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04)에서 축구변방 그리스를 일약 결승에 올린 오토 레하겔(65) 감독의 주가가 그리스 뿐만 아니라 고향 독일에서도 상종가를 기록하고 있다.
70을 바라보는 나이에 세계적 명장의 반열에 오르게 된 레하겔 감독이 독일 축구팬들 사이에서 차기 사령탑 1순위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독일축구연맹(DFB)은 루디 푈러 감독이 유로2004 조별리그 탈락의 책임을 지고 사임하자 후임자 물색에 나섰다.
레하겔 감독은 독일 ZDF 방송이 2일(이하 한국시간) 실시한 차기 감독 선호도 여론 조사에서 23%의 지지를 얻어 페네르바체(터키)의 사령탑인 크리스토프 다움 감독(56%)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3일 독일 RTL TV가 실시한 조사에서는 38%로 다움을 무려 24% 포인트차로 따돌리고 감독직 1순위로 꼽혔다.
이는 DFB가 레하겔 감독을 '녹슨 전차군단'이라는 오명을 얻고 있는 독일축구를 살릴 적임자로 고려하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반응이어서 레하겔의 찌를듯한 인기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독일 언론의 '뉴스메이커'가 된 레하겔 감독은 최근 "(그리스와의) 계약을 파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독일대표팀 감독직에 관한 코멘트는 피해 여운을 남겼다.
지난 80년 독일프로축구 뒤셀도르프에 독일컵 우승트로피를 안겨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레하겔은 이후 베르더 브르멘, 바이에른 뮌헨, 카이저스라우테른 등 분데스리가의 굵직한 팀을 지휘했던 인물. 특히 81년부터 14시즌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브레멘에서는 리그 타이틀, 독일컵, UEFA컵위너스컵 등 숱한 우승을 일궈 '오토대제'라는 별명을 얻은 바 있다.
분데스리가에서는 '우승제조기'로 불렸지만 세계적 명성을 얻지는 못했던 그는 이번 대회에서 안정된 공수조직력에 변화무쌍한 전술로 포르투갈, 프랑스, 체코 등 강호들을 연파,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구식이라는 스위퍼시스템을 쓰는 등 수비 중심의 플레이를 하다 역습으로 상대를 거꾸러뜨리고 상대에 따른 다양한 전형을 선보이는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이전까지 메이저대회에서 단 1승을 못 거둔 팀을 결승으로 견인, 국내 축구팬들이 '그리스판 히딩크'로 꼽고있는 레하겔 감독이 오는 5일 열리는 포르투갈과의 결승을 승리로 이끌어 '노장의 힘'을 전 세계에 떨칠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