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로 진짜 ‘수학 여행’ 떠날까?
우리 문화유산에서 비례, 원주율, 입체도형 등을 배우는 수학 답사 여행
우리 겨레의 수학 유산을 알아보며 수학과 친해지는 답사 여행
학교에서 교과 과정으로 수학을 배우는 우리들은 흔히 수학이 서양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주변의 문화유산을 돌아보면 우리나라에도 오래전부터 빼어난 수학 전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석굴암은 1만분의 1의 오차도 없이 완벽한 수학 계산으로 만들어졌고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을 보면 옛 사람들이 오늘날 사람들 못지않게 정밀한 비례를 따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수학사에 관해 관심을 갖고 1996년에 『우리 겨레 수학 이야기』를 출간한 바 있는 저자는 이번에 우리 겨레의 수학 유산을 알아보며 수학과 친해지는 여행길로 신라 천년의 수도, 경주 답사 여행을 제안한다. 경주는 학교에서 수학여행으로 가장 많이 가는 곳. 도시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유적 지구로 지정될 만큼 뛰어난 유산이 가득하다. 뛰어난 유산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과학적으로 우수하고 예술적으로 탁월하다는 것인데, 여기에는 바로 수학이 숨어 있다. 옛 사람들이 수학을 잘 이용하였기 때문에 문화유산이 완벽하게 만들어질 수 있었고, 수천 년이 지나도 굳건히 유지되어온 것이다. 조금의 오차 없이 꼼꼼히 계산하는 정밀한 수학 실력이 있었기에 튼튼하게 지어졌으며, 세련되고 멋진 수학 비례로 만들어졌기에 보기에 아름다운 것이다. 경주의 문화유산에 담긴 수학적 의미들을 하나하나 자상히 풀어주는 저자의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은 옛날 사람들이 수학을 어떻게 이용했는지 알게 되고 우리 조상들의 수학 실력이 만만치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자연스레 수학적 논리에 한결 가까워질 것이다.
문화유산 속에 담긴 수학 원리가 수학적 사고를 키워준다
저자는 현재 교과 과정에서 배우고 있는 수학의 원리나 비례, 공식들이 우리 수학 유산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나타나는지 차근차근 풀어간다. 저자의 설명을 따라 유물들을 뜯어보다 보면 우리는 수학의 원리를 더 명료하게 이해할 수 있고, 수학 내용을 증명하는 저자의 자상한 풀이 과정을 보면서 수학적 논리를 키우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공식을 외워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수학이 문화유산 속에서 어떻게 구현되어 있는지를 실증하는 과정 속에서 학교에서 배운 수학 내용을 스스로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완벽한 수학의 세계, 석굴암
경주 수학 답사 여행의 백미는 석굴암이다. 건축이건 조각이건 훌륭함 뒤에는 수학이 있고 이것이 유물들의 아름다움과 시간을 견디는 견고함을 부여한다. 사람들은 석굴암이 우리나라 불교미술 중 가장 훌륭하다고 알고 있을 뿐, 실제로 과연 그런지, 또 구체적으로 무엇이 그러한지는 잘 모른다. 아주 잠깐 석굴암 본존불상을 바라보다 온다면 석굴암의 무엇이 그토록 빼어난지 알아내기 어렵다. 왜 세계 최고의 걸작인지 알기 어려운 것이다. 저자는 미술사적인 접근이 아닌 수학적 접근으로 이를 자상히 설명한다.
정교하게 관찰된 기하학적 작도를 바탕으로 하여 저자는 석굴암 속에 숨어 있는 수학적 의미들을 하나하나 불러낸다. 반지름 12자를 기본으로 주된 너비와 높이가 계산되었고, 반구형 천장에는 돌을 비녀 꽂듯 끼워 넣되, 정확히 등분하여 1만분의 1의 오차도 없이 간격을 정확히 맞추어 박아 놓았다. 또한 정사각형의 대각선 길이를 계산해내는 고도의 수학 실력을 발휘해 불상의 높이와 방의 높이를 정했다. 본존불상의 얼굴 폭, 가슴 너비, 어깨 너비도 수학 비례가 확연하다.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구고현
우리 겨레의 수학 실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느끼게 되는 대표적인 것이 구고현의 원리이다. 첨성대의 비례나 불국사의 청운교 백운교의 비례 등 우리 겨레의 유물 중 많은 것들이 구고현의 비례를 갖췄다. 구고현은 다름 아닌 직각삼각형 “밑변의 제곱과 높이 제곱을 더하면 빗변의 제곱과 같다”는 피타고라스의 정리와 통한다. 우리 수학에서는 밑변이 ‘구’, 높이가 ‘고’, 빗변이 ‘현’이다. 구고현 비례인 3:4:5 속에는 “하늘은 둥글고(원) 땅은 네모지다(사각형)”는 옛 사람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고 한다. 여기서 3은 원의 둘레를, 4는 정사각형의 둘레를, 5는 직각삼각형의 빗변을 계산한 것이다.
저자는 첨성대의 모양이 3:4:5의 비로 계산되어 만들어졌다는 것과 불국사 배치에 구고현 원리가 잘 담겨 있음을 쉽고 상세하게 풀어 보여준다.
조선시대 임금들의 수학 사랑
우리나라에는 훌륭한 수학의 전통이 있다. 서양의 수학에 익숙해진 요즘에는 생소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뛰어난 과학적 업적들 역시 수학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것이었고, 세종대왕 역시 직접 나서서 수학을 배우고 그를 바탕으로 조선의 과학을 발전시켰다.
정확한 음을 내는 피리를 이용해 도량형을 바로잡은 예도 유명하다. 쌀을 파는 상인들이 많은 이익을 내기 위해 부피 단위인 말과 되를 속이는 등 도량형 질서가 크게 어지러워지자 이를 바로잡기 위해 피리를 이용해 길이, 부피, 무게의 도량형 표준을 정하도록 했다.
정조 임금 역시 신하에게 ‘자’를 주며 올곧은 잣대로 백성을 다스릴 것을 주문했다. 조선시대에는 암행어사에게 마패와 함께 놋쇠로 만든 자 ‘유척’을 주어 지방에서 도량형 질서를 잡아 억울함이 없게 세금을 걷도록 단속했다고도 한다. 나라를 잘 다스리는 데 수학이 근간이 됨을 조선시대 임금들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
저자의 설명을 따라 유물에 담긴 수학적 의미를 짚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교과과정과 중등 교과과정에 나오는 수학의 원리를 깨칠 수 있다. 비례, 도형의 성질, 다면체 만들기 원리, 확률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내용도 쉽고 자상하게 풀어져 있다. 공식 외우기에 질렸거나 수학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권할 만하다. 수학을 전공한 전문가가 아니라면 이토록 명료하고 쉬운 언어로 수학 원리를 풀어서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까다로운 수학 풀이나 원리 설명을 가능한 한 쉽고 자상하게 펼쳐내려고 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또한 구구단을 외우기 전에 사용한 계산 막대나 창문의 문살을 이용한 곱셈 계산법과 “외상을 긋다”, “무리수를 두다”, “산통 깨졌다” 등 우리말 속에 담긴 옛 사람들의 수학 생활이 여러모로 흥미롭게 풀어져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수학을 다채롭게 소개하는 ‘우리 수학 더 알아보기’
호기심 많은 아이들을 위해 ‘우리 수학 더 알아보기’ 코너를 마련했다. 옛 수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서 본문의 수학적 내용을 심화한 다양한 정보를 담았다. 서양 수학과 동양 수학 이야기를 비롯하여, 지붕 곡선에 담긴 비밀, 윷놀이 할 때 확률 문제, 축구공을 만드는 법, 수의 자리 이름을 정한 배경 등 수학을 바탕으로 한 역사·문화·과학적 지식도 다채롭게 곁들여 교양을 넓힌다.
수학적 내용을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 일러스트
발랄한 그림으로 수학 내용을 쉽게 풀어준 화가 최현정씨의 그림은 자칫 딱딱해 보일 수 있는 수학에 친근한 느낌을 더한다. 수학적 내용을 편안한 톤의 만화와 수학유산 풍경을 담은 맛깔스런 일러스트로 표현해 독자들이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