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서울에서 7명이 선후배들이 충남 서천군 장항읍에 있는 일제시대때 미곡창고를 개조해 만들어 놓은 문화예술공간에서 내친구가 연출한 시니어연극을 보고 왔다. 2019년부터 서천에서 나이든 분들을 모아 만든 창작극단이 어느덧 여섯번째 공연을 했는데 주로 구경온 분들을 보니 6명의 출연자와 스탭진의 가족이나 지인들 그리고 동네주민들로 80여명 정도가 와서 정확히 1시간짜리 공연을 진지하게 지켜봤다. 그날따라 서천날씨는 아주 음산하고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 춥기도 했지만 공연장 분위기는 따뜻했다.
연극제목은 <서천경로당>을 패러디한 <서천격노당> 으로 서천군수로 출마한 후보자 세명과 경로당 아줌마들 셋이 서로 자기가 지지하는 후보를 내세우며 억지주장을 하는 말을 하면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금방 화해도 하면서 격론을 벌리는 흔히 과거 우리들의 선거운동 모습을 풍자한 것이다. 잘 부탁한다고 한후보지지자가 연극중간에 관객들에게 떡과 귤을 돌려 공연보면서 슬그머니 간식도 먹었는데 배우들이 진지하게 잘하려고 하는 모습이 보였다.
연극을 연출한 친구는 서울서 식당을 하다 2008년 부인이 암에 걸려 투병생활이 시작되자 서울집을 정리하여 공기맑고 황토벽돌로 지은 집에서 살면 몸에 좋다는 주변사람들의 권유에 따라 서천에 새로 생긴 문화주택단지로 이사를 했고 부인은 5년을 살다 세상을 떠났다. 그후 어머니를 모시고 살다가 몇년후 어머니도 별세하여 집안마당 나무아래 수목장으로 모셨다. 생업은 평택서 타코야끼 재료상을 하는 후배의 도움으로 봉고차를 개조하여 타코야끼 장사를 서천.장항.군산으로 저녁이면 차를 몰고 가서 문어를 썰어 넣은 그야말로 국화빵같은 빵장사를 해서 생활을 했고 단골고객과 카톡방을 만들어 단골손님이 500명이 넘을 정도로 생활에 보탬이 되었다.
내친구는 대학시절부터 십수년을 연극으로 다져진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었기에 지방에서도 연극을 하고 싶었다.지금은 연극의 불모지인 지방소도시에서 문화적인 향수도 불러주고 주민들에게 즐거운 놀이문화를 보급코자 노력하는게 보여 공연마다 사람들이 모이고 군에서도 적극적인 후원도 받고 있다.
일종의 재능기부이면서도 자기만족을 할수있는 통로인지도 모른다. 나이먹어 평생 쌓아온 내가 갖고 있는 자산을 내가 사는 마을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베푸는 것도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인지 모른다.
첫댓글
살아가는 현명한 방법인지 모른다. 로
글의 끝 맺음을 하셨네요.
글 속에, 연극을 연출한 분의 삶이
그려져 있습니다.
부인의 병을 치료키 위해서
서천으로 이사도 하고,
혼자가 되었음에도, 자신이 익혀둔 재능을 살려
지역사회에 잘 펼치고 나감은 박수 치고 싶습니다.
언덕저편님은, 주변 사람과 좋은 인간관계를
잘 엮어나가심이 글에서 보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건필하는 것도 좋은 노후생활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이친구는 고등학교때 학교신문을 같이 만들던 친구였구요 고대 70학번으로 고대연극사 100년에 빛나는 100인에 뽑힌 연극의 열정에 파묻혀 살던 아주 조용조용하지만 무대서면 달라지는 모습이 있었지요..
누구나 그렇듯 삶의 애환이 있는 친구분이시지만 누구보다 멋스럽게 자신의 길을 잘 걷고 계신 분이십니다. 고국에 살았다면 저도 그분이 연출 감독하신 연극을 빼놓지 않고 보러 다녔을 것 같습니다.
부인이 살아생전 신문사 기자를 하며 노사모회장을 했지요.. 노대통령이 퇴임후 서천에 와서 서천군수랑 문병하러 잠시 다녀간 적이 있었습니다.
서천으로 이사하여 노후 생활을 슬기롭게 보내는 친구분이로군요.
우리 동네에도 그런 연극단체가 있으면 좋겠습니다.
1977년9월 덕수궁옆에 세실극장서 한국초연으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독일작가 페터 한트케의 <관객모독>을 우리단체서 처음 공연을 했지요.. 부조리 언어극으로 평범하지 않은 희안한 연극을 이친구가 연출을 해서 그해 비평가그룹이 준 올해의 연출상을 받았지요. 그때 우리나이 26세였습니다. 예상외로 관객이 미어터지게 많이와 여러명이 제작비로 들어간 2학기 대학둥록금도 건질수 있었답니다.
재능기부 자기만족
'나' 와 '여러분'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모두가 행복한 좋은 일을 하셨네요.
주변에 나이드신분중에 재능이 많으신분 많습니다. 그걸 그냥 묵히고 사장하기는 아깝지요.. 저는 재작년부터 매주 수요일 서울근교산행을 하는 우리카페 수요산행방을 한달에 두번이상은 참석을 하였습니다. 작년에도 38회 참석하였는데 리더하는분들이 거의다 70을 넘긴 분들입니다.
산행리더하는것보고 너무나 고맙고 한편으로는 놀란적인 많습니다.
언덕저편 1님의 친구 , 그분의 삶이 멋지신것 같습니다 .
부인의 간병 , 어머님께 효도 ,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연극을
하시며 다른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주시니 본 받고 싶은 분
입니다 .
친구는 11년전 부인세상떠나고 어머니와 같이 살다가 3년전에 돌아가셨는데 서천에 혼자 어머니두고 서울 오자니 불안해서 우리연극쟁이들 모임에 여러번 모시고 왔지요.. 효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