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블랙베리 시즌 [2]
"오, 아니 아니, 안돼! 건드리지마! 그거 만지면 아파! 식용버섯을 발겨했을 때도 그만큼 흥분해 소리쳤다. "아아아! 포치니 버섯이다! 오늘 제대로 한 건 했네!"
버섯 사냥은 블랙베리 채집에 비하면 날카로운 가시도 덤불도 뙤약볕도 없어서 육체적으로 힘에 덜 부쳤다. 그래서 엄마는 내 동행을 가끔 허락해주었다. 나는 이끼로 뒤덮힌 오래된 나무와 추축한 잎에서 풍기는 흙내음에 둘러싸여 있는 게 너무 좋았다, 숲속에는 오직 우리 둘 뿐이었다.
미지의 종으로 가득 찬 신비로운 우주 안에서 엄마는 탐험가였고 나는 엄마의 조수가 되어, 우리 둘은 함께 여행했다. 버섯에대한 엄마의 열정은 전염성이 있었고, 요리 용도에 알맞게 각종 버섯을 분류하는 법을 배웠다. 가을철 버섯과 봄철 버섯이 있꼬, 씹는 맛이 있는 버섯과 작고 부드러운 버섯이 있었다. 연중 절반은 우리 집 저녁 식탁에 각종 신선한 버섯이 올라왔다.
턱수염버섯, 꾀꼬리버섯, 로브스터버섯, 그리고 정말 닭고기 맛이나는 덕다리버섯 까지, 열 살쯤 되었을 때 나는 이미 고급 버섯 전문가가 되어 있었는데, 아직 '고급식품' 이라는 개념이 뭔지도 모를 때였다. 1980년대 초만 해도 '미식가'나 '로컬푸드' 애호가' 같은 단어가 미처 생기기 전이었지만, 엄마는 이제 막 생겨나려는 야생 버섯 시장의 정점에 있었다. ※. 닭다리 같은데 책에 있는데로 덕다리로씀 이전에도 뜻이 애매한 낱말들이 있었지만 그대로 옮긴 것이 있는데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임]
엄마는 태평양 서북부 전역의 레스토랑과 전문 식료품점에 상품을 공급하는 '매덤 머시룸'이라는 유통업체에 숲에서 딴 버섯을 판매했다. 한번은 엄마가 버섯을 팔러 가는 길에 나를 데리러 학교에 온 적이 있는데,우리는 매덤 머시룸 길가 가판대까지 구불구불한 흙길을 운전해 갔다. 엄마가 협상하는 모습을 볼 일은 잘 없었다.
거기에는 버섯을 팔러 온 다른 채집가도 있었지만, 엄마가 팔겠다고 가져온 양은 이들의 버섯보다 열배는 더 많았다.
프로와 취미 채집가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었고, 엄마는 누가 봐도 프로인 반면 다른 사람들은 아마추어였다. 감히 스스로를 '매덤 머시룸[버섯 여사]'이라고 칭하는 이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엄마가 가져온 물건 없이는 그 정체성을 유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날 이후 나는 진짜 버섯 여사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그건 바로 우리 엄마였다. 여름에는 블랙베리 여사, 가을에는 버섯 여사인 우리 엄마.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혼자 힘으로 마을 전체, 나중에는 오만 지역에 자연산 식품을 공급했다. 야간 근무까지 하면서 엄마는 이 일을 6-7년간 계속했는데, 어쩌면 그 근본에는 주변 사람들이 굶주리는 모습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우리 집 부엌이 먹을 것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 않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엄마는 수확물 대부분을 판매했지만, 늘 우리 가족이 먹을 만큼은 먼저 챙겨두었다. 엄마가 채집을 시작할 즈음, 아버지는 집으로 연결된 식품 창고를 하나 더 지었다. 블래베리로 가득 찬 업소용 냉동고 뒤에는 가로세로 3미터 길이의 깊숙한 선반이 있었는데, 이곳은 부모님의 노동의 과실로 꽉꽉 채워졌다. 선반은 병조림으로 가득 찼는데, 블랙베리 잼과 자연산 버섯 병조림이 각각 선반 두 개씩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아버지가 4000제곱미터나 되는 마당에서 키운 옥수수와 콩, 토마토로 채워져 있었고, 부모님이 동네 과수원에서 따온 과일들도 있었다. 그 시절 우리 집만큼 먹을 게 많은 부엌을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나는 엄마가 비범한 생산성을 보여준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은 엄마 같은 속도로 일할 수 없으며, 그렇게 적은 시간을 자며 몇 년이나 버틸 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렸을 때 나는 무슨 수로 엄마가 그렇게 많은 일을 잘해낼 수 있는지 경외감을 느끼곤 했다. 내게 엄마는 부치 같은 숲의 여신, 대지의 어머니, 가장이 모두 합쳐진 모습이었고 밖에서 돈을 벌어 오면서 집에서 가사까지 척척 해내는 향수 광고에 나오는여자 같았다. 그래서 엄마가 프로 채집인으로 급부상하는 모습 뒤에 드리워진 어둠을 미처 보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