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있어 좋은 날
류미화
누군가 내게 안부를 묻는다.
잘 지내시지요 ?
네에........
내 대답은 짧지만 마음은 길어진다.
그건 그다지 잘 지내지 못하다는 뜻이겠지.
대답의 여운이 길어진 만큼
할 수 없는 말이 많다는 뜻이겠지.
상대의 걱정하는 마음을 배려함이겠지.
내가 뱉어내는 말들이
마음의 턱에 걸려 나아가지 못한다는 반증이겠지.
누군가 내게 안부를 묻는다.
어때요 ? 잘 지내나요 ?
그럼요, 잘 지내고 있어요.
말이 많아진 만큼 대답은 간결해진다.
말은 빨라짐과 동시에
동안 하고 싶었던 말들이 쏟아진다.
내가 뱉어내는 말들이
마음의 턱에 걸리는 것이 없다는 반증이겠지.
하루는 비가 내리고
하루는 햇빛이 든다.
햇빛이 너무 뜨겁다 보니
자연도 그 뜨거움을 식히라고
촉촉히 비를 내리듯
건성으로 메말라 가는 감성에도
촉촉한 정을 심으라고 비를 뿌린다.
내리는 비와 함께 묻어나는 것이
어디 정서 뿐이랴
나무들도 푸른 잎들도
빗줄기에 말끔히 씻기워져
자연과 함께 내가 맑아지는 것이지
비가 내리는 날이 많아
온 곳에 칙칙함과 아픔이 묻어난다.
질퍽해진 그리움을 말리고 싶어
햇살 가득한 날이 그리워진다.
꽃들과 나무들이 환히 드리운 햇살에게
반갑다고 윙크를 날리듯
우리들도 반가운 햇살에게
설레임의 윙크를 날리자.
비를 그치고 햇살을 줘서 고맙다고....
지금 이 햇살을 간절히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에 더욱 고맙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