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지금부터 일기를 쓰려고 혀. 와? 남의 일기를 훔쳐 보려니 가슴에서 널뛰기를혀?
그런겨?…나도 그맘알어. 나도 옛날엔 남의 일기 많이 훔쳐 보았거던. 남의 일기를 훔쳐본다는거 정말 무쟈게 스릴 넘치는 일이여.…오늘은 마음들 편하게 먹구 봐. 나가 허락헐것인께.
뭐? 싫다고? 이런 우리질놈덜. 싫으면 말어. 나가 보여 준다는 데도 싫다는디. 나가 무슨 고래 심줄이라고 붙잡아 매것어. 니그덜 맘대로 혀. …막상 읽지 않으려니 궁금혀 죽것지? 또 이거지가 무슨 개나발을 불지 말여. 그람 헛소리 찍찍 해대지 말고 읽어. 집구석에서 배우들 궁댕이 싸이즈 재지말구 말여. 내글은 마음에 양식이여. 니그들 밥안먹구 살어? 못살제?
내글은 밥이여 그러니 주둥이들 삐죽이지 말구 먹으랄쩨 먹어들 둬.
이것도 무쟈게 길것이구만. 난 글을 쓰게 되면 단편은 않써 썼다하믄 장편이구먼.
이 거지가 말여, 어제 부푼 가슴을 안고 서울이라는 낯선 도시에 갔었구만.
헌형이 돌 땜시롱 갔어. 글씨말여, 이놈이 곤하게 자는 나에게 전화를 혀서 협박을 혀잖여. 뭐 안오믄 강(?)을 현대나. 으허. 니그들 지금 이상한 상상 허고들 있자? 나가 말한 강(?)이거는 니그들이 생각하는 그런 퇴폐업소의 말이 아녀. 헌형이가 아무리 단순무식한 쎄지스트라고는 하지만 그런 요상한 말을 하겄어. 그냥 강자다음에 생각이 않나서 그렇게 쓴거구만.
워째든 거그에 가서 헌형이 딸내미 얼굴은 한번도 못봤어. 왜냐고 묻는 사람들이 꼭 있을 것만 같아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면, 그 많은 인파들 속에서 헌형이 딸내미 찾기란 사막에서 자갈 찾는거와 마찬가지 였어.
이리저리 아무리 돌아보아도 헌형이와 닮은 쪼매난 헌형이는 없었어. 헌형이 얼굴과 매우 유사한 파충류들만 우글거렸을 뿐…. 누구 허락 받고 그렇게들 생겨먹었는지 새삼스레 하느님을 원망해 보았구먼.
대표적으로 이효원이란 후배, 난 이 후배가 헌형이 동생인줄 알았구먼. 꼼꼼히 따져보면 헌형이와 매우 흡사한 부분은 없지만 한번 눈감았다 뜨면 헌형이의 얼굴이 겹치는거여. 이런 복시현상과 같은 현상 때문에 난 그놈에게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었 구먼. "형님 잔치에 고생이 많군요. 제가 헌형이 선배됩니다. 조카가 이쁘게 생겨서 좋으시겠어요."등등. 그러나, 이 무슨 해괴망측한 운명의 장난인지…난 그놈을 OT 장소에서 만났어. 이 무슨 개망신이란 말이여! 짜식이 헌형이 동생노릇을 혔으믄 거그에나 가있지, 대성리에는 뭐하러 온디야. 돌잔치 장소에서 나가 물었을 때 고개나 주억거리지 말던지 말여.(참고로 말한다면, 그시각 그장소에는 상당히 씨끄러웠다) 내 말투에 어눌함도 있었지…쩝
암튼, 난 헌형이 딸내미 돌잔치에 헌형이 딸은 보지 못혔구먼. 어떻게 생겨먹은 아인지 정말 궁금혔는디 말여. 아! 생각해 보니 본것도 가터.…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이, 그 아이는 정화 형수와 매우 흡사하구만. 아무래도 내 뇌리에 새록이 피어나는 그 아이의 형상이 용석이 형 둘째딸이 효원인 것 같어. 어! 이 아이 이름도 효원이여!…이런 지미, 뭔놈의 효원이란 이름이 요렇게 많어. 난 정말 효원이가 싫어.
헌형이 돌집에서 나온 나가 말여 그날있는 새끼줄을 모두 올 스탑(나가 영어쓴다고 흉보덜 말어. 나도 가끔씩은 양념으로 혀. 스탑이 스펠링이 워찌케 되냐고? 니,니그들 나 무식혀다고 무시하는거여 뭐여? 그려! 나 무식혀. 그래서 나도 남들과 같이 무식함에서 벗어날려고 영어 한번 써 봤다 왜? 그라고 스탑정도는 나도 알어, STAP! 무식함이 얼마나 서러운건지 똑똑한 느그들은 모를것이여.…정말)시키고 신촌에서 탱자탱자 발고락 빨고있는 불쌍한 중생 민수를 꼬드겨 OT장소로 장소를 옮겼구먼. 민수를 꼬드기는 방법은 단 한가지여. 원래 그놈 자체가 단순 무식으로 포장한 놈이라, 여자만나러 간다고 하면 이놈은 그냥 만사 아웃토반이여.…야심한 밤에, 그것도 서울을 벗어나 대성리라는 음침 쌈박한 곳이니 지까짓게 안 넘어고 배겨.…그곳에서 처음 마주친 인간이 종인이라는 해괴 망측한 놈이니, 민수 얼굴이 아주 사색이 되더만.
OT장소에 도착한 나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문제와 직면하게 되었구먼.
첫 번째, OT인줄 알았던 신입생 환영식이, 신입생 하나없는 MT가 되었다는 것. 그리고 내 기수 위로 한사람의 선배도 없었다는 것.(참고로, 내 기수는 12기 임) 비록 뒤늦게 용석이 형이왔지만 말이여.
이런 문제를 종합해 보면 가톨릭 동아리의 벽이 붕괴의 위험성을 가지고 금이 가고 있다는 인정할 수밖에 없는 통탄할 일이구먼.
이글을 보고 있는, 그리고 쓰고 있는 나를 비롯한 동문들은 자기 반성을 뼈 저리게 하기 바려.
그라고 신입생들을 불과 한명 밖에 받지못한 재학생들!
우리는 이 아이들을 질책하기에 앞서 기죽어 쳐진 어깨들을 다독여 주어야 할 것이여.
어제 기죽은 이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로 안스러웠구먼.
신입생들을 못받은 것이 자기들 죄인양, 고개숙이고 있는 재학생들.…그들이 무슨 잘못이 있으리오. 모든 것이 전부 내 잘못인 것을.
이런 사태는 우리의 잘못이 아니고 나, 개개인 하나의 잘못이여.
이보소 동문님들!
이 잘못됨은 현 회장인 도상혁 선배의 잘못이고 이민영선배의 잘못이고, 양용석 선배의 잘못이고 변병용 후배의 잘못이고 오광진 본인의 잘못이고 이헌형 후배의 잘못이고 이종인 후배의 잘못이고 조성환 후배의 잘못이고 재일 윗기수인 김상구, 배상분선배님들의 잘못이고, …한참을 내려가 재학생들 잘못이여.
절대 우리의 잘못은 아니여. 개개인들의 잘못이지!
개개인들의 잘못이라고 뉘우치는 순간, 우리 동아리의 앞날에 서광이 비출 것이구만. 얼쑤~
나가 또 흥분 했었나보군. 이건말여 나가 가지고 있는 고질병이여. 시집못간 노처녀도 아닌데 히스테리 증상이라니…쩝, 성 토마스 아퀴나스여, 이 불쌍한 중생을 굽어살펴 주소서.
간밤에 내가 잤는지 안잤는지는 나도 몰러. 술에 찌든 내 육신을 달래고저 몸을 뉘운 것 까진 기억이 나. 내가 몸을 뉘운 시간이 새벽 2시 45분 그리고 비몽사몽간에 눈을 뜬 시간이 새벽 3시 05분. 그사이의 20여분의 공백 시간은 기억해 낼수가 없어. 그시간에 내가 눈을 뜬 것은 순전히 민수와 수윤이 이 두놈 때문이여.
민수의 코골이는 정말 가공할만큼의 탱크소리였고, 반면 수윤이의 김밥말이(이불끌어감)는 남자인 내가 감당해 내지못할만큼의 괴력이었어.
여기에서 수윤이의 몇가지 비밀을 공개할까혀. 이건 나밖에 모르는 사실이여.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공개여부에 대해 엄청난 갈등의 시간을 보내야만혔고 감내해야만 혔어.
이 사실을 내가 공개함과 동시에 정수윤은 이 동아리에서 매장됨과 동시에 이땅위에 설 자리를 잃게 되야.
첫 번째; 정수윤이는 여자가 아니고 남자다!
이거이 뭔말이냐고? 궁금혀 죽것지?.....개인적으로 궁금헌 사람은 나그에게 멜 보내. 그럼 나가 아주 소상하게 알려줄 것이고만.
두 번째; 정수윤이는 인간이 아니고 스컹크다!
이것도 궁금혀다고? 그람 이것도 멜보내. 이것 땜시롱 나 오늘 마누라에게 음청 두두려 맞았구만.
세 번째; 정수윤이는 ……
이건 말혀도 될 것 가터.
끌씨말여. 수인이 그것이 간밤에 갑자기 부스스일어나더니 내얼굴에다 헛구역질을 하는거여.
내얼굴이 똥통이여 뭐여. 지가 뭔대 이 잘란 허우대에다가 헛구역질을 혀고 지랄이냔 말여. 나 갑지기 그짓을 당해서 경기 일으켰잖여. 나가 가지고 있는 거라곤 잘란 마스크 밖에 없는디.…정말 기분 더럽더구만. 이거 안당혀 본 사람은 그 기분을 이해 못혀.…수윤이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라나? 알고 있어도 시치미 뗄것이구만. 수윤이고것이 말여. 얼굴은 순하게 생겨먹었어도 을매나 음흉스러운지 모르지 덜? 수윤이 가슴에는 말여. 씨꺼먼 먹구렁이들이 똬리를 틀고 있을 거구만.
네 번째; 수윤이의 지금의 얼굴은 원래의 얼굴이 아녀.
나 아츰에 일어나 민수 양말 찾아주다가 깜짝 놀랐잖여. 왜냐구? 니그들이 알고 있듯이 수윤이 얼굴이 좀 온화 하잖여. 근디 그게 아니더구만. 우리는 수윤이의 탈렌트적 마스크에 그동안 농락 당하고 있었구만. 자고 있는 수윤이의 얼굴은 보자마자 연상되는 그림 하나가 있어. 그게 뭐냐고? 이거 말혀도 될라나…어차피 수윤이에게 찍힌몸 더 이상 망가진들 어떠하리오.…그 왜 그거있잖여. 늦가을에 시골가면 우리네 엄니들이 햇볕 잘드는 장독대위에 무 송송 썰어 내 말리는 무말랭이, 바로 그거였어. 이자 상상들이 되야? 이거 나혼자 보기 아까워서 헬레나 한테 사진 찍어 놓으라고 혔어. 근디 사진을 찍어 놨는지 모르것네 그려.
이글을 읽고 있을지도 모르는 수윤이는 지금쯤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 화는 백두산을 향게 뻗히고 있을거여. 그것까지 알면서 뒷감당을 워찌케 하려고 그러냐구? 괜찮여. 지가 화가난다고 하늘 같은 선배를 쥑일껴 살릴껴. 그라고 지가 생각하는 아낙이라면 핀 뽑지 않은 나머지 두 개의 폭탄이있는데 워쩔껴. 난 자폭할 결심이 이미 선 사람이여. 다시 말해 무서울게 없는 사람이라니께.
오늘 난 새벽에 대성리를 빠져 나왔어.
간밤에 우리 집안 어른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서 불갈피 하게 내려와야만 혔어.(비록 하루 종이 넉다운 되는 바람에 집안어른 장사에는 참석을 못혔지만 말여)
그라서 후배들에게 말을 못혀고 왔구만. 이자리를 빌어 미안하는 말을 전하네 그려.
민수는 나를 바래다 주느라 같이 나왔구만.(참고로, 강원도 우리집 까지 바래다 주었음)
참, 나가 말여 후배들에게 이말은 꼭 하고 싶었는디 못하고 왔구만.
"정말 수고들 많이 혔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