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성의 타락을 걱정한다.
우리나라 말 중에 ‘싸가지 없는 인간’이란 모욕적인 말, 즉 욕이 있다.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 품성이 없는 사람을 가리키는 욕이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인간이 지녀야 할 기본 품성으로 ‘예의염치(禮義廉恥)’의 4가지 덕목을 꼽아 왔다.
예절, 의리, 청렴, 부끄러움을 아는 태도다.
조선 시대에는 인간답지 못한 못된 사람을 ‘사(4) 가지 없는 인간’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으며, 대단히 큰 욕이었다고 한다.
국어음운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사회적으로 큰 난리를 겪으면 언어가 된소리(경음, 硬音)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조선 시대에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의 난리를 겪으며 ‘사 가지’가 ‘싸가지’로 경음화됐다는 얘기다.
필자는 요즈음 우리나라의 국민성이 인간의 기본 품성을 잃고 저질로 타락하는 것을 통탄하고 걱정한다.
주로 저질 정치인에 기인하는 바 크지만, 그들만 탓할 것도 아니다.
최근 들어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몇 가지 일을 돌이켜보자.
학자들이 논문을 표절해도 그만이고,
교수들이 서류를 위조해 입시 부정을 저질러도 그만이고,
공직자가 법인카드를 사적 용도로 사용해도 그만이고,
시민운동가라는 자가 불법 대출로 강남에 고가 아파트를 사도 그만이고,
역사학 교수라는 자가 국민 전체를 역사적으로 욕보이는 성 관련 궤변을 마구 늘어놓아도 그만이고,
SNS에 저질 거짓 막말들이 난무해도 그만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국민은 이런 저질 인간들을 국회의원으로 선출했다.
위에 든 몇 가지 사례는 ‘싸가지 있는’ 인간으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몰상식한 범죄행위인데도
국민은 어찌하여 이런 저질 인간들을 국회의원으로 뽑아 주는가!
우리나라 국민은 이 정도로 사회적 범죄에 무감각해지고 저질이 돼 있는가?
빼도 박도 못하게 드러난 잘못이나 허물을 탓하지 않거나 개의하지 않고 추궁도 하지 않는다는 것은
동류의식, 공범자 의식의 발로다.
유권자들도 이미 폭넓게 감염됐다는 증거다.
온 국민이 반세기 넘도록 힘겹게 쌓아 온 경제적, 문화적, 군사적 성취와 보람이 머잖아 일시에 사라지고,
우리는 국제 사회에서 저질 국민으로 경멸 받게 될 것이다.
얼마 전 일본의 한 중학교 교장 선생이 커피 때문에 면직당했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 교장 선생은 편의점에서 보통 크기(regular size) 커피를 주문하고 받은 컵을 커피 자동판매기에 놓고 실수로 대용량(large size) 단추를 눌렀는데도 커피가 넘치지 않자
이후에도 계속 보통 크기 컵으로 대용량 커피를 내려받아 마시다 들통났다.
보통 크기와 대용량의 커피값 차이는 고작 70엔이고,
총 7차례의 범행으로 490엔(약 4300원)의 부당 이득을 본 죄로 교장 선생은 30여 년을 봉직한 교단에서 쫓겨나고
2억원이 넘는 퇴직금도 못 받게 됐다.
동정론도 일부 있었지만 엄연한 범죄라는 여론에 압도됐다고 한다.
이게 정직을 강조하는 이웃 나라 일본의 저력이 아닌가 한다.
이 기사를 보며 최근 들어 급속히 병들어 가는 우리 사회를 자연스레 되돌아보게 된다.
인류의 심성은 자유, 평등, 공정을 향해 꾸준히 발전해 온 것이 역사의 방향이라고 한다.
하지만 우리 역사상 지금처럼 사회가 부패하고 잘못과 일탈이 일상이 된 시대가 또 있었을까?
잘못과 일탈이 일상이 된 비정상적인 사회상을 바로잡고 예의염치를 아는 정상적인 인간의 사회로 되돌려 놔야 한다.
차제에 선출직 공직자를 뽑는 기준을 공정과 평등과 정의 차원에서 다시 세워야 한다.
누가 해야 하는가?
우리가, 국민이 해야 한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후손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한다.
필자가 수없이 주창하고 절규한 바다.
“국민이 현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