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해 '용원'시장
겨울철 시장 잔칫집 분위기
"펄떡 펄떡 퍼드덕" 물을 박차는 힘이 여간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평균 70~80센티미터에 7~8킬로그램씩 되는 몸집인데다가
이름 그대로 大口(큰 입)이니,장정 한 사람이 대구 한 마리 잡기도 힘겨워 보인다.
이런 놈들이 진해 용원시장에는 지천으로 넘쳐난다.
온 시장이 돌아 온 가덕 대구로 잔칫집 분위기다.
언제나 진해 용원은 활기차다.
가덕도행 선착장이 녹산으로 이전하고 용원 앞바다가 부산신항 부지로 매립되어 어수선한데도
이 곳은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싱싱한 해물을 찾는 사람으로 더욱 북적인다.
그만큼 시장도 시끌벅적하다.
예로부터 가덕도와 용원 앞바다는 '물 반, 고기 반'이라 할 정도로 철마다 나는 수산물로 풍성한 곳이다.
다른 지역 바다 어종이 평균 60~70여종이라면,이곳 가덕 앞바다의 어종은 140여종에 이른다.
숭어,가지메기(농어새끼),꼬시래기(망둥어),감시(감성돔),전어,물메기,아구(아귀) 등 사시사철 다양한 어종과
가리비조개,새조개,개조개 등 조개류,쭈꾸미,보리새우,파래,김 등 온갖 종류의 수산물이
전국적으로 유통되고 있다.
이곳에 새로운 명품 수산물이 화려하게 부활했으니,오래 전 명맥이 끊겼던 '가덕 대구'이다.
원래 진해만은 가덕 대구의 산란지였다.
그러나 언제부턴가 진해만의 심각한 오염과 무분별한 남획으로 가덕 대구는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거제수협과 용원수협이 어민소득향상과 지역특화사업의 일환으로,
10여년 전부터 수정한 대구 치어 방류사업을 시작한 것이 3년째 결실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6~7년 전만 해도 누렁이급(70~80㎝) 한 마리에 30만~40만원을 호가하던 것이
이제는 하루 평균 1천500여 마리의 어획으로 5만~7만원선 남짓에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우리 서민의 입맛은 즐겁고도 즐겁다.
특히 가덕 대구는 12월부터 1월까지 북태평양에서 회유해 가덕 앞바다에서 산란을 하는데,
이 시기에 왕성한 먹이 활동을 하는 대구는 살이 차고 영양가가 높아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훌륭한 맛을 낸다.
현재 용원에서 맛 볼 수 있는 가덕 대구 요리의 시세는 10만원 선.
5인 기준의 탕요리와 3인 기준의 회를 곁들인 탕요리가 주종을 이룬다.
대구는 뭐니 뭐니 해도 뼛속까지 시원한 '대구 맑은 탕'이 최고의 미각을 자극한다.
시원하고 후련한 맛이 거의 중독성을 띤다.
대구탕 매니아들은 알겠지만 한 때 냉동 대구탕 1인분에 1~2만원 하던 시절이 있었다.
어쩌다 생대구가 잡히면 곧바로 고급 일식집으로 귀하게 모셔지던 최고급 어종이었던 것이다.
아직도 서민들에게는 조금 부담이 되는 가격이지만 한 해 한 번쯤은 먹어 볼 만한 특별한 음식이 대구 요리다.
대구는 아미노산이 풍부해 영양가치로도 훌륭하지만 지방이 적고 비린 맛이 없어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어종이다.
예부터 노인들 겨울철 보양 식으로 '대구 3마리면 집안 어른 감기 걱정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대구 요리를 잘 한다는 '등대횟집'을 찾았다.
생선회협회전문위원이기도 한 오세영 사장이 취재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집은 탕도 좋지만 대구회가 특별하다.
일반적으로 대구 살은 지방이 적고 물러 회로는 큰 맛이 없는데,이를 보완하기 위해 회로 내는
부위를 다양화 시킨 것이다.
대구 살 뿐만 아니라 대구간과 대구정소(곤)를 회로 내는데 살의 무덤덤한 맛을
간과 정소의 고소한 맛이 완벽하게 보완하여 입안을 충만하게 한다.
꼭 권할 먹거리다.
올 한 해는 시원한 대구탕으로 '입땜'(?)들 하시고 원하는 모든 일이 시원하게 풀리시길 바란다.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