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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여성민우회가 지난해 추석연휴를 맞이하여 서울역 앞에서 남녀가
함께 일하고
쉬는 ‘웃어라 명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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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우먼타임스 장철영 |
강도높은 부엌일, ‘명절증후군’ 여전
경제적 여건이 아니더라도 우리 명절문화는 바꿔 나가야 할 점이 적지 않다. 가부장적인 요소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모두가 즐거운 한가위는 될 수 없을 것이다.
여성민우회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성은 ‘명절은 노동절’이라 싫다는 의견이 압도적인 반면 남성은 교통대란 때문에 싫다는 응답이 압도적
1위였다. 여전히 명절은 ‘며느리들의 고행’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여성민우회는 올 추석 캠페인으로 ‘남성들이여, 설거지부터 시작하자’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경북 김천에 시댁이 있는 김은경(38)씨는 “맏며느리라 음식과 차례상 차리는 것은 물론 비용까지 다 책임지고 있다”며 “추석이나 설을 앞두고는 머리가 지끈거릴 지경”이라고 하소연한다. 커리어우먼인 김씨가 두통을 호소할 지경이니 대한민국 주부 대다수는 부언할 필요도 없다.
그나마 여성단체와 여성언론이 주도하는 ‘평등명절 지내기 운동’이 공중파 방송 등을 통해 조금씩 소개된 최근 몇 년 사이에 극히 일부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지만 명절 스트레스 때문에 고통을 받는 여성들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정신과 전문의 이명수 푸른마음정신과 원장은 “매년 명절 전후에 주부들의
상담이 많아진다”며 “올해도 예년과 비슷하다”고 전한다.
이 때문에 여성민우회는 ‘온 가족이 웃는 명절 계획 세우기’ ‘남녀가 모두 역할 나누기’ ‘형편에 따라 형제, 자매 시댁 친정 구분 없는 명절 지내기’ ‘음식과 차례상 검소하게 꾸미기’ ‘조상모시기보다 고인 기리기’ ‘즐거운 명절놀이 찾기’ ‘이웃과 정 나누기’ 등 ‘평등명절 7가지 약속’을 내놓고 있다.
여성단체, 역할분담 등 ‘평등명절 7가지 약속’ 계몽
주부들은 남편에게 문제를 인식시키고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명절이 여성에게
얼마나 고통을 전담시키는지를 알리고 함께 나눌 수 있도록 설득해야 한다. 조금씩 평등명절이 되도록 개선해 나간다면 우리의 딸, 아들은 즐거운 명절을 맞게
될 것이다.
올해도 고향 가는 길은 고행길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건설교통부 관계자는 올
추석에 3900만 명이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보다 9%쯤 증가한 2200여만 대가 고향 다녀오는 길로 몰릴 것이라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 가는 길로 나서는 것은 어머니와 아버지가 베풀어주신
사랑의 숨결 때문이다. 농사 지랴, 자식 키우랴 손가락이 갈퀴처럼 구부러지면서도 타향에서 힘들게 공부하고 돈 버는 자식에게 야채 한 짐이라도 더 들려보내고픈 그 한없는 사랑 때문이다.
친정과 시가가 충남 서산에 있는 시인이자 주부인 정기주(43)씨는 “지난 설에
고향에 가 어머니의 깡마른 몸을 씻겨드리다가 등 뒤에서 끌어안고 울었다”며
“넉넉하지 않은 살림을 핑계로 명절 때만 고향을 찾는 것이 죄짓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땅의 모든 딸과 아들들이 지닌 죄책감일 것이다.
푸짐한 선물 못 챙겨 가더라도 푸근한 사랑을 넉넉하게 받고 돌아올 고향으로 가는 길이 행복한 여정이 되길 바란다. 한가위가 온 가족 모두 즐거운 명절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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