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육왕경(阿育王經) :아쇼카왕과 석가모니부처님 이야기 ⑤
이 당시 슈라바스티에 한 상인의 우두머리가 있었다. 그가 부인과 함께 보물을 캐기 위해 바다로 들어갔다가 그만 바다 가운데 이르렀을 때에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래서 아이의 이름을 바다라고 지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난 어느 날 바다에 들어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그들은 5백 명의 도적을 만나게 되었다.
도적들은 상인을 해치고 그 재물을 탈취해 갔으나, 오직 아이만은 화를 면했다. 그 아이는 뒤에 불법에 출가하여 차례로 이곳저곳을 떠돌며 유행하다가 파타리불다국에까지 이르렀다. 그곳에서 아침 일찍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을 하러 나라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그 나라의 사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지옥의 문이 화려하게 장엄되어 있는 것을 보고 걸식하려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고통을 주는 여러 기구들이 있는 것을 보고는 즉시 나오려고 하였다. 하지만 전타기리가가 그를 발견하고 붙잡으며 말했다.
“너는 이제 죽어야 한다. 절대 벗어날 수 없다.”
이때 비구는 마음이 두렵고 떨려서 눈물을 흘리며 울었다.
전타기리가가 말했다.
“너는 지금 무슨 일 때문에 마치 어린애처럼 울고 있느냐?”
비구가 대답했다.
“나는 이 몸이 아까워서가 아니라 단지 해탈하기 어렵게 된 까닭으로 우는 것이다. 출가하기가 어렵다고 했는데 나는 이미 출가했고, 부처님 법을 만나기가 어렵다고 했으나 나는 이미 부처님 법을 만났다. 그러나 법 중의 참법을 나는 아직 얻지 못했으니, 이 때문에 근심하고 괴로워하는 것이다.”
전타기리가가 비구에게 말했다.
“나는 이미 대왕에게서 이 감옥에 들어오는 자는 누구 건 다 내보내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러자 비구는 울면서 말했다.
“그대가 나를 1개월만 더 살 수 있게 해 달라.”
전타기리가가 대답했다.
“1개월까지는 안 된다. 대신 7일 동안이라면 들어주겠다.”
비구는 죽음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생각하면서 부지런히 수행하고 정진하여 만 7일이 되었다. 마침 그때에 어느 신하가 궁녀와 이야기를 나눈 일이 있었는데, 아육왕이 그것을 보고는 몹시 화가 나서 이 두 사람을 즉시 감옥에 넘겨 죄를 다스리도록 했다. 전타기리가는 그 두 사람을 바로 쇠절구 안에 넣고는 절굿공이로 그들을 찧어버렸다. 비구가 이 광경을 보고는 깊이 두려움과 공포가 일어나 즉시 게송을 읊었다.
큰 스승이시며 자비하신 부처님께서 첫째가는 선인으로서 바른 말씀을 하셨네.
이 몸뚱이란 물거품이 모인 것과 같아서 실상이 없고 상주하지도 않는다고.
이 단정하고 엄숙한 신색이 죽어서는 어느 곳으로 가는가.
그러므로 마땅히 버리고 떠나야 하나니 어리석은 사람들이나 즐겨하는 법을.
이 인연으로 나는 마땅히 알게 되었네. 해탈이 바로 이 지옥에 있으니
이것을 의지하면 마땅히 삼계의 바다를 건너게 되리라는 것을.
이 비구는 정진하고 사유하여 번뇌를 끊어 없애버리고 아라한과를 얻었다.
전타기리가가 비구에게 말했다.
“밤은 이미 지났고 새벽의 밝은 빛이 나왔다. 고통을 받을 시간이 되었음을 너는 마땅히 알리라.”
비구가 대답했다.
“나는 지금 네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구나. 그렇다. 밤은 이미 지나고 밝음이 나타났다. 그러나 내가 아는 것은 오직 무명(無明)의 밤이 지나고 지혜(智慧)의 낮이 밝았다는 것이다. 나는 지혜의 일광(日光)으로 일체의 세상을 보니 어느 하나 실상을 가진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제 불법으로써 모든 세상을 거두어들이고자 한다.”
그리고 전타기리가에게 말했다.
“이제 내 몸을 너의 뜻에 맡기겠다.”
옥주(獄主)인 전타기리가는 자비심이라곤 전혀 없었기에, 크게 화를 내면서 이 비구를 오물로 가득 찬 쇠솥에 넣었다.
그리고 많은 나무를 태워서 비구를 삶으려고 했다. 하지만 땔나무가 다 타도록 비구의 몸은 삶아지지 않았다.
옥주는 이렇게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을 보고는 마구 화를 내면서 옥졸을 때리고 욕을 했다.
“너는 어째서 불을 많이 때지 않는 것이냐?”
그러면서 옥주가 직접 나무에 불을 붙여 태우려 했으나 타지 않았다. 그렇게 땔나무가 타지 않는 것을 보고 이상해서 솥안을 들여다보았더니, 이 비구가 연꽃 위에 결가부좌 하고 있는 것이었다. 옥주는 이 광경을 보고는 즉시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신하들과 함께 가서 그것을 보았다.
이때 비구는 즉시 신력으로 쇠솥을 벗어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비유하자면 마치 거위왕이 공중으로 날아올라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내는 것과도 같았다. 아육왕은 이 비구가 공중에 떠있는 모습을 보고는, 기뻐하고 즐거워하면서 게송으로 말했다.
그대의 몸은 사람의 몸과 같건만 신력은 사람의 힘을 초월했구나.
나는 이런 일은 알지 못하나니 그대는 도대체 누구인가.
그러므로 마땅히 바른 말을 해주어 나로 하여금 알 수 있게 하여라.
만약 내가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마땅히 그대의 제자가 되리라
이때 비구는 생각하였다.
‘이 왕은 지금 능히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다. 마땅히 널리 탑을 지어 사리를 공양하며, 모든 사람을 위해 법을 펴게 하여 풍요롭고 이익 되게 하리라.’
이런 생각을 한 뒤에 그 공덕을 나타내고자 게송으로 말했다.
부처님은 일체 번뇌를 멸하셨고 큰 자비는 비할 데가 없으시며
가장 빼어난 것을 논의하는 스승이시니 나는 그분의 제자라네.
다함이 없는 정법의 힘으로 일체의 유에 집착하지 않으시며,
부처님께서는 사람 중의 왕이신지라 스스로를 조복하고 남도 조복시키시네.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지금 삼계의 지옥을 벗어나게 하였다네.
그리고 또 말하였다.
“또 대왕이여,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수기하시었습니다.
‘내가 열반에 든 지 백 년 뒤에 파타리불다성에 이름을 아수가라고 하는 왕이 나오리니, 그가 전륜왕이 되어 나의 사리를 널리 공양하고 8만 4천의 탑을 일으킬 것이다.’
또 대왕이여,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그 왕은 또 감옥과 지옥 등을 세울 것이며 그 감옥 안에서 수없이 많은 살생을 저지를 것이다. 그렇지만 그 왕은 후에 그것을 없애고서 일체 중생에게 무외(無畏)를 베풀 것이다.’
대왕께서는 이제 마땅히 세존의 뜻을 만족하게 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즉시 게송으로 말했다.
그러므로 대왕께서는 모든 중생들에게
마땅히 자비심을 일으키어 공포와 두려움이 없는 법을 베푸소서.
마땅히 세존의 뜻을 만족하게 하시어 널리 사리탑을 세우소서.
이때 아육왕은 부처님을 생각하는 마음을 내어 합장하고 참회하며 게송을 읊었다.
저는 불법에 귀의하여 세존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그대는 부처의 아들이시니 마땅히 인욕심을 일으키소서.
제가 지은 모든 악을 당신에게 참회하오며
이제부터 마땅히 닦고 정진하여 깊이 공경하는 마음을 내겠습니다.
저는 가지가지의 불탑으로 이 땅을 장엄할 것이며
마노와 백설 같이 희게 만들어 부처님께서 말씀같이 하겠습니다.
비구가 대답했다.
“훌륭하십니다.”
그리고 즉시 신력으로써 거처하는 곳으로 돌아갔다.
이때 아육왕이 감옥에서 나오려고 하니 전타기리가가 합장하고 말했다.
“대왕께서 잘 알고 계시듯이, 저는 ‘이 감옥에 들어온 자는 누구도 나가지 못하게 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이때 왕이 말했다.
“너는 지금 나를 죽이려고 하느냐?”
“그렇습니다.”
왕이 말했다.
“우리들 가운데 누가 가장 먼저 들어왔느냐?”
전타기리가가 대답했다.
“제가 가장 먼저 들어왔습니다.”
이때 왕은 모든 옥졸들에게 말했다.
“전타기리가를 잡아다가 옥에 집어넣고 불에 태우도록 하여라.”
그리고 사람들에게 감옥을 파괴하라고 하여 일체 중생들에게 무외의 자비를 베풀었다.
거위왕 : 부처의 손가락과 발가락 사이에 수족만망상이라는 얇은 막이 있어 그 모습이 거위의 발과 같다는 데서 그렇게 부른다.
무외 : 불보살이 갖추고 있는 덕 중의 하나인데, 지혜를 갖춤으로써 중생에게 설법할 때 두려움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
첫댓글 아육왕의 참회와
옥주 전타기리가의 최후를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건강하시고 대박나세요.
나무아미타불 ()
아하 이렇게 해서 아수가 라는 왕과 8만4천탑이 생긴거군요...
타지않은 비구
연꽃위에 결가부좌 비구
넘넘 멋진 그림이네요
비구의신력으로 삭~~~떠오른 것을 본 아육왕
놀라지 당근
잼나게 봣슴다.
나모시아본사석가모니불
아육왕의 참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