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들은 제 무덤만큼의 그늘을 키우며 산다. 잎 넓은 오동나무 밑으로 비를 피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보면 모든 나무들은 방수의 그늘이 있다 활짝 우산이 펼쳐지듯 잎을 피워낸 그늘 밑으로 촘촘한 나뭇가지가 잡고 있는 잎의 넓이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후드득, 살구처럼 떨어지는 소리들
새들이 비를 피해 나뭇가지에 앉아 있다 모든 소리를 다 비우고서야 새들이 우산 밖으로 후드득 날아간다
잎의 계절이 다 지고 먼 곳에서 도착한 바람이 그늘마저 둘둘 말아 가면 새들이 앉았던 자리마다 새의 혀들이 소란스럽게 돋아날 준비를 할 것이다
몇 번의 여우비와 몇 번의 소나기가 다녀갈 것이고 그러는 사이 몇 개의 우산살은 부러질지도 모른다 자동으로 펴졌다 접히는 우산 모두 그늘을 다 접는 계절이 오면 간혹, 지붕 없는 새의 빈 집과 느슨한 바람들만 붙어 흔들리다 갈 것이다 그늘이 사라지는 자리에는 새의 혓바닥들만 부스럭거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