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문화유산, 제대로 관리되고 있나
잇따른 천주교 관련 문화재 등록과 예고
2017년 4월 광주대교구청 브레디관과 전주교구 군산 둔율동성당이 각각 등록 문화재 제681호와 제677호로 등록되었다. 브레디관은 1961년 대건신학교 기숙사로 건립되었다. 군산 지역 최초의 천주교 건물인 둔율동성당은 계획 단계부터 최종 준공까지 과정을 상세히 정리한 ‘성전 신축기’가 보존되어 있다.
전주교구에는 이밖에도 진안성당 어은공소와 장수성당 수분공소 등이 등록 문화재이고 전주 전동성당 사제관과 정읍 신성공소 등이 전북 문화재 자료다.
2017년 5월 29일에는 충남 금산군 소재 진산성지성당이 등록 문화재 제682호로 지정되었다. 지역 천주교회의 중심지였던 진산면에 1927년 건축된 절충식 한옥 성당이다. 이 지역은 윤지충과 권상연이 신앙생활을 하다가 1791년 순교한 진산 사건, 곧 신해박해의 발상지다.
2017년 8월 8일에는 한국 가톨릭 조각의 선구자 김세중(1928-1986년)의 석고상 ‘김 골룸바와 아녜스 자매’가 등록 문화재 제690호가 되었다. 1839년 기해박해 때 순교한 김효임 골룸바와 김효주 아녜스 자매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비교적 최근인 2017년 12월에는, 1891년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소재 고초골공소의 문화재 등록이 예고되었다. 2018년에는 강원 속초시가 1952년에 준공된 동명동성당의 등록 문화재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새로운 박물관도 문을 열었다. 2017년 8월 28일 광주대교구는 목포시 산정동의 가톨릭목포성지에서 역사박물관을 개관했는데 광주대교구 역사관과 함께 한국 레지오마리애 박물관으로 꾸며졌다. 광주대교구 최초의 교구청으로 쓰였던 역사박물관 건물은 2012년 10월 17일 등록문화재 제513호로 지정되었다.
더 늦기 전에 정확한 실태 파악을
천주교 문화유산의 현황은 어떠한가? 한국교회사연구소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한 보고서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실태 조사 및 활용 방안」(2012년)이 최근 것이다. ‘활용 방안’에 방점이 찍혀서인지 등록 문화재보다는 사적과 장소 중심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 당시 현황은 다음과 같았다.
정부와 지자체 지정 사적 35곳,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 가능한 후보 성당 건축물과 박해 관련 유산 30곳, 순교터 · 유해 안장지 · 주요 교회사 인물의 발자취와 기타 장소를 포함한 성지 116곳, 교우촌(자료 제공 교구 기준) 52곳.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2009년 11월에 발간한 「한국 천주교 문화유산 보존 관리지침」의 ‘국가 지정 등록 교회 문화유산 현황’에 따르면, 2009년 10월 기준으로 지정 문화재 35건, 등록 문화재 20건이었다. 이 지침은 2005년 실태 조사를 시작으로 2006년 심포지엄을 열고,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산하에 ‘교회 문화유산 분과’를 신설하여 2007년부터 회의와 워크숍을 거듭한 뒤 완성되었다. 단순 목록만 하더라도 이렇게 2009년과 2012년 현황 이후 변화된 실태는 알기 힘들다.
2017년 가을 로마의 바티칸박물관에서 열린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한국 천주교회 230년, 그리고 서울’ 특별 기획전을 앞두고 ‘정약용 십자가’에 대한 진품 논란이 일었다. “다산이 지녔던 십자가로 그의 묘에서 발굴되어 4대 후손이 기증한 것”으로 알려진 ‘정약용 십자가’는 다산의 후손과 다산연구소에서 진품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여 전시 계획이 철회되었다. 교회 관련 문화유산에 대한 치밀한 고증의 필요성을 새삼 일깨운 일이었다.
인천시 중구에서는 ‘답동성당 주변 관광 자원화 사업’을 벌였는데 그 과정에서 인천가톨릭회관이 철거되었다. 회관이 답동성당(사적 제287호)과 가까워 경관을 해치는 데다, 시설 노후로 관광객 유입을 방해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인천가톨릭회관은 1977년 김병상 신부가 유신 헌법 철폐 기도회를 주최했다가 구속되는 등, 1970-80년대 민주화 운동에 나선 사제들과 시민들이 활동한 곳이다. 건물 자체는 문화재로서 가치가 없지만, 현대사의 현장으로 보존 가치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었다.
한국 천주교의 역사가 오래될수록 교회 문화유산에 관한 사안이 점점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세월이 지난다는 건 문화유산의 내구성이 취약해져 간다는 뜻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지만, 문화유산에 관한 한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이미 늦은 때이기 십상이다. 실태 파악과 정확한 평가가 시급하다는 말이다.
기구 설치와 관리, 홍보에 힘써야
교회 문화유산에 관한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본다.
첫째, 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 실태에 대한 지속적인 파악과 체계적 관리다. 화재와 지진, 수해 등 재난에 취약한지, 습도 등의 손상 요인에 노출되지 않았는지, 도난 방지 장치는 잘 갖춰져 있는지 등을 파악해야 한다. 등록 문화재 가능성이 있는 문화유산에 대해서는 제대로 평가를 해야 하며, 전수 조사도 해야 한다.
둘째, 교회 문화유산 관리를 위한 상설기구와 조직을 설치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주교회의 문화위원회 산하에 ‘교회 문화유산 분과’는 2010년 11월 ‘가톨릭교회 문화유산 보존 관리 방안 연구’ 세미나를 여는 등 활동했지만 지금은 없어졌다. 실제 문화유산과 밀접한 교구 차원의 기구와 조직을 설치하여 운영하면 좋겠다.
셋째, 교회 관련 문화유산을 폭넓게 효과적으로 알리는 노력이다. 견문이 적은 탓인지 몰라도, 전국에 흩어진 문화유산을 종합적으로 안내하는 인터넷 정보나 발간물을 본 적이 없다. 건축물이나 장소 외에 문화적으로 중요한 유형 자산의 종합 목록이나 자료 뭉치(데이터베이스)를 접하지 못했다.
2004년 교황청 문화재위원회는 “교회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그 가치를 증진하고자 현황을 파악하고 보존, 보호, 진흥에 힘써야 한다.”고 권고하였다. 비단 교황청 문화재위원회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교회 문화유산 보존과 관리는 한국 천주교의 역사성을 더욱 튼튼히 하고 나아가 한국 문화와 역사에 기여하는 길이다.
* 표정훈 요한 - 출판평론가·칼럼니스트.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에서 강의하고 있다.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공부했으며 한양대학교 특임 교수를 지냈다. 「탐서주의자의 책」, 「철학을 켜다」 등의 저서와 「중국의 자유 전통」, 「젠틀 매드니스」 등의 번역서를 냈다.
[경향잡지, 2018년 4월호, 표정훈 요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