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김흥국 ‘호랑나비’, “앗싸”…폭발적 반응 일으키다
“앗싸”…폭발적 반응 일으키다
‘호랑나비’가 수록된 김흥국 3집.
인생은 과학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다. 노력과 결과가 정비례하지도 반비례하지도 않는다. 오죽하면 새해 덕담이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겠는가.
한국가요 100년사에서 가장 복 받은 가수를 꼽자면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호랑나비’를 부른 김흥국이다. 의아할 수도 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게 복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호랑나비’는 가수 ‘배따라기’ 이혜민이 만든 노래다. 그는 1985년 가수 이동기에게 이 곡을 줬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2년 뒤 다시 가수 김홍경에게 건넸지만 또 한번 흐지부지 잊혀지고 만다. 그러다 1989년 이혜민은 MBC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인간시대>에 자신의 노래 ‘정아’를 사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때 1959년생 동갑내기 무명가수 김흥국을 만났다. 다큐멘터리에서 김흥국이 노래를 부르기로 한 것이다. 두사람은 동갑이라는 점 때문에 가까워졌고 이혜민은 김흥국에게 세번째로 ‘호랑나비’를 주게 됐다.
두번이나 실패한 노래에 누가 기대를 걸 수 있을까? 게다가 ‘호랑나비’는 원래 코믹한 노래가 아니었다. 김흥국은 뭔가 남들과 다르게 하고 싶어 박자감을 살려 녹음했다. 방송에 출연하려고 콧수염을 길렀고 녹음할 땐 없었던 ‘앗싸’ 추임새도 넣어 최대한 웃기게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얼마 후 그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호랑나비’가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KBS <가요톱10>에서 5주 연속 1위를 하고 1989년에 골든디스크를 수상했다. 또한 ‘앗싸’는 그해 최고 유행어가 됐다.
김흥국의 행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이혜민은 1987년 가수 김남화에게 ‘왕십리’라는 곡을 줬는데 별다른 반응을 얻지 못했다. 김흥국은 우연히 이 노래를 듣고 마음에 들어 자신이 부르고 싶어 했다. 공교롭게 그와 이혜민 모두 어린 시절을 왕십리에서 보냈고 나이도 1959년생 동갑이 아닌가! 김흥국은 노래 제목을 ‘59년 왕십리’로 바꿔 취입하고 싶다고 제안했다. 이혜민은 결코 성공하지 못할 거라고 반대했지만 김흥국의 성화에 노래를 건넸고 결국 1991년 발표하게 된다. 이 곡 역시 꽤 인기를 얻어 그의 대표곡이 됐다.
인간의 명(命)을 점치는 명리·주역·관상을 공부하다보면 운명을 바꾸는 방법을 알게 된다. 그 가운데 하나를 알려주자면 적선(積善)을 많이 하는 것이다. 적선은 지인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에게 베푸는 덕이다. 김흥국은 분명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적선했기에 행운이 찾아왔을 것이다. 2023년 많은 분께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출처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