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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엽기 혹은 진실..(연예인 과거사진) 원문보기 글쓴이: 내이름은 조난 당했죠
* 으드득 으드득
얼마 전 나는 지독하게 무서운 꿈을 꾸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가 하고 싶어 이 스레드에 글을 쓰게 된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전에 올라왔던 이야기들을 읽다보니 [고기다지기]라는 이야기와 대단히 비슷한 내용인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그것을 읽고 나 자신 역시 상당히 놀랐고, 비슷한 이야기를 쓰는 것이 약간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만, 결코 표절이나 창작이 아닌 실제 있었던 이야기이니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나는 학교에 있었다.
중학교다.
벌써 한참 전에 졸업한 학교다.
이것이 꿈이라고 알아차리게 된 것은 학교 안이 대단히 조용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지금 내가 중학교에 찾아오게 될 일은 없었다.
어쩐지 기분이 조금 나빴지만, 녹색의 복도나 걷고 있으면 삐그덕 삐그덕 소리를 내는 교실은 향수를 불러 일으켰다.
잠시 동안 어슬렁거리고 있는데 복도 구석에 있는 화장실이 눈에 띄었다.
[하하, 그립네.]
중학교 때의 나는 위장이 약해서 수업 도중 화장실에 가는 일이 자주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약간 이상한 말이긴 해도 화장실은 제법 친근한 존재였다.
[삐그덕]하는 소리를 내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여전히 더럽다.
나는 왠지 모르게 화장실 중 한 칸으로 들어간다.
양변기 위에 앉는다.
[어째서... 내가 이러고 있는거지...?]
거기에서 드디어 나는 자신이 꿈 속에서 하고 있는 행동이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도대체 왜 나는 꿈 속에서 화장실 칸에서 혼자 들어 앉아 있는 것인가."
점점 공포감이 밀려왔다.
[무섭다... 무서워! 왜 내가 화장실 같은 곳에 들어와 있는거야...!]
가벼운 패닉 상태에 빠져 두리번 두리번 주변을 둘러봤다.
그러자 움직인 그 순간, 바스락하는 소리가 윗옷의 주머니에서 들렸다.
무엇인가 싶어서 꺼내보니 그것은 별로 특별한 것은 없는 1장의 쪽지였다.
꾸깃꾸깃 접혀 둥글게 되어있었다.
열어 본다.
거기에는 내 글씨체로 이렇게 써져있었다.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의미를 모르겠다.
원래 글씨를 잘 쓰지 못하는 나지만, 거기 써 있는 글자는 평소보다 더 지저분하고 대단히 초조하게 쓴 것 같은 느낌이었다.
고개를 갸웃하며 의아해하고 있는데, 화장실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칸에서 소리가 났다.
[!!!!!]
깜짝 놀랐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소리는 끊길 듯 끊기지 않으며 계속되고 있었다.
그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았다.
으드득 으드득...
종이에 써져 있던 것과 같다.
그러나 이 소리가 무엇인지는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았다.
단지 확실한 것은 무엇인가 가벼운 느낌이 아닌, 어쩐지 무거운 느낌의 소리라는 것이었다.
나는 정말로 도망치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어째서인지 벽을 기어 올라 위에서 소리가 나는 칸을 엿보기로 했다.
물론 세심한 주의를 해서 소리가 나지 않도록 했다.
나는 보았다.
내가 있던 칸의 옆의 옆에서 소리가 나고 있었다.
모두 볼 수는 없었지만, 소리를 내는 것이 인간인 것은 알았다.
그것도 여자 아이다.
검은 머리카락의 단발머리.
마치 어릴 적 괴담의 "화장실의 하나코상"의 이미지 그대로다.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무엇을 하고 있는 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 아이가 머리를 위 아래로 움직일 때마다 그 [으드득 으드득]라는 소리가 울렸다.
나는 내가 이런 용기를 가지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큰 용기를 내서 더욱 몸을 가까이 했다.
그리고 나는 보았다.
소녀가, 방금 잘려나간 사람의 목을 두개골까지 으드득 으드득 소리를 내고 먹고 있는 것을...
나는 절규했다!
더는 이렇게 있을 수 없다!
잡아 먹힌다!
화장실 문을 차 부수고 거기에서 뛰쳐 나왔다.
발이 엉클어져서 소변기에 얼굴을 처박았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다!
뒤돌아보면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칸의 문이 서서히 열리고 있다.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전력으로 질주해 화장실을 나가 계단으로 내려간다.
모교였기 때문에 학교 내의 지리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내가 있는 곳은 3층.
계단을 한번에 3, 4칸씩 뛰어내려 곧 1층에 도착했다.
거기에서 나는 이상한 광경을 보았다.
신발장 근처에 한쪽 발이 없는 소년이나 기모노를 입은 여자아이, 그것 이외에도 요괴 같은 느낌의 기분 나쁜 녀석들이 우글우글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녀석들은 이상한 눈초리로 쳐다볼 뿐 적의는 없는 것 같아서 내게 덤벼들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 안심하며 학교를 벗어나 정문으로 달려 나갔다.
첫번째 문에는 열쇠가 걸려 있어서 나갈 수가 없었다.
두번째도, 세번째도, 네번째에도 열쇠가 걸려 있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오래된 자물통이어서 발로 걷어차니 부서지면서 문이 열렸다.
[살았다! 해낼 수 있었어!]
살았다, 해낼 수 있었어...?
내가 말했지만 이상한 기분이었다.
왜 밖에 나왔는데 해낼 수 있었다고 말한거지?
그리고 이 순간 드디어 나는 기억해냈다.
[...나, 이 꿈 전에도 꾼 적이 있다...]
그랬다.
전에 한 번 이것과 똑같은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 "으드득 으드득"이라고 적은 종이도 이전의 꿈에서 내가 쓴 것일 것이다.
이 문을 나가서 바로 오른쪽에 펜스를 베어내서 만든 것 같은 간단한 문이 있다.
전의 꿈에서는 거기를 넘은 순간 잠이 깼다.
그렇기 때문에 꿈이 깨기까지 얼마 남지 않은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해낼 수 있었다"라고 한 것이다.
이젠 으드득 으드득 녀석이 쫓아온다고 해도 전력으로 달리면 결코 잡히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문 쪽으로 돌아섰다.
온 몸이 굳어버렸다.
내가 기억하고 있던 때의 그 문은 언제나 열려져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닫혀 있었고, 게다가 무거운 자물쇠까지 걸려 있었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이야! 깔보지 말라구!!]
나는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초등학교나 중학교에 안 좋은 일이 많이 일어나면서 등하교 시간 외에는 모든 문을 닫아두게 된 것이다.
내가 전에 이 꿈을 꾸었을 때는 아직 그런 규칙이 만들어지기 전의 일이었다.
그러므로 문이 활짝 열려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 하늘을 우러러 보았다.
그런데 화장실의 창문에서 누군가 이쪽을 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으드득 으드득과 눈이 마주쳤다.
소름이 온 몸에 끼쳤다.
몸의 모든 털이 곤두서는 느낌.
등골이 언 것 같이 차가웠고, 체온도 급격하게 떨어졌다.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도망쳐야 해!!]
나는 어쨌든 달렸다.
저 놈에게서 조금이라도 도망치지 않으면 안 됐다.
거기에서 나는 기억해냈다.
확실히 급식실 쪽에 식재료를 싣고 오는 차가 들어오는 문이 있다.
그것은 상당히 낮으니까 기어 올라갈 수 있을 것이었다.
그 쪽으로 무작정 달려갔다.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바로 뒤에 으드득 으드득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나보다 빠르다.
50 미터도 남지 않아 곧 따라잡혀 버릴 것만 같았다.
이제 더 이상 어떤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달리고, 문이 보이고, 그것에 온 몸을 던져 기어가듯 올랐다.
마지막에는 굴러 떨어지듯 문 밖으로 온 몸을 내던졌다.
[해낼 수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까닭은 없었다.
단지 절대적으로 자신이 살아났다는 안심이 있었다.
나는 뒤를 돌아 학교를 바라보았다.
으드득 으드득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었던 것인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뒤돌아본 순간, 나는 다시 간담이 서늘해졌다.
으드득 으드득과의 거리는 떨어져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까웠다.
내 코 앞에 그 놈이 있었다.
나의 두개골을 양 손으로 움켜쥐려 했던 듯 손을 내민채 굳어있다.
그리고 그 놈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는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에서 나는 잠이 깼다.
당연히 온 몸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가벼운 현기증도 느껴졌다.
일어나서 내가 처음 한 행동은, 이 꿈을 잊지 않도록 노트에 메모를 한 것이었다.
매우 무서운 꿈이었기 때문에 나중에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이다.
그러나 메모할 만한 곳은 좀처럼 찾을 수 없었다.
책장의 안에 있던 낡은 노트를 드디어 찾아 연 순간 나는 또다시 할 말을 잊었다.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으드득"
노트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확실히 그렇게 써 있었다.
나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잠시 동안 움직일 수 없었다.
첫번째의 꿈은 이제 와서는 잘 기억할 수 없지만, 꽤 쉽게 도망칠 수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는 지금 이야기 한 대로다.
그러나 3번째는...
생각하는 것만으로 소름끼친다.
분명히 말해서 다음에 또 저 꿈을 꾸면 달아날 수 있는 자신이 없다.
만약 나중에 신문이나 TV에서 "잠을 자던 중 죽어버린 사람" 같은 기사가 있으면 그것은 어쩌면 나일지도 모른다.
결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지만.
* 응급환자
내가 당직이었던 밤에, 자다가 급하게 호출 당했다.
응급상황이었고, 아무튼 자주 있는 일이었다.
응급실에 가니 앰뷸런스가 병원에 막 도착했다.
앰뷸런스에 실려온 건 새까맣게 탄 시체. (처럼 보였다)
구급대원한테 물어보니
50대 남잔데, 운전 중에 교통사고가 나서
불타는 차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 하고 정신을 잃었다고.
일단 살아있긴 했지만
온 몸이 새카맣게 타서
고기 굽는 냄새가 사방으로 풍기고
토할 것 같았다.
전혀 움직임도 없다. 이제 시간 문제다.
「굉장하네. 일단 심장은 안 멈췄는데. 뭐, 가망은 없지만」
하고 구급대원이 말했다.
의사도 「아, 이거 굉장하네」라며 치료를 할 생각도 없어 보였다.
「심하다····」간호사도 무서워했다.
나는 일단 검사는 해보기로 했다.
의료기기가 있는 방에 들어가서 준비를 하는데
그 새카맣게 탄 환자가 실려 왔다.
주사를 놓으려고 혈관을 찾는데
피부가 새카맣게 타서 어디에 혈관이 있는지 통 모르겠고.
「아, 이거 엉망진창이라 주사도 못 놓게 생겼네」하고 중얼거리며
혹시나 멀쩡한 피부가 남아있는지 찾으려고 팔을 잡았을 때,
그 새카맣게 탄 환자가 말했다.
「···제 상태가 그렇게 심합니까····」
「아, 아」나는 말문이 막혔다.
계속 의식은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 대화를 다 듣고 있었다.
그 방에 있던 의사, 간호사, 나, 구급대원, 전원이 얼어붙었다.
뭐, 그 환자는 2시간도 지나지 않아 죽었지만,
몇 번이나 「저는 죽습니까?」라고 묻고.
우리는 몇 번이나 도망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 마네킹집
나에게는 영감이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귀신의 모습을 보거나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습니다.
그래도 대단히 무서웠던 경험이 단 한 번, 중학생일 때 있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여러분이 들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14살 때 아버지를 여읜 나는 어머니의 친정으로 함께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오래 전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외할머니와 어머니, 나라는 여자만 3명인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아버지가 죽었다는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환경에 빠르게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불안하기도 했지만 내가 처한 환경에 동정을 느꼈던지 전학간 학교의 친구들은 모두 상냥하게 대해 주었습니다.
특히 S라는 아이는 막 전학 온 나에게 대단히 친절하게 대해 교과서를 보여주거나 말상대가 되어주곤 했습니다.
그녀와 친구가 된 나는 자연히 마음을 열 수 있었고 2개월 정도 지난 뒤에는 서로 장난을 치거나 즐겁게 서로 웃기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반에는 F라는 예쁘장한 여자아이가 있었습니다.
나는 어쩐지 그 아이에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물론 이상한 의미에서가 아니고, 여자인 내가 보아도 [귀엽구나] 싶을 정도의 몸집이 작고 예븐, 연약한 느낌의 아이였으므로 동성으로써 호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해 얼굴이 조금 까맣고 키가 크기 때문에 지금 생각하면 어느 정도 부러움도 섞여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관심을 끌려던 노력이 효과가 있었던 것인지, 자리를 바꿀 때 그 아이와 나는 짝이 되었고 조금씩 조금씩 이야기를 나누다 그 아이도 어머니와 둘이서만 산다는 것을 알고 더욱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렇지만 F의 경우에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이 아니고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도망쳐 버렸다고 하는 것 같았습니다.
F 역시 여자끼리만 살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이 아이와 친구가 되어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단지 그것은 그녀의 집에 놀러 갈 때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뿐이었지만...
그 날 내가 왜 F의 집에 찾아가게 된 것인지 나는 기억하고 있지 않습니다.
상당히 오래 전의 이야기이도 합니다만 그것보다도 그녀의 집에서 본 것이 너무나도 강한 인사을 남겨서 그런 하찮은 것은 모호해졌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 때 S도 함께 있었습니다.
S는 평소 F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고 내가 F와 친하게 지내는 것 역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런데도 왜 그녀가 함께 있었던 것인지 나는 기억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학교가 끝나고 집이 반대 방향인데도 나와 S는 어떤 일 때문에 F의 집에 들르게 된 것입니다.
그녀의 집은 엄청나게 낡아보이는 단층집으로, 나무로 된 벽은 뒤로 젖혀져 있는데다 정원은 거의 없고 이웃집과의 사이가 50cm도 되지 않는 듯한 비좁은 곳에 있었습니다.
나는 조금 놀랐습니다만 곧 그런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낡은 것이라면 우리 집도 만만치 않았고, 아버지가 없기 때문에 생계가 어려울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입니다.
[어머니]
F가 부르자, 조금 주름이 졌지만 안에서 상냥한 표정을 지은 예쁜 아주머니가 나와서 나와 S에게 이 쪽이 무안해질 정도로 깊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습니다.
빨래를 하고 있었던 듯 손에는 수건이나 속옷을 든 채였습니다.
[마실 것을 가지고 올게요]
상당히 즐겁게 말해왔는데, 집에 놀러오는 딸의 친구가 적기 때문일 거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F는 내게 [집에 다른 사람은 잘 오게 하지 않아.]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만약 F의 방이 여자아이답지 않더라도 놀라지 않기로 나는 마음 먹었습니다.
그런 사소한 것으로 우월감을 가지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녀의 방문이 열렸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예상치도 못한 것이었습니다.
F가 예쁜 아이라는 것은 이야기했었습니다만, 역시 그런 아이답게 방에도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밝은 색의 커튼이 쳐져 있고, 책상 위에 봉제 인형이 앉혀져 있는, 예상 이상으로 예쁜 여자아이다운 방이었습니다.
단 한 곳을 제외하고는.
방구석에 서서 이 쪽을 보고 있었던 것.
마네킹.
그것은 틀림 없이 남자 마네킹이었습니다.
그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양 손을 구부리고 앉아 W 형태로 한 채 이 쪽을 지긋이 응시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네킹은 별다를 것이 없이 깨끗한 얼굴을 하고 있었지만 그 때문에 오히려 그 시선이 더욱 생기가 없는, 텅 빈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마네킹은 새빨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아까 봤던 아주머니가 쓰고 있었던 것과 비슷해 보였습니다.
[이게 뭐야...]
S와 나는 아연실색해서 F를 쳐다보았지만 그녀는 의외랄 것도 없다는 듯 마네킹에게 다가가 모자의 각도를 조금 만져 조절했습니다.
그 손짓을 보고 있자니 나는 소름이 끼쳤습니다.
[멋있지 않니?]
F가 말했습니다만 어쩐지 억양이 느껴지지 않는 어조였습니다.
그 그다지 기쁘지 않은 듯한 말투가 더욱 오싹하게 느껴졌습니다.
[어서 오거라]라고 말하면서 쟁반에 케이크와 홍차를 싣고 아주머니가 들어오자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바뀌었습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압도되어 있었던 것인지 S가 바로 손을 뻗쳐 접시를 테이블 위에 늘어 놓았습니다.
나도 도우려고 손을 내밀었는데, 접시가 모두 4개 있었습니다.
아주머니도 함께 먹는 것일까라고 생각해서 문득 손이 멈추었습니다.
그 때, 아주머니가 케이크와 홍차 접시를 들고 생글생글 웃으면서 F의 책상 위에 그것을 올려놓았습니다.
그 곳은 마네킹의 바로 옆이었습니다.
터무니 없는 곳에 들어왔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옷 안에서는 식은 땀이 계속 흘러내려 멈추지 않았습니다.
F는 가만히 마네킹의 옆에 두어진 홍차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이 쪽에서는 그녀의 머리카락만이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레 그녀는 우리 쪽을 향하고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포크로 케이크를 쿡쿡 찌르고 설탕 항아리를 우리에게 내밀었습니다.
나는 상당히 마네킹의 존재에 대해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녀들은 저것을 인간 취급 하는 것 같았습니다.
케이크를 접대한다거나 옷을 입히는 등, 사람과 같은 취급이었습니다.
그러나 F도 아주머니도 마네킹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습니다.
그녀들은 과연 저것을 무엇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까요.
마네킹으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 아닌 것만은 확실합니다.
그러나 완전히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그]라던가 [저 사람]이라고 부르고 우리에게 설며을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 어느 쪽도 아닌 어중간한 느낌이 외려 나에게는 더욱 불안하게 다가왔습니다.
내가 마네킹에 대해 물어보면 과연 F는 어떻게 대답할까.
어떤 답변을 들어도 나는 두려움에 소리쳐버릴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무엇인가 화제를 돌리고 싶었습니다.
방 한구석에는 새장이 놓여 있었습니다.
마네킹 이외에는 무엇이라도 좋았습니다.
평소와 같은, 학교에서 함께 지내던 F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 기르고 있니?]
[없어졌어.]
[그런... 불쌍하다.]
[이젠 필요 없어졌으니까.]
마치 살아있지 않은 것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기르고 있던 새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 나가고 싶었습니다.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여기는 위험하다.
오래 있으면 이상해져 버린다.
그 때.
[화장실 좀 써도 될까?]라며 S가 일어섰습니다.
[복도 저 쪽, 바깥으로 나가서 바로야.]라고 F가 대답하자 S는 허둥지둥 나가버렸습니다.
그 때 솔직히 나는 그 아이를 저주했습니다.
나는 쭉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이미 무엇을 이야기한다고 해도 F와 이야기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돌아오는 발소리가 들려올 때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이 생각되었지만 실제로는 단지 몇 분에 불과했을 것입니다.
S는 방에 들어와 [미안, 우리 이제 돌아가자.]라고 내게 말했습니다.
S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F를 향해서 결코 눈을 돌리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럼 잘 가.]라고 F가 말했습니다.
그 너무나도 감정이 결여된 목소리에 졸도할 것만 같았습니다.
S가 나의 손을 확 잡아당겨 밖으로 데리고 나갔습니다.
나는 그때까지도 아직 형식적이더라도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얼굴을 맞댈 용기는 없어서 안 쪽으로 말을 걸기로 했습니다.
F의 방 저 편의 맹장지가 20cm 정도 벌어져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실례합니다.]
갑자기 목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바로 손을 뻗어 힘껏 맹장지를 닫아버렸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은 도망치듯 F의 집에서 멀어졌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정신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았습니다.
S는 계속 내 앞에서 1m라도 멀어지고 싶다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우리가 평소 돌아가던 길까지 달려나갔습니다.
드디어 안심할 수 있을만한 곳에 도착해서 우리들은 마실 것을 사고 목의 갈증을 달랬습니다.
[이제 걔랑 노는 건 그만 둬.]라고 S가 말했습니다.
그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 집은 이상해. F도 이상해. 하지만 가장 이상한 건 아주머니야. 그건 완전히...]
[아주머니?]
S는 화장실에 갔을 때의 이야기를 내게 해 주었습니다.
S가 F의 방을 나갔을 때 옆 방의 맹장지가 열려 있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아무런 생각 없이 지나쳐 가다가 그 안을 보아버렸다고 합니다.
마네킹의 팔.
팔이, 다다미 위에 4, 5개가 뒹굴뒹굴 구르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곁에서는 방석 위에 앉은 아주머니가 그 중 1개의 팔을 미♡ 것처럼 핥고 있었던 것입니다.
S는 떨면서 볼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겁을 내며 맹장지 앞을 지나갔습니다.
조금 시선을 돌렸다가 이 쪽을 응시하고 있는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쳐 버렸다고 합니다.
무심결에 미소를 지었지만 아주머니의 눈은 가늘어져 자신만을 보고 있었다고 합니다.
[마, 마네킹은...?]
S는 무심결에 그렇게 말해버렸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주머니는 아무 것도 말하지 않은채 S를 향해 생긋이 미소를 보였다고 합니다.
그녀가 당황해서 나를 데리고 집을 떠난 것은 그 직후의 일이었습니다.
대단히 기분 나쁜 경험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F가 먼저 말을 걸어오지 않는 한 이야기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조금씩 사이는 멀어져 갔습니다.
이 이야기를 모두에게 널리 퍼트릴까도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누군가가 믿어줄 것 같지 않았습니다.
F와 친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한다 해도 그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F를 고립시키려고 한다고 밖에는 생각하지 않을 터였습니다.
특히 S와 F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은 누구나 알고 있었으니...
우리는 F의 집에 가 보았다는 다른 아이들에게 살짝 이야기를 들어보았지만 한결같이 우리가 본 것 같은 이상한 것은 보지 못했다는 이야기 뿐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상황은 우리에게 한층 더 불리했습니다.
단지 한 사람, 남자아이 한 명이 그러고 보니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F의 집에 도착해 벨을 눌렀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리 연락했었는데...라며 난처해했지만 어쨌든 기다리기로 했다고 합니다.
혹시 안에 있어서 들리지 않는 것일까 싶어서 문을 손으로 두드려 쾅쾅 소리도 내 보았습니다.
그래도 반응이 없어 그 아이는 안으로 들어가 봤다고 합니다.
맹장지가 열려 있어 방의 모습이 보였다고 합니다.(S가 본 그 방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유카타를 입은 남자의 등이 보였습니다.
등을 보인 채 책상다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아마 TV라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푸른 빛이 비치고 때때로 깜빡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몇 번 말을 걸어도 남자는 되돌아보지 않습니다.
움직임조차 전혀 없습니다...
불쾌해진 그 아이는 그 길로 집에 돌아갔다고 합니다.
F의 집에 남자는 없을 것입니다.
가령 친척이나 아주머니의 아는 사람이었다 하더라도 TV를 보며 등을 돌린채 가만히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아주머니가 가지고 있던 팬티는 그것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혹시 그것이 마네킹은 아닐까,라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책상다리를 하고 있는 마네킹이 과연 존재할까요?
만약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F의 방에 있는 것과는 서로 다른 종류의 것일겁니다.
그 집에는 도대체 몇 개의 마네킹이 있는걸까요...?
나는 여기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었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 흘렀기 때문에 지금은 나도 조금은 냉정하게 그 사건을 되돌아볼 수 있습니다.
나는 때때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었느니는 지금도 전혀 모르겠습니다.
만일 F가 그것을 숨기고 있었던 것이라면 사이가 좋은 나에게라면 몰라도 S에게까지 보여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어떻게 생각해도 납득할만한 대답이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고 보니 W 형태로 앉아 있는 마네킹도 그 이후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마네킹에게 옷은 입혔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 빨간 옷은 마네킹의 신체에 정확히 맞았습니다.
마치 자기가 직접 입은 것 같았습니다...
이것이 내가 겪은 일의 전부입니다.
* 도와주세요
67
집에 스토커가 있습니다. 올해 38살된 남동생입니다.
벌써 8년 가까이 일정한 직장도 구하지 않은 채 집에 박혀 있습니다.
이전부터 누나인 나에 대한 유치한 장난을 자주 쳤지만
최근에는 그것이 점차 심해지고 있습니다.
내 방과 남동생 방은 원래 방 하나인데 중간에 칸막이를 두고 가구를 배치한 것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때문에 벽으로써의 방음 효과는 전무해서, 서로의 방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전부 알 수있습니다.
평상시 남동생은 내가 일어나기 1~2시간전부터 자명종을 큰소리로 맞춰놓은 채 일어납니다.
그리고 내가 아랫층으로 내려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 따라 내려옵니다.
내가 2층으로 올라가면 자신도 따라 올라와선, 내 방문앞에서 기분나쁜 웃음 소리를 흘린 다음
자기 방에 들어가면서 쾅하고 문을 닫습니다.
아침 준비로 1층과 2층을 왕복하곤 하는데, 남동생은 그때마다 절 따라다닙니다.
내가 욕실을 하면 남동생도 이어서 욕실을 씁니다.
손이 더러워지거나 해서 씻거나 하면 남동생도 나를 따라 손을 씻습니다
퇴근한 뒤 저녁 식사를 하고 있으면 주방에서 가까운 욕실에서 나와 보이는 곳에서 칫솔질을
시작합니다. 식욕이 사라지는 소리이므로, 칫솔질이 끝내면 먹을까 해서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면
칫솔질을 멈춥니다. 식사를 시작하면 다시 칫솔질을 합니다.
목욕을 할 떄도 그렇습니다.
언제나 내가 들어갈 타이밍을 엿보고 있다가 내가 들어가기 직전에 자기가 먼저 들어갑니다.
그리곤 욕탕의 물을 전부 찬물로 바꾸거나 도저히 들어갈 수 없을 정도로 뜨거운 물로 채워놓습니다
한밤중에 목욕을 끝내고 2층으로 올라가려 하면 1층의 불을 전부 끈 상태에서 남동생이 어딘가에게
기분나쁜 웃음 소리를 흘리고 있습니다.
내가 그만 자려고 방의 불을 끄면 그때까지 TV를 보면서 웃고 있던 중이라도 바로 자기방 불을 끄고
한참동안 시끄러운 소리를 내다 잠듭니다.
내 휴일에는 나보다 먼저 일어나 언제나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곤 합니다.
내가 잠자리에서 일어날 떄까지 라디오 소리를 줄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일어나지 않으면 청소기를 돌리기 시작합니다.
가능한한 크고 기분 나쁜 소리를 내려는 모양인지 유리창을 청소기로 긁거나
같은 장소에서 1시간 넘게 켜두기도 합니다.
문같은 것도 될 수 있는 한 큰 소리로 여닫습니다.
그리고 내가 휴일일 때만 이불을 말리곤 합니다.
빨래 걸이를 몽땅 사용해, 온갖 물건을 말리면서 내가 사용하는 걸 막습니다.
구름이 끼거나 비가 오는데다 널어놓곤 합니다.
내가 빨래를 널고 있으면 근처에 와서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나를 쳐다봅니다.
내가 청소기를 돌리고 있으면 근처에 와서 움직이지 않으며 방해를 합니다.
그 외에도 매일 매일 괴롭힘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지금은, 완전히 무시한 채 살고 있지만 계속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제가 이상해질 것 같습니다
너무 무시한 것 떄문인가, 어떤 날은 남동생이 제 목을 조른 적도 있습니다.
저희 집에 남성이라곤 남동생밖에 없기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습니다.
이 정도로 이상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보면 정신분열증 같은 정신병이라 생각합니다만
어떻습니까?
110
>>67
당신이 쓴 내용이 사실이라면 남동생은 확실히 정신분열증이라 할 수 있습니다.
헌데 나로썬 아무리 해도 이해가 되지 않은 내용이 있습니다
만일 동생이 정신 분열증으로, 당신에게 어떠한 망상을 가지고 있다 가정합시다.
당신이 쓴 것처럼 당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하나 하나 세심하게 관찰하며 괴로힌다는 건
상당히 치밀하단 것인데, 그런한 형태의 정신 분열증은 찾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긴 기간에 걸쳐 당신이 이 모든 괴롭힘을 무시하며 별다를 것 없는 일상 생활을 지속했다는 건 상상하기 힘듭니다.
거기에
「00가 내 행동을 감시하고, 거기에 맞춰 괴롭히고 있다」
이건 정신 분열증 환자들이 전형적으로 호소하는 피해망상이기도 합니다.
설마 그럴까 생각했습니다만, 당신의「남동생」은, 당신의 상상이 아닙니까?
만약 그렇다고 한다면 당신이 정신 분열증을 앓고 있단 건 거의 확실해 집니다.
혹여「남동생」실재한다 쳐도, 모든 것이 당신의 망상이었단 가능성도 읽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도, 문의하는 당신이 정신 분열증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완전히 빗나간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주어진 정보라곤 얼마 안되는 기입 뿐이기에
얼마 안되는 가능성을 타진해 보았습니다.
* 기억
이것은 이제 30살이 넘은 내가 체험했다고 할까, 아직도 체험하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흐릿한 기억 속에 당시 3,4살 정도였던 나는 이웃에 매일 함께 노는 친구가 있었습니다.
빨간 옷이 잘 어울리는 미소가 귀여운 여자아이.
작은 빨간 지붕의 집.
코스모스가 만발한 화단.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가 되어 크게 배가 부풀어 오른 그 아이의 어머니.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던 그 집과 그 사람들.
그러나 어떤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인지 지금은 기억조차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또 놀자. 반드시 널 기다리고 있을게.]
뒤돌아보는 나.
작은 빨간 지붕의 집.
코스모스가 만발한 화단.
그리고 손을 흔드는 그 아이.
생긋 미소를 짓고 있는 그 아이의 어머니.
그것이 최후의 기억입니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초등학생이 된 나는 새로운 친구도 많이 생겼고, 어느새 그 집도, 그 아이도 기억의 깊숙한 곳에 묻어둔채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 때의 여름에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로 그 집에 다시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우리 학교에서는 해골의 모양을 한 기묘한 키홀더가 유행하고 있었습니다.
그 날 집으로 돌아가면서 나와 친한 친구 2명도 그것을 사기 위해 문구점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렇지만 한 발 늦어 모두 매진되어 버린 것입니다.
너무 아쉬워서 먼저 키홀더를 산 친구들에게 떼를 쓰고 있자 선배 한 명이 다가와 말했습니다.
[나 해골이 있는 곳 알고있어. 거기엔 아직 많이 있을텐데. 가지러 갈래?]
나와 친구들은 선배가 가르쳐 준 곳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도착했을 때는 어느새 황혼이 되어 있었습니다.
풀숲에 적적히 묻혀있는 빨간 지붕의 폐가.
이미 몇년이나 사람의 발길이 끊어진 듯 보였습니다.
한창 호기심이 넘쳐날 때였던 우리에게는 좋은 놀이터였습니다.
나는 집 옆으로 다가가 창문을 깨서 열쇠를 푼 다음 창문을 열었습니다.
집 안에 들어가니 [파직]하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눈처럼 흩날렸습니다.
밖에서 들어오는 황혼의 빛.
어둑어둑한 방.
집 안을 둘러보면 작은 식탁, 읽고 있었던 것 같은 신문, 사용하고 있던 것 같은 밥공기.
거기만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아무도 살지 않는 세계...
그리고 갑자기 내게 현기증이 몰려왔습니다.
마치 왜곡된 시공에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
그리고 모든 것이 생각났습니다.
여기에 있었던 적이 있다!
확실히 여기에!
저 식탁도, 저 컵도 본 적이 있다!
방의 배치마저도 눈에 익었습니다...
주저 앉은 나를 친구는 걱정하며 일으켜 세웠습니다.
[왜 그래? 괘,괜찮은 거야? 빨리 찾아서 돌아가자.]
[응... 괜찮아... 가자...]
선배가 말해준 곳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거기는, 그 방은 그렇게나 상냥했던 그 아이의 어머니가 유일하게 내게 주의하고 들어가지 못하게 한 곳.
싫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가슴을 압박하는 듯한 숨가쁨...
나는 방의 입구에 있는 맹장지를 힘차게 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천장에 있었습니다.
대일본 제국의 깃발.
거기에 먹으로 쓰여진 경문과 같은 문자.
거기에 무엇이라고 쓰여있는지는 어린 우리에게는 알 수 없었습니다.
방의 네 귀퉁이에 못으로 느슨하게 박힌 깃발 위에 '그것'이 있었습니다.
[아, 저거 같은데? 어떻게 하지?]
[그냥 빨리 가자.]
함께 온 친구는 그 이상한 분위기에 압도된 듯 했습니다.
나는 가까이에 있던 빗자루로 그것을 쿡쿡 찔러보았습니다.
[쾅!]
엄청난 소리와 함께 우리 앞으로 떨어진 '그것'은, 곰팡이와 먼지 투성이의 다다미를 굴러 우리 앞에 떨어져 우리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검게 썩어 문드러진 인간의 해골이었습니다.
[으아아아악----!!!!]
우리는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집을 뛰쳐나갔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다시는 그 일을 입에 올리지 않았습니다.
몇 년 사이 그 폐가는 헐렸고, 그와 동시에 근처의 절에 무연불의 비석이 새로 생겼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을까, 오랜만에 귀향한 나는 문득 떠올렸습니다.
빨간 옷이 잘 어울리는 미소가 귀여운 여자아이.
작은 빨간 지붕의 집.
코스모스가 만발한 화단.
그리고 아이를 낳을 때가 되어 크게 배가 부풀어 오른 그 아이의 어머니.
나는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내가 어릴 때 여자 아이랑 만삭의 어머니가 작은 빨간 지붕 집에 살고 있었는데. 그러니까, 저 쪽이었어... 자주 같이 놀았는데.
어디로 이사갔을까?]
그러나 어머니가 한 말에 나는 아연실색하게 되었습니다.
[무슨 소리니? 저 쪽에 있었던 집이라면 네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비어있었는데.]
...그렇지만 확실히 나는 그 곳에 있었습니다.
저 집에서, 그 사람들과...
[또 놀자. 반드시 널 기다리고 있을게.]
그 아이가 마지막에 나에게 한 말이 지금도 머리 속을 맴도며 나를 어지럽게 합니다...
* 수수께끼 상자
G현 H시에 있는 마을에 어떤 가족이 살고 있었다.
병들어 누운 99세의 할아버지, 그리고 손자인 5살의 A, 부모님이 함께 사는 집이었다.
부모님은 맞벌이 부부로, 낮에는 모두 일을 하러 집을 나갔었다.
A는 매우 호기심이 왕성한 아이여서 집안을 놀러다니고 있었다.
어느 날 A가 아무렇지도 않게 문의 맹장지를 열어 젖혔는데 천장에 있는 나무판자가 떨어져 있었다.
집 안에 싫증이 나 있던 A는 이불을 잔뜩 쌓아 기어 오르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천장 안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둡고 무서운 곳이었다.
그러나 호기심이 생겨서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잠시 돌아다니다보니 왠 상자가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런 곳에 숨겨둘 정도면 분명 굉장한 게 들어있을거야!]라고 생각하고 A는 입구 쪽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하게 상자가 무거웠다.
어린이의 머리 정도 되는 크기인데도 10Kg은 되는 것 같았다.
하는 수 없이 질질 끌어서 가기로 했다.
조금씩 입구에 가까워짐에 따라 상자의 모습이 서서히 보였다.
시커먼 상자였지만 군데군데 흰 곳도 있었다.
뚜껑은 검은 종이로 막혀 있었다.
점점 입구에 가까이 간다.
점점 밝아져 온다.
시꺼멓다고 생각했던 상자는 흰 상자에 검은 글씨가 빽빽히 써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뚜껑 종이도 마찬가지였다.
흰 종이에 글자가 빽빽히 써 있었다.
입구는 앞으로 1미터 정도.
한 번 더 상자를 보았다.
상자의 주위에 빽빽하게 써 있는 글자.
그것은 경문이었다.
그리고 뚜껑에 붙어있는 종이는 부적이었다.
갑자기 A의 몸에 공포가 전기처럼 찌릿하게 퍼져왔다.
그 때 뒤 쪽 어두운 곳으로부터 [저벅... 저벅...]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A는 그것을 절대로 보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도망치려고 했지만 발이 움직이지 않았다.
마구 이쪽으로 접근해온다.
이제 조금 있으면 빛에 그것이 비친다.
이제 그것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 더 이상은 안 된다...
하지만 그 순간 A는 천장의 출구로 떨어져 바닥의 이부자리에 누워있었다.
A가 얼굴을 드니 거기에는 병들어 누워있을 할아버지가 있었다.
이유도 모른채 아연실색하고 있자니 할아버지가 갑작스레 [사라져라!]라고 외쳤다.
A가 혼란스러워하고 있는데 할아버지가 다시 [이제 충분하지 않느냐!]라고 외쳤다.
A는 할아버지의 얼굴을 우러러 봤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A를 보고 있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입구를 응시하고 있었다.
정확하게는 입구에 있을 [그것]을.
잠시동안 그 대치상태가 계속되었다.
A에게는 엄청난 시간이 흐른 것만 같이 생각되었다.
5분쯤 지나 할아버지는 A에게 천천히 [절대 뒤를 돌아보지 말고 할아버지 방에 가 있거라. 알았지? 절대 뒤를 보면 안돼.]
A는 이유도 모르고 겁에 질린 채 뒤를 보지 않고 그대로 할아버지 방까지 도망쳤다.
거기서 겁에 질려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5분 정도 지나 할아버지가 비틀거리며 방으로 들어왔다.
당장이라도 쓰러지실 것 같다.
A는 할아버지를 부축해 이부자리에 뉘여드렸다.
할아버지는 드러 누워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말을 꺼냈다.
[A야... 지금까지는 이 할애비의...]까지 할아버지가 말했을 때 반대쪽 방의 문을 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다시 [저벅... 저벅...]하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할아버지는 갑작스럽게 A의 손을 움켜쥐고 이불 속으로 끌어당겼다.
99세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강한 힘이었다.
그리고 할아버지 방의 방문이 열렸다.
할아버지의 몸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무엇인가 중얼거렸다.
잘 들리지 않았지만 [미안하다.], [용서해줘.], [이 아이만은 그만 두거라!]라고 말하는 것만은 들려왔다.
A는 정신이 흐려져서 점점 눈 앞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바로 그 때 이불이 살짝 들려 [그것]의 발이 보였다.
다 썩어버린 듯한 보라색으로 군데군데 살점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대로 A는 기절해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A는 할아버지의 이부자리에서 혼자 자고 있었다.
시간은 그 때로부터 5시간이나 흘러있었다.
할아버지는...?
A가 집안을 구석구석 찾아봤지만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부모님이 돌아와서 경찰에 신고했지만 할아버지는 결코 발견되지 않았다.
일주일 뒤 아무래도 그 일이 마음에 걸렸던 A가 무서워하며 그 방의 문을 열어보았다.
하지만 천장에 뚫려 있던 그 입구는 막혀있었다.
A는 안심하고 방을 나서려했다.
그리고 그 때 A는 보아 버렸다.
엄중하게 닫힌 그 천장의 문 틈 사이에 끼어있는, 언제나 할아버지가 몸에 지니고 있던 부적을.
* 티켓
미에는 핸드백 안에서 기분 좋은 얼굴로 봉투를 꺼내들었다.
[그게 뭐니?]
옆에서 함께 걷고 있는 마키가 묻는다.
[헤헤, 봐!]
미에는 봉투 안에서 티켓을 꺼내 보였다.
대단히 유명한 아티스트의 라이브 티켓이다.
구하기 힘든 플라티나 티켓으로, 인터넷 경매에서는 최고가 20만엔까지 올라갔다고 하는 그것이다.
[와, 대단해! 산거야?]
[아니, 주운거야.]
[설마.]
[집 앞에 떨어져 있었는걸.]
[정말이야? 엄청난 행운이네.]
[그렇지?]
[그렇지만 콘서트 일요일이잖아. 아르바이트는 어쩌려고?]
[음... 하루 정도 쉴 수 없을까...]
일요일.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웨이트리스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미에는, 어떻게든 매니저에게 부탁해 보았지만 쉴 수는 없었다.
조퇴를 하게 해 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겨우 빠져나와 라이트 콘서트 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공연은 끝난 뒤였다.
[아아...]
미에는 휴지 조각이 된 티켓을 손에 든채 멍하니 공연장 안으로 들어갔다.
접수대의 여성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바라보며 미에의 티켓을 반으로 잘라 돌려주었다.
접수대를 지나 복도를 지나고 공연장으로 들어간다.
매캐한 잔향이 느껴졌지만 공연장 안에는 사람이 대부분 돌아간 후여서 조용했다.
미에는 티켓을 보고 자신이 앉을 예정이었던 자리를 찾아 걸어갔다.
공연장 가장 가운데...
그 곳에는 경비원들이 잔뜩 모여있었다.
미에가 티켓을 보니, 아무래도 경비원들이 몰려있는 자리가 미에 자신의 자리인 것 같았다.
[무슨 일인가요?]
경비원에게 그렇게 말을 건 미에는 자신이 앉을 예정이었던 자리를 내려다 보았다.
미에가 앉을 예정이었던 자리는 날카로운 무언가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었다.
* 회송전차
이것은 내가 학생이었을 때의 이야기이니, 벌써 20년은 더 된 것입니다.
어느 겨울날 나는 친구의 맨션에서 평소처럼 마작을 치고 있었습니다.
정신 없이 보내는 대학 생활이었기에 대개는 해가 뜰 때까지 마작을 하곤 했지만, 그 날은 의외로 판이 일찍 끝났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시간은 새벽 2시.
나의 대학은 교토의 후시미에 있었고, 친구들과 어울리던 맨션은 교토-오사카 전철의 연선에 있었습니다.
깊은 밤 맨션을 떠난 나는 집에 돌아가기 위해 스쿠터를 타고 철로 옆을 신나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시간인지라 조금 졸렸기 때문에 찬 바람이 불어 딱 좋았고, 주위에는 다른 사람도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철로를 가로질러 가기 위해 건널목에 접근했습니다.
그런데 건널목을 건너려고 하는 바로 그 순간, 갑자기 경보기가 [쾅쾅쾅]하고 요란스레 울리며 차단기가 눈 앞으로 내려왔습니다.
급히 스쿠터를 멈추고 시계를 보니 시간은 3시 즈음.
[뭐지? 이런 시간에. 막차라면 훨씬 전에 끊겼는데...]
이런 상식을 벗어난 시간에도 전철이 주행하는 건지 의문을 가지면서도, 할 수 없이 나는 추위를 참으며 기다렸습니다.
드디어 멀리서 열차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차량의 앞에는 [회송]이라는 큰 두 글자가 적혀 있었습니다.
나는 [이런 새벽에도 회송 전철이 다니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눈 앞을 지나가는 전철의 창문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주변이 주택가인데다가 새벽이었기 때문에 전철은 스피드를 낮춰 최대한 조용히 지나가려 하는 듯 했습니다.
중간 정도 지나갔을까, 나는 전철에서 기묘한 위화감을 느꼈습니다.
어째서인지 금방 내가 본 것이 너무도 이상해 참을 수가 없었던 것입니다.
다만 그 때에는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알아차리지 못했었지만...
내가 본 것, 그것은 여자였습니다.
새벽 3시의 회송 전철에 여자가 단 한 명 타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갈색의 울로 된 코트를 입고 머리가 긴 사람이었습니다.
주위에 역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 이외에 다른 사람이 타고 있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단지 그 여자만이 문 근처도 아닌, 열차 한 가운데에 서 있었습니다.
기묘한 것이 보통 열차 안에서 서 있는 사람은 손잡이를 잡고 창문 쪽을 향해 서 있는데 그 여자는 뒤로 돌아서 손잡이도 잡지 않은채 그저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전철이 지나가고 차단기가 올라간 다음에야 나는 내가 본 것이 기묘한 것이란 것을 알아차리고 확 소름이 돋았습니다.
그로부터 이미 상당한 세월이 흘러 지나갔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여자의 뒷모습은 나의 뇌리에 똑똑히 박혀 있습니다.
그리고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그녀가 내 쪽을 보고 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고...
첫댓글 아침에 봐야지
재미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