토론이었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제1부 ‘2009년 한국사회와 시대정신으로서의 노무현’이라는 주제로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이 사회를 맡아서 토론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머리가 나쁜 놈들은 말씀하신 핵심이 떠오르지 않고 예를 들어 말한 ‘사례’만 기억한다고 내가 꼭 그 꼴이다.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이다. 방청석에서 한 분이 항의성 질문을 했다. 대충 기억이 이렇다.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 2달 동안 조중동은 말할 것 없고, 오히려 한겨레와 경향신문이 더 공격했다. 한겨레의 안수찬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한 기사를 쓴 적이 없지만, 경향신문의 이대근 기자는 노무현 대통령을 심하게 공격했다. 이 토론의 자리에 나온 것이 부절절하다. 한국 언론의 문제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어서 유시민 전 장관도 질문했다.
“나도 그때 가슴이 많이 아팠다. 대통령이 서거하기 전까지 사실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기사가 없었다. 지금까지도 진실은 무엇인지 잘 모르는데, 그때 진실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과정이 왜 없었는가하는 의문이 있다. 여기 토론자 중에 절반이 언론인이니까. 왜 이렇게 보도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말씀해 달라.”
대답 순서는 안수찬 기자로 시작했다. 이것 역시 기억이 정확하지 않고 대강의 주요 발언과 그때의 느낌으로 정리해 본다.
“고인의 유지를 받들 사람은 상주다. 그 외의 사람은 빈객의 자리다. 우리 모두는 빈객이다. 빈객이 과도한 슬픔을 표현하거나, 고인의 유지를 독점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것 같다. 빈객이라고 해서 1/n만의 잘못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겨레는 서거 직후에, 그간의 보도에 사과했다. 한국 언론의 문제점을 이 자리에서 다 말씀할 수도 없고, 부적절하다. 한국 언론시장의 문제점에서 나타나는 독과점, 마케팅구조, 보도형태 등 여러 가지를 종합해서 토론해야 한다.”
두 번째, 답변은 이대근 경향신문 정치 국제에디터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을 지지했다.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의 비판보도는 취임 3개월 후부터 시작되었다. 그 좋던 시절에 국회 연설부터, 이해할 수 없는 실망이 있었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개혁이 실패하는 과정에서 비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론인의 관점에서 당연한 비판이었다.”
세 번째 답변은 김종배 시사평론가였다.
“안수찬 기자의 정답처럼 시간이 없으니 짧게 답변하겠다. 앞에서 제가 살펴본 것 중에서 2가지는 한 것 같다. 인간 노무현,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대중적 평가는 있지만,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평가는 유보되어 있는 것 같다. 이 자리는 추모의 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대통령 노무현에 대한 것은 다른 자리에서 더 충분하게 평가할 수 있는 계기가 있을 것이다.”
정확한 기억이 아니라서 발언이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지만, 이 날의 토론의 의미를 잘 정리하는 발언들이었다. 노무현과 언론이라는 주제 외 주제로 빠질 뻔 했지만, 역시 언론인다운 감각 덕분에 제 자리로 돌아왔다. 이날은 분명 ‘추모’ 심포지엄이었다. 이 날은 계단과 출입구까지 간이의자를 마련할 정도로 추모를 위한 방청객이 200명 넘게 왔는데, 하루 종일 그 숫자가 줄어들지 않았다. 제2부, 제3부의 과정에서도 ‘추모’ 심포지엄이 분명했다. 방청객의 발언이나 질문도 그러했고, 진행도 그러했다. ‘추모’ 심포지엄으로써 의미와 함께 그 한계도 함께한 토론회였다.
점심을 먹고, 제2부 토론은 ‘민주화 시대와 노무현 시대’라는 큰 주제 아래 손혁재 경기대 교수의 사회로 4명이 발표하고 4명이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세계사적 진보와 노무현 시대’에 대해 김호기 연세대 교수가 발표하고, 김윤태 고려대 교수가 토론하는 방식이었다. 제1부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회고의 의미를 평전(評傳)식으로 평가해 보고, 또 여론을 통해 본 노무현이라는 주제로 감성적 토론회였다면, 제2부는 본격적인 학술 토론회 형식을 취했다. 각각의 주제만으로도 하루 종일 토론해야 할 것을 4개씩 배치함으로써, 깊은 토론보다는 한 번씩 짚고 넘어가는 방식이 되었다.
김호기 교수는 완성된 논문이 아니라서 필자의 허락 없이 인용을 삼가달라고 했는데, 대강 요약하면 이렇다. 발표문의 초점은 신자유주의와 세계사적 진보의 흐름 속에서 노무현의 시대가 갖는 의미를 살펴보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구조적 강제’로 정리하고, 노무현의 등장이라는 민주화 시대를 ‘경로의존성’으로 정리하여 시대적 변화에 대처해 갔다는 가설이다. 즉, 노무현의 전략적 선택은 중도 진보의 현실주의적 기획으로 긍정적 평가를 했다. 반면에 사회 양극화 해소, 정책 추진의 사회적 합의를 형성하는데 실패함으로써 아쉬움을 남겼다는 것이다.
김호기 교수의 발표문 중에서 재미있는 것은 ‘울리히 벡’이 명명한 ‘신자유주의 좌파’와 노무현 대통령의 항변 섞인 ‘좌파 신자유주의’가 우연찮게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제3의 길’이 사회민주주의의 ‘국가의 실패’를 대신하여 등장한 신자유주의에 대응한 발전전략이라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정책은 직면한 한국의 현실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변형된 형태로 등장함에 따라 한국적 수용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판단에 근거 한 것으로 파악했다. 또 하나 노무현 시대는 ‘라인하르트 코젤렉’이 말한 ‘지나간 미래’를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다. 이미 지나간 과거이지만 여전히 성취하지 못한 미래, 아직 시작하지 못한 미래가 노무현 시대가 남긴 유산일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음미해 볼만 하다.
김윤태 교수는 김호기 교수의 발표에 대한 토론자로서 역할보다는 탈 지역주의에 대한 발언을 주로 하였다. 김윤태 교수는 노무현 정부의 평가에서 중요한 것은 첫째 지역주의 극복의 문제, 둘째 복지국가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하는 것으로 보았다. 효과적인 정책만이 탈 지역주의를 가능하게 한다고 하면서 영남의 노동자, 중산층이 지지할 수 있는 ‘정책제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미국의 프랭클린 뉴스벨트 대통령의 뉴딜도 토목사업이 아니라, 복지정책이며, 고용 정책이었다는 예를 들었다.
안병진 경희사이버대 교수의 발표 주제는 ‘민주화 시대와 노무현 정부’로 한국 정치의 ‘낙후성’과 함께 ‘선진성’을 보아야 한다고 했다. 인사청문회의 정치적 활용, 사법부 최종심급주의 현상 등 새로운 현상은 제왕적 대통령제로만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는 한국 최초로 민주공화국의 구현을 본격적으로 고민하였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강원택 숭실대 교수는 정치개혁과 민주주의 심화에 기여했다는 대체적 평가가 있다고 하면서 재임 시에 긍정적으로 평가했던 제왕적 총재제도의 청산, 지역주의 극복 등이 지금에 와서 전반적으로 후퇴하고, 권력기관의 복귀와 지역주의 정당공천제도의 후퇴가 나타나면서 제도화에 실패했다고 정리했다. 그럼에도 헛수고와 거품이라고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5년의 민주주의, 광장의 경험은 기억으로 남는다. 다만 과제로 “왜 제도화에 성공하지 못하나?”하는 사회적 과제를 남겼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극복과 노무현적 가치’라는 주제로 발표한 정해구 성공회대 교수는 한국 지역주의 정치실태를 통계를 통해서 살펴보고, 노무현 시대의 탈지역주의 노력에서 성패와 관계없는 ‘가치’를 주목했다. 서울 수도권과 지방과의 격차가 극심할수록 지역주의가 심화된다는 가정과 다양화되고 격화되는 한국사회의 갈등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지역주의 극복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서 현 시점에서 민주당의 확대나 새로운 당이 건설되어서 영남으로 확대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영남 민주세력이 뭉쳐서 ‘영남민주연대’ 등을 결성하여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정상호 한양대 교수는 지역균형발전문제에서 광역수도권 구상 등으로 김문수가 이득을 취하고 있다고 하면서 지역균형 발전이 인구구성에서 불리하다고 방관하고 폐기하는 것은 정치적 무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방자치제의 확대, 경찰자치제, 대학과 공공기관의 실질적 이전을 주장해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의 대연정을 재평가할 필요가 있는데, 한국 지식인 사회가 북구 사민적 모델을 선호하고 있다. ‘연합정치’를 주장하면서 대통령제에 맞추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의회중심제’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이명박 실패도 헌법체제의 문제에서 비록 되는 측면이 많다는 것이다. 영국의 녹색당은 최초의 녹색당 운동이었는데, 한때 15%의 지지를 얻었지만, 소선거구제로 인해 의회에 진출하지 못했다. 독일녹색당은 성공했는데, 영국녹색당은 결국 실패했다고 하면서 중대선거구제 의회중심제로 개헌을 생각해 볼 때라는 것이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의 ‘노무현 시대와 시민사회’ 발표와 박재묵 충남대 교수의 토론은 생략하겠다. 제3부는 ‘노무현 시대가 남긴 과제’라는 주제로 이병천 강원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김연철 한겨레평화연구소장이 대외분야를,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가 정치 분야를, 김형기 경북대 교수가 경제 분야를, 손석춘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장이 사회 문화 분야를 발표했다. 토론에는 김태일 영남대 교수, 송기도 전북대 교수, 이태수 현도사회복지대 교수, 천호선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나왔다. 모두를 소개할 능력이 없어서 종합적인 발표와 토론을 정리하고, 방청객의 질문과 발언을 중심으로 정리하겠다.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의 구상은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를 이어서 진보개혁세력 내부에서 이견이 없는 사안이다. 다만, 이날 후반부에 방청석에 앉았던 이종석 전 장관의 문제제기인, 미국과 관련한 한반도와 외교정책에서 나타나는 이견을 ‘사실’에 기초하여 비판하라고 한 것은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남주 교수가 언급한 꿈 이야기는 참 재미있었다. 흔히 남자들이 꾸는 시험을 다시 치는 꿈, 지각하는 꿈, 군대에 다시 가는 꿈이 있는데, 최근에 도망갈 수 없는 감옥에 있는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위기에 빠졌다는 현실진단에서 논의를 시작했다. 이남주 교수가 ‘노무현시대의 좌절’이라는 책에서 정리한 노무현의 정치에 대한 비판과 과제를 기대하고 갔던 나는 무척 실망했다. 그 책에 대한 반(反)비판을 조직했던 우리 ‘사회디자인연구소’는 논쟁을 한 차원 발전시켜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날은 민주주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정치연합’의 긍정적 가능성을 제안했고, 지역주의 문제는 언급하면 할수록 더욱 지역주의가 악화됨으로 구호가 아니라 현실적 대안을 찾아보자는 제안이었다. 김형기 교수는 “국민은 참여정부가 무엇을 잘 했는지 몰랐고, 참여정부는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몰랐다.”고 전제하고, 노무현 정부 초기는 한국형 제3의 길을 추구했는데, 집권 후반기 한미FTA라든가, 동북아 금융허브전략은 신자유주의 정책을 그대로 추종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시대가 남긴 경제정책 과제는 동반성장체제, 균형발전사회, 사회투자국가를 통한 민중의 실생활을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경제정책을 펴는 것으로 정리했다.
토론에서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가 중요하다고 하면서 첫째 신자유주의 극복을 주요하게 생각하는 정치세력과 민주와 반민주를 해결하는 것이 주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세력간의 힘을 합하는 문제, 둘째 제도정치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정치세력과 운동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세력이 합치는 문제, 그리고 제일 중요한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세력과 개혁세력이 힘을 합치는 문제라고 했다. 그래서 영남 독자 행보는 노무현의 뜻이 아니고, 또 다른 지역주의 발상으로 비판받을 소지가 강하다고 반대했다. 개혁을 강하게 진행할 때는 영남에서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지도력과 정책이 우선이므로 함께 가야한다고 강조했다. 송기도 전북대 교수는 진보진영의 단결을 통한 집권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스페인의 예를 들었다. 프랑코 사후, 81년에 쿠데타가 발생했지만, 국왕의 노력으로 실패하고 총선에서 ‘사회노동당’이 집권했는데, 그들은 국유화 노선 철회, 나토 가입 추진을 약속했고, 결국 16년을 집권했다. 그래서 스페인의 보수당이 변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대와 단결이 중요하고, 양보하고 기억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토론에서 가장 비판적 입장으로 토론한 사람은 이태수 교수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 때, “분배는 목적이고, 성장은 수단이다. 이제 국가가 할 일은 복지밖에 없다”고 했는데, 집권 5년 동안 복지는 긍정적이지 않다. 1년은 방임하고 1년 반은 로드맵 짜고, 2년 정도 실행했는데 그것이 ‘비전 2030’이다. 복지정책의 실패는 사회정책이 준비가 안 되어 집권 후에 로드맵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는 경제 관료의 덫에 걸렸고, 신자유주의 덫에 걸려서, 보편적 복지를 외면했고, 사회양극화를 해소하려고 했으나 그 결과 경제에 쏠리는 민심을 유발시켜서 소위 ‘경제대통령’이라는 유인 요소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연대와 동맹을 강조하는데, 연대의 실체와 형식은 반지역주의이겠지만, 정책에서는 ‘복지동맹’일 것이다. 그래야 지식인, 시민사회가 함께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천호선 전 청와대대변인은 개인 자격으로 나왔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통일 안보정책은 대통령 차원의 아젠다로서 10.4선언은 실용적 평화정책이었다는 것이다. 지역주의 극복 문제는 제도의 문제와 주체의 문제가 있는데, 제도는 광역비례대표제도와 중대선거제를 제안했는데, 주체의 문제는 지역주의에 의존한 기득권 세력의 강고한 뿌리로 어려웠다. 우리가 제안했던 ‘대연정’을 생각하면 가슴 아픈데, 최근 연합정치를 제안을 보면서 새삼스럽다고 하면서, 개헌문제에서는 제2의 원포인터 개헌으로 대통령선거 결선투표제를 도입해 보자고 제안했다. 촛불을 보면서 국민들의 행동양식을 수용할 수 없는 정당체제의 문제점을 보게 되었다. 새로운 유형의 정당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지도자가 좌지우지하지 못하는 정당, 지지자가 참여하는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날 가장 뜨겁게 갑론을박을 하게 되는 발언이 나왔는데,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미안해 할 사람들이 있다. 언론인, 진보 지식인, 여론주도층을 비롯한 학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상업적 자세가 있었다면 되돌아보아야 연대가 가능하다"고 했다.
제3부의 토론은 참여한 시민들이 다수 발언을 했는데, 시민광장 회원이라는 사람은 참여정부의 복지가 실패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면서 암과 치매 환자들은 엄청난 복지의 혜택을 봤다는 주장을 했다. 또 한 사람은 기조 발제자에 비판과 제언을 한다고 하면서 방폐장 문제 등에서 이중적 형태를 취한 시민단체가 많다고 직접적 거론을 하면서 ‘치고 빠지기’라고 지적하자 토론 사회자가 직접적 거론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한 여성은 오늘 발표자 토론자 전원이 남자라서 실망했다고 하면서 자료를 보니까 ‘이남주’가 있어서 여성이 한명은 포함된 줄 알았는데, 직접 보니 남성이라고 하면서 ‘사람 사는 세상’은 절반이 여성이라고 꼬집었다. 한 방청객은 지역주의 극복을 위한 아이디어라고 하면서 지역의 명칭을 한번 바꿔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상도를 전라도로 전라도를 경상도로 바꾸자는 것이다. 또 한 토론자는 노무현의 시대정신을 말할 자격은 지식인이나 교수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늘 교수들만 나왔는데, 앞으로 현장에 있는 사람들도 참여하는 토론회를 열어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한 젊은이는 북한의 인권문제에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던졌고, 노무현 사저를 기념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죄의식과 두려움인데, 자각과 사랑으로 내적 극복을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었다. 그 후에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의 긴 발언이 있었고, 사회자가 유시민 전 장관의 발언을 요청했지만, 본인은 오전에 2번 발언했으므로 정중히 사절한다고 했다.
방청석의 발언과 질문에 대한 답변의 과정에서 함께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도 있었고, “논쟁하는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나왔다. 이 날 토론을 지켜보면서 발표자와 토론자, 그리고 방청객까지를 포함해서 노무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현상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시대에 와서 진보개혁세력의 분화, 또는 민주개혁세력의 분열이 극대화한 현상에 대해 조명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디자인연구소’에서 집중적으로 조명한 ‘시대정신’의 본질과 전환에 대한 인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을 빼고는 노무현 시대를 제대로 평가할 수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심포지엄 제목에 있었던 ‘노무현의 시대정신’에 대한 토론이 표피적인 문제만 토론하고 말았다는 느낌이다.
간과하고 있는 또 다른 하나는 87체제의 핵심적 특징 중에 하나인 2004년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을 포함하여)의 원내 진출의 정치적, 역사적, 사회적 의미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2004년까지 다양한 형태의 비판적 지지가 범민주당 계열에 집중되었다. 딱히 다른 선택이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집권 가능한 유일한 당이었다. 그때는 ‘집권’이 중요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탄생하고 난 후는 ‘집권’보다 더 중요한 ‘가치’가 존재하기 시작했다. 올바르지는 못하지만 집권의 가능성 때문에 ‘민주당 계열’을 지지했던 지식인 사회가 현실적 성취는 없지만 옳은 소리를 하는 ‘민주노동당’을 정신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정치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민주당 계열’을 통해 해결하지만, 가치적 사안에 대한 지지는 ‘민주노동당’을 통해 해결하는 시이소 게임을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즐겼다는 사실에 대해 심각하게 돌아보지 않기 때문에, 이 날의 토론에서 “힘을 합하자!” 라고 말하지만, 실현가능성과는 거리가 먼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식인과 시민사회가 한국 현실을 똑바로 본다면 민주노동당의 주장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정치적 구호인지는 잘 알 것이다. 그래서 한국사회를 제대로 똑바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 비록 그 과정까지는 못 가더라도, 지난 온 노무현 시대를 제대로 조명하려면 왜 노무현의 집권기에 진보개혁세력이 분화했는지를 그 원인과 과정을 정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그 작업이 노무현 시대의 평가 핵심이다. 그래야 집권 가능한 ‘진보의 재구성’이 가능할 것이다. -끝-
* 좋은정치포럼 홈페이지에서 가져온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