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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수 구속과 카카오의 지대 추구
자유일보
이정민
SM엔터테인먼트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아왔던 카카오의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이 결국 구속됐다.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단기간에 SM 주식을 고가에 대량 매수할 것을 지시했다는 혐의다.
이미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같은 혐의로 지난해에 구속기소됐기 때문에 이번 김 위원장의 구속은 결정타다. 명백한 시장교란 행위가 입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카카오 총수의 구속으로 카카오는 2006년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다. 하지만 단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현재 검찰에서는 이번 혐의뿐만 아니라 카카오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등 총 4건의 의혹을 수사 중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 최대 수혜자라고 불릴 만큼 문재인 정권시절 승승장구했던 카카오였기 때문에 더욱 의문점이 많은 게 사실이다. 카카오가 내세운 서비스 중에 기술 혁신보다는 ‘독점력’ 확보를 통해 성장한 사례가 훨씬 많다는 점이 가장 큰 경영 리스크일 것이다. 결국 IT기업으로서 기술에 집중하는 것이 아닌 ‘지대 추구’에 집중했다는 점이다.
카카오는 국민 메신저라고 호칭한 카카오톡을 발판으로 한때 147개의 계열사까지 만들며 문어발식 확장을 해왔다. 그야말로 카카오 제국이 형성된 것이다. 이러한 계열사 군집을 통해 카카오 T(택시·주차)·카카오페이·카카오뱅크 등 우리 생활영역 곳곳에 수많은 카카오 서비스들이 잠입해 왔다. 숫자적으로는 최근 우리나라 30대 그룹 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한 기업이었다.
그런데 100개가 넘는 팽창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카카오가 개발한 독창적인 기술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달린다. 최신 AI 기술력을 가늠케 하는 카카오의 인공지능 서비스인 한국어 특화 코GPT는 1년 넘게 공개가 지연되고 있다.
카카오그룹은 서비스는 있지만 그 서비스를 지속 가능케 하는 핵심 코어기술이 없는 것이다. 그저 전 국민이 쓴다는 카카오톡 가입자수를 기반으로 수익내기 유리한 ‘지대’만 확장한 결과다. 그 지대는 제도권에서의 승인을 통해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지난 문 정부에서 어떠한 독점적 혜택을 받았는지 수사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윤 대통령은 작년 신년사를 통해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며 지대 추구 행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카카오가 계열사를 무한정 확대한 이유도 지대라는 독점력 확보를 통해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러한 지대추구 행위는 이권 카르텔로 이어지며 자신들은 성장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는 손해보는 결과로 이어진다. 아무리 기술 우위에 있는 기업이라도 시장에서의 가장 중요한 토대인 지대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이번 구속 사건을 통해 카카오는 지대 확장보다는 기술 혁신을 통한 새로운 가치 창출이라는 창업 초심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다. 경영 패러다임의 터닝포인트로 삼아야 한다.
주말부터 파리 올림픽이 열리지만 국내 관심은 해외만큼 뜨겁게 느껴지지 않는다. 이번 올림픽에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이후 가장 적은 144명의 선수단이 파견됐다. 축구·배구·농구 등의 주요 구기종목이 무더기로 올림픽 본선 진출에 탈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배구와 농구는 국제 무대에서 드러난 실력과 연봉의 갭이 큰 ‘연봉 거품론’이 지적된다. 진짜 ‘실력’의 발전없이 그저 연맹을 통한 독점적 시장을 확보한 지대 추구의 한 단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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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청년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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