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부대’ 하면 프랑스 외인부대가 떠오릅니다. 그만큼 유명합니다. 입대에 크게 어려움은 없지만 일단 입대 후에는 마음대로 나올 수는 없습니다. 복무기간은 의무적으로 일단 5년입니다. 그러니 그 기간 내에는 군법으로 제한 받습니다. 이름값을 하느라 훈련은 혹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입대를 후회하고 탈영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성공 확률도 높지 않고 잡히면 그 몇 배의 힘든 감옥생활을 해야 할 것입니다. 짐작하는 것이지만 군법은 일반사회의 형법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큼 엄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감옥생활도 그에 버금가겠지요. 그냥 일반군대라고 생각하고 입대하는 것은 삼가야 합니다. 대부분은 그만한 이유를 가지고 들어오기는 합니다.
영국인 ‘머레이’는 자신의 삶에 어떤 변화를 주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너무 밋밋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조금은 샌님 같은 풍기고 있음에도 외인부대에 입대합니다. 그리고 짐작보다도 혹독한 훈련을 받습니다. 함께 훈련을 받는 동료 중 잘못 들어왔다고 후회하는 사람이 생깁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외인부대에 입대를 했는가 이해하기 어렵지요. 사람이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섣부른 결단과 선택은 자칫 인생 자체를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머레이는 그러한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견딥니다. 일단 성실함이 지휘관에게 눈도장을 받습니다. 가끔 스스로 묻습니다. 나는 대체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사람은 때로 정체성의 혼란을 겪기도 하고,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의미를 확신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머레이가 입대하는 곳까지 일기장을 들고 간 것은 매우 감성적인 성품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많이 생각합니다. 그래서 동료가 조언해주기도 합니다. 생각은 위험한 거야. 느끼지도 생각하지도 않는 게 좋아. 사실 군인의 행동에는 생각보다 앞서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바로 명령에 대한 복종입니다. 전쟁에서 상부 지시는 이의를 달 수 없습니다. 그것은 개인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 명령에 많은 병사들의 목숨이 걸려있습니다. 전쟁에서는 작전명령입니다. 선악을 떠나 옳고 그름을 넘어서 목표는 하나일 뿐입니다. 적을 섬멸하고 승리하는 것입니다. 어떠한 이유도 이의도 있을 수 없습니다. 생각은 이미 위에서 다 했다는 말입니다. 남은 것은 그대로 수행하는 것뿐입니다.
알제리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외인부대가 주둔하여 있습니다. 당연히 프랑스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시대의 흐름이 각 나라마다 독립과 해방을 꿈꾸며 이루고 있던 때입니다. 알제리도 반란군이 여기저기서 일어나 대적하고 있습니다. 훈련을 마치고 정식 계급장까지 받은 날 모두 잠시 휴가를 받아 도시로 나갑니다. 가슴 뿌듯하고 또 신나는 일이지요. 더구나 매력 있는 여인까지 알게 됩니다. 그런데 대낮 거리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하는 것을 목격합니다. 자신이 있는 곳의 현실을 직접 보게 된 것입니다. 부대는 곧바로 전투의 현장으로 투입됩니다. 이제는 훈련이 아니라 실전입니다. 그리고 삶과 죽음을 곁에서 봅니다. 게다가 일반시민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됩니다. 전쟁은 군인만이 하는 것이 아닙니다.
동굴 탐색 중에 인기척으로 인하여 어둠 속에 총격을 가합니다. 그리고 다가가 죽음을 확인하고는 충격을 받습니다. 어린아이가 자신의 총격을 받아 사살되어 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물론 일부러 저지른 일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충격이 지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생각하지 말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 생각에 빠지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임무는 계속 주어질 것입니다. 그냥 깔아뭉갭니까? 그래서는 안 됩니다. 적인지 아닌지 확인이 필요하다기에 사살당한 적을 찾아 신체 일부를 베어 가지고 옵니다. 머레이가 묻습니다. 우리가 짐승이야? 그 때 동료가 대답합니다. 군인이지. 사람과 군인의 차이가 무엇입니까? 사람은 그래서도 그럴 수도 없지만 군인은 때로 짐승처럼도 되어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알제리의 해방과 독립, 알제리 국가로서는 당연히 쟁취해야 할 숙제이고 숙원입니다. 그들의 정의입니다. 그러나 프랑스로서는 국익에 어긋납니다. 그래서 반란군을 무찔러야 합니다. 그것이 그곳에 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이유이고 목적입니다. 때로는 인간의 정의를 택해야 하는가, 나라의 명령에 복종해야 하는가, 하는 이념의 대결을 감수하기도 해야 합니다. 군인은 우선 부대 명령을 따라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을 하게 되면 복잡해집니다. 어쩌면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이 군생활을 하기 어려운지도 모릅니다. 명령과 복종 그 단순관계에서 움직인다면 그다지 어렵지도 않을 것입니다. 문제는 인간이란 존재가 생각을 한다는 것이지요.
‘포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도 있는 거야.’ 이것저것 생각하다 보면 주저하고 그것이 목숨을 잃게 하는 길이 되기도 합니다. 5년의 복무기간, 머레이는 인생을 새롭게 배우고 깨우칩니다. 입대할 때의 목적은 달성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이제부터의 인생은 보다 넓고 깊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영화 ‘톰 하디의 도망자’(Simon: An English Legionnaire)를 보았습니다. 2009년 영국 작입니다.
첫댓글 고맙습니다.
복된 한 주를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