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 어쩌면 전체 이야기의 요약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왜 세상이 더러운가? 밝은 데서 움직이는 것보다는 어두운 데서 조정하는 것이 더 강하고 확실하기 때문이요,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인생이 왜 서러운가? 바로 세상이 더럽기 때문입니다. 공정하지 못한 세상을 살기가 쉽지 않기에 서럽다는 말입니다. 그러면 어찌 해야 하는가? 세상을 뒤집어버리든지 나도 세상과 영합하든지 해야 합니다. 물론 세상을 뒤집어버리는 일이 훨씬 어렵습니다. 더구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니 세상과 영합하는 쪽이 빠르고 확실한 길입니다. 질문이 생깁니다. 이렇게 살아야만 하는가?
국회의원 출마에 나섰습니다. 더구나 확실한 정당의 공천을 받은 마당이니 어쩌면 따 놓은 당상입니다. 신나는 일입니다. 꿈에 그리던 의원이 될 것입니다. 어디를 가나 이미 된 것처럼 대접을 받으며 삶이 활기에 넘칩니다. 그런데 뒤집어집니다. 공천이 바뀐 것입니다. 뒤에서 권력을 휘두르는 실세의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의 힘으로 그냥 갑자기 바뀐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곤두박질한 셈입니다. 이렇게 물러설 수는 없습니다. 얼굴 이미 다 알려졌는데 무슨 망신이고 또 얼마나 실망들을 하겠습니까? 이렇게 되면 다음 선거라고 보장받을 수 있는 일도 아닙니다. 정당의 공천이 없다면 다른 길이 있습니다. 무소속으로 도전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돈입니다. 실제 출마 몇 번 하였다가 가산 다 들어먹고 결국 이혼까지 하며 가족이 해체되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 들은 이야기입니다. 정치판이 마치 도박판과 같아서 중독증세를 보인다는 것입니다. 한번 맛들이면 도저히 빠져나오지 못한답니다. 결국 망조 드는 것이지요. 아무튼 그래도 민심을 어느 정도 얻어낸 ‘전해웅’ 후보자는 그냥 물러서기가 너무 억울합니다. 그래서 무소속 출마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나름 꾀를 냅니다. 공직에 있는 후배를 설득시켜 대외비 지역 개발문서를 도적질합니다. 그것을 빌미로 잘 알던 조폭을 통하여 부동산 사업자를 끌어들입니다. 막대한 자금을 지원 받게 됩니다. 조폭 대원들은 선거운동원으로 활동하게 됩니다.
날마다 보도됩니다. ‘전대웅’의 지지율이 올라갑니다. 제일 정당의 후보자가 뒤로 쳐집니다. 후보자를 새로 바꾼 실세 ‘권순태’가 가만있을 수 없습니다. 이런 형국이 어찌 발생하였는지 뒤를 캡니다. 그리고 작전을 짜고 지휘합니다. 여기저기 자기 사람들이 요직에도 조폭 사회에도 깔려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계획마저 뒤집어버립니다. 전대웅을 밀어주던 사업자가 난리가 납니다. 투자한 자기 돈이 모두 날아갈 지경이 되었습니다. 자기를 꼬셔서 후보자 전대웅에게 연결시켜준 조폭 대장 ‘필도’를 잡아 족칩니다. 이어지면 모두 나오게 됩니다. 전대웅이 막다른 골목에 이릅니다. ‘염려하지 마, 내 알아서 할 테니. 너는 힘만 좀 써, 머리는 내가 쓸게.’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돈이 대세입니다. 그러나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돈만이 아닙니다. 물론 돈이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그 돈에 움직이지 않을 수가 없게 묶여 있습니다. 그 돈에 생명이 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자기 아닌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의 목숨이 걸리게 되면 피하기 어렵습니다.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갑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용되고 나면 가차 없이 버려집니다. 그런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끌려들어갈 수밖에 없으니 서럽습니다. 정말 더러운 세상이지요. 요즘은 그래도 과학적 수사력이 발전되어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생명은 매우 드물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기야 그만큼 범죄 능력도 발전하겠지요.
자 이제부터는 나라를 위해서 하는 일이다, 알았나? 기가 찰 일입니다. 옛말에 ‘政治’는 ‘正治’라고 하였습니다. ‘바르게 다스려야 한다,’는 뜻이지요. 그런데 그 정치를 하려고 조폭이 동원되고 투표는 미리 다 만들어서 바꿔치기 해놓고 하면서 정치가 이루어질까요? 현실에서는 그저 이상일 뿐이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의 민주주의 반세기 역사도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기는 서구유럽에서 발전되어 온 세월을 생각한다면 월등하게 잘했다 싶기도 합니다. 우리 특유의 문화 ‘빨리 빨리’ 속에서 정치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웬만한 부작용은 용납해주어도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어차피 나아지겠지요.
이 정치판에 욕심 가지고 뛰어든 조폭과 부동산 사업자 간에 큰 싸움이 벌어집니다. 역시 힘을 움직이는 것은 머리입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 권력이기도 합니다. 그들 모두 이용당하고 끝납니다. 남는 것은 권력자입니다. 그가 보기에 이 반항아 같은 전대웅이 나긋나긋하게 따라오기만 하는 순덕이보다는 그래도 쓸 만한 일꾼으로 보였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편으로 끌어당깁니다. 전대웅도 막강한 힘을 기댈 수만 있다면 장래가 보장되는 셈이지요. 결국은 둘이서 적대관계에서 벗어나 한 족속이 됩니다. 그렇게 막이 내립니다. 물론 그들이 끝까지 잘 나갈지는 모르는 일입니다. 영화 ‘대외비’(The Devil's Deal)를 보았습니다. 영문 제목이 훨씬 그럴 듯합니다.
첫댓글 좋은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입니다. ^)^
고맙습니다.
^)^
어렵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