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n 만화책 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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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適者생존을 ‘냉혹하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식물이나 동물이나 환경에, 상황에 맞춰 살아야 하는 것은 삶의 본능이기 때문이다. 赤字를 보더라도 생존해야 한다. 내게도 적자는 있지만, 뜻도 없이 그냥 적자다! 그래서 뭐든지 적는다. 되든 안 되든 적어본다. 난 적자생존을 믿는다. 뭔가를 적어야 생존할 수 있으니 적는 게 나쁘지 않다. 어쩌면 재미있다. 재미가 없으면 뭔 재미로 적겠나. 적자, 적자 하니, 지난날 적지를 못해 혼난 생각이 불쑥 났다.
늘 일기장이 문제였다. 잘 놀아먹다가, 개학 때가 되면 조급해지고, 걱정거리만 남는다. 난 일기장을 걱정했고, 일기장은 날 걱정했다. 사이가 그렇게 돈독했는데도, 걱정은 남아 있다. 그날이 그날인데, 맨날 뭘 적어야 하나? 저녁을 먹고 나면, 일기장을 꺼내 놓고는, 적을 게 없어 졸다가 잔다. 그래, “오늘 할 일은 내일하고, 내일 할 일은 모레 하자!” 내 숙제의 맹세다. 그래도 답답했다. 오늘이나 내일이나 놀아먹는 건 똑같은데 뭘 적는단 말인가. 졸리면 자야지! 드디어 악몽의 개학 날이 다가왔다. 공포가 따로 없다. 미루어놨던 일기를 부랴부랴 써야 했다.
*월*일, 날씨( )에서 막힌다. 한 달 전 날씨가 어떤지 알 수가 없다. 책상 앞에 우두커니 앉아 더듬어 봐도 별 소용이 없다. 아까운 시간만 보냈다. 허둥대다가 어림잡아 써넣었다. 이제 날씨는 해결됐고, 내용 하나만은 잘 적어야 했다.
*월*일. ( 맑음 )
아침 먹고 동네 아이들과 땅뺏기를 했다. 점심땐 학교 가서 그네를 타고, 시소를 타고, 화단에 꽃구경을 하고 왔다. 저녁때는 공부를 좀 해놓고, 만화를 봤다. |
우리는 선생님 말씀을 존중했다. “일기는 하루를 반성하는 글이기 때문에 솔직하게 쓰라!” 하셨다. 말씀대로 거짓 없이 썼다. 가만히 생각해 봐도 오늘은 꽤 많이 적었다.
다음 날도 어제와 같았다. 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맨날 같다. 난 이렇게 해서 한 달 치 일기를 써서 제출했다. 일기장 검사를 마친 선생님은 내 일기를 보고 웃으시다가, 나오란다. 칭찬해 주실 줄 알았다. 뭘, 손바닥만 몇 찰 맞았다. 이건 일기가 아니라고 했다. 내가 생각해도 그런 것 같기도 했다. 너무 솔직하게 써서 그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