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태초에 태고신 시리오스가 세계를 창조하시니라. 혼돈과 암흑에 싸인 무(無)로서 곧 유(有)이던 때에 그가 세상을 창조하니 그가 창조한 세계는 무와 무로 이루어져 있던 차원의 일부분 이었더라. 그가 처음으로 지면을 만들고 스스로 땅의 여신 로시페리에를 낳으니 시리오스와 로시페리에가 동침하니 그녀가 아이를 낳고 그를 라르시안이라 이름지으니 그가 바로 후에 몇인의 협력자들과 함께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게 되는 천신이었느니라.
2지면과 물이 나뉘고 네 개의 대륙과 세 개의 바다로 이루어진 세계가 창조되니라.
3시리오스와 로시페리에가 다시 동침하니 어둠과 죽은 자의 신 게리오스와 빛과 생명의 신 시더스 형제가 탄생하였느니라.
4시더스가 그 어머니 로시페리에와 동침하니 달의 여신 일리오네와 태양신 프레야 남매가 탄생되었고, 다시 그 딸 일리오네와 동침하여 운명의 여신 세자매를 낳으니라.
5 또, 운명의 여신 세자매중 맏이인 이노스가 프레야와 동침하여 미와 사랑의 여신 아레시아를 낳고 다시 동침하니 전쟁과 영웅의 신 로디스를 낳으니라.
6바다의 신이 없어 바다가 황폐해져 감을 보고 때에 시리오스가 측은히 여겨 다시 로시페리에와 동침하여 바다의 신 드류시안과 농업의 여신 미네시안, 그리고 훗날 마법을 창조하여 마신이라 불리우는 과학의 신 미노스를 낳으니 그제서야 시리오스가 창조를 멈추고 휴식하니라.
7이리하여 천계의 주신들이 탄생하니라. 생명의 신 시더스가 비어 있는 세계를 보고 각종 생물들을 만드니 그 피조물중 인간과 드래곤이 가장 좋았더라.
(라르시안계 경전 신생(神生)기 1장1:~7)
[여기는 어디지?]
어느샌가부터 나를 둘러싸고 있는 끝없는 심연의 암흑과 한기. 보이지 않는 공간 가운데 흐르는 나의 새하얀 신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처음으로 자아라는 것을 갖게 되었을 때, 나는 암흑의 공간안에 떠다니고 있었다. 배가 고프다는 생각도 암흑에 대한 답답함이나 공포도 그 어떤 감정도 없었다. 다만, 이 끝이 보이지 않는 심연은 어디며, 나의 존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관한 머릿속 깊숙한 곳에서 흘러나오는 의문 뿐이었다.
벌써 몇 까지 숫자를 세었는지 모른다. 숫자라는 개념이 어떻게 내 머릿속에 존재하고 있었는지는 모르나 자아를 갖게 되었을때부터 많은 개념과 지식을 갖고 있었다. 허나, 내가 어째서 인간이라는 종족의 몸을 입고 있으면서 처음부터 성인의 신체를 지니고 있었는지 자아의 상실이 있었던 이전의 기억은 어떤 것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언젠가부터 쭉 세어왔다. 무료한 유랑의 전환점으로 시작한 수의 셈, 그 시작도 끝도 나는 알지 못한다.
아무리 오랜 시간을 수로 채워보아도 노화의 단계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되는 숫자, 언제 끝날지 모르는 나의 심연속 유랑, 하지만 왠지 모르게 나의 운명이 오늘 나를 이 어둠속에서 깨울거라는 강한 예감이 든다. 51조 47억 3269만 1001을 센 지금, 그리고 인간력으로 내 생애의 200년이란 시간이 흘렀다. 늙지 않는 신체와 잠들지 않는 정신, 이제 이 심연의 외로움을 마치게 해줄 무언가가 나를 부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세상 밖으로 나아가 질 수 있을까?
51조 47억 3269만 1053.... 51조 47억 3269만 1054...
5....6.....7.............
.......
..
<던전의 버려진 소년>
사령의 숲이라 불리우는 라루크제국 남부의 작은 숲, 수 많은 괴들과 몬스터들의 잦은 출현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목숨을 잃어 죽은 영혼의 떠도는 숲이라 하여 사령의 숲이라 이름붙여진 숲이었다. 지금 이 숲을 지나는 어떻게 보면 평범할 수도 또 어떻게 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넷이라는 숫자의 작은 파티가 이 숲을 지나고 있었다. 한 사내는 용병인 듯 , 오랜 전투경험을 보여주듯 눌러붙은 핏자국과 녹슬음으로 색이 바랜 갑옷에 커다란 바스타드를 들고 선 터프하게 생긴 장신이었다. 대강 보아도 2머드(이 세계의 1머드는 대략 120cm)는 됨직해 보이는 굉장한 장신이었다. 또 한 사람은 여자였는데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운 미모를 한 여인이었다. 간편한 여행복차림에 허리에 찬 검은빛의 레이피어가 그녀의 성격을 짐작케 했다. 찰랑거리는 검은 머릿결의 사이로 비져 나온 뾰족한 귀가 그녀가 다크엘프임을 상징하고 있었다. 또 한 사람은 마법사수련생인 듯 회색의 로브를 쓰고 있는 어려보이는 소녀였다. 그들의 앞에 그들을 이끌며 나아오는 수려한 외모의 마찬가지의 마법사가 있었으니 그가 바로 라이노베 대륙최강의 마법사라 불리우는 마도사 웨인 프리스였다.
장신의 사내가 투덜거렸다.
[에이, 이봐, 웨인. 꼭 이렇게 으스스한 사령의 숲까지 와야 했어? 고마도사의 숨겨진 던전은 다른 곳에도 널려 있잖아.]
[하하하, 하지만 이 곳에서 강한 마력과 함께 빛의 힘이 동시에 느껴져왔다고. 그 마력이 상당히 불안전한 것이라 나 정도의 마도사가 아니면 찾을 수 없는 것이기에 망정이지. 원래대로라면 수많은 어중이떠중이 마법사들까지도 몰려왔을정도의 마력이라구. 그리고 토미, 자넨 용병길드의 전설이라는 폭풍의 검 혈천용병왕 토미 리어라면서 설마 사령의 숲 따위가 무서운 건가?]
사람 좋은 미소의 웨인이 토미라 불리운 사내를 쏘아주자, 토미의 얼굴이 금방 붉어졌다.
[뭐야? 내가 사령의 숲을 무서워해? 웃기지마. 비켜, 내가 앞장서겠어.]
씩씩대며 앞으로 앞장서는 토미를 두고 웨인은 다크엘프여인을 보며 말했다.
[참, 저녀석도 단순파란 말야. 후훗, 안그래? 시린?]
[몰라.]
시린의 간단명료한 대답에 장난기가 발동한 웨인은 어느샌가 헤이스트를 사용해 시린의 뒤로 돌아 시린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히히, 왜 또 그렇게 굳어 있을까? 우리 아가씨. 어디 우리 시린가슴이 얼마나 큰지 좀 볼까?]
[뻐억]
웨인의 행동은 이어지지 않았다. 뒤이어 날아온 시린의 오른주먹이 그의 안면을 거세게 강타했기에...
[한번만 더 그따위 짓 했다가는 죽을 줄 알아.]
싸늘한 살기를 풀풀 날리며 앞서간 토미를 쫓는 시린이었다. 그 뒤를 따라 계속되는 음흉한 미소와 함께 쫓아가는 웨인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뒤로 하여 한 숨을 내쉬며 중얼거리는 소녀가 있었으니 마법사수련생이자 어린나이에 5써클이상의 마법을 마스터하여 신동이라 불리우는 마법천재소녀 리나 사루비아였다. 그녀는 평민출신으로 성이 없었으나 자신이 좋아하는 꽃의 이름을 따 자신의 성을 지었다. 그녀가 다섯 살 날때에 전쟁으로 폐허가 된 마을에서 그녀의 재질을 알아본 웨인이 그녀를 제자로 삼은 것이었다.
[후....저런 카사노바같은 날바람둥이가 대륙최강의 마도사 웨인 프리스란 걸 다른 사람이 보면 뭐라고 할까? 후.... 정말 구제불능이라니까.]
한심하다는 듯이 중얼거리며 리나는 그들의 뒤를 쫓았다.
[후...얼마나 더 가야하는거야. 웨인. 벌써 암벽을 네 개나 넘었잖아. 그동안 만난 몬스터만 해도 벌써 34마리. 길을 가다 만난 몬스터만 해도 10마리. 이젠 아주 짜증이 난다구.]
[그래, 나도 짜증이 나. 도대체 언제까지 가야하지.]
토미와 시린이 협동으로 짜증난다는 듯이 얼굴을 찌푸리자, 웨인이 웃으며 말했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가면 돼. 마력이 가까이서 느껴진다구. ]
[쳇, 항상 그 소리지.]
리나가 말했다.
[리나..... 너 내 제자맞냐?]
[피, 항상 자기 불리할때만 제자찾아요. 남자가 쩨쩨하게 소심하기는, 얼굴만 꽃이면 뭐해. 그러니까 항상 노땅이란 소릴듣지.]
[........뭐? 쩨쩨...그리고, 노땅?]
조금씩 늘어가는 그의 이마의 힘줄을 보면서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심정에 말을 잇는 리나였다. 자신에게 쏘아질 그의 복수를 잊고서.
[그래요. 쩨쩨에 노땅이죠. 게다가 바람기까지 붙은 카사노바 노땅 할아범!!]
[이.....이 녀석이.. 으아아아, 파이어 볼fire ball!!]
계속되는 놀림에 진짜로 쩨쩨해진 웨인의 양손에서 커다란 불덩이가 형성되어 리나에게로 쏘아져나갔다.
[꺄아악, 제자한테 마법을 구사하는 사부가 어딨어요. 이익, 미스틱 실드!]
새하얀 막이 리나를 막아 날아오는 파이어 볼의 추진을 막고 불덩이를 흩었다.
[훗, 소용없다. 리버스 오브 파이어 볼leaverth of fire ball!! 파이어 월 fire wall!!]
흩어진 불덩이가 재생되더니 커다란 불의 장막으로 변하여 리나의 미스틱 실드를 덮쳐 갔다. 엄청난 힘의 파이어 월에 간간히 보이지 않는 틈새로 급작스럽게 뿜어져 나오는 수 많은 파이어 볼의 불덩이들에 리나는 정신을 수습하기 힘들었다.
균열이 가는 미스틱 실드에서 마력을 흡수함과 동시에 점프마법을 시전한 리나는 성난 얼굴로 외쳤다.
[캬아악, 이 미치광이 사부. 그럼 한번 받아봐요. 아이스 필드!!]
리나의 손으로 모든 열기가 흡수되며 주변 20머드 이상의 공간이 얼어붙었다. 머리 카락이 얼어 고드름이 되어 떨어진 웨인은 실실 쪼개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그 뒤에는 토미와 시린의 잡담이 계속되고 있었다.
[참, 저 사제간의 싸움은 언제나 살기만땅이라니까. 안그래, 시린?]
[그래, 끝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금방 풀어지면서 싸울땐 꼭 송장하나 치울 것 같이 싸우지. 유치해. 정말...]
[그래...]
떠나오기 전 싸왔던 육포까지 뜯으며 싸움에 열중하는 토미였다.
[너도 먹을래?]
[나, 엘프잖아.]
[아참, 그렇지. 미안. 우물우물.]
그 간에도 계속되는 싸움.
[흐아앗, 메테오 붐meteo boom!!]
[헤이스트!!]
무지막지한 운석소환마법까지 퍼붓자, 떨어지는 운석을 헤이스트로 요리조리 피하며 마나를 돌려 라운파이터로 돌변하는 리나였다.
[저 별은 시린별, 저 별은 내별, 그리고 저 별은 앞으로 태어날 우리아이별!! 후훗^^]
닭살스런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웃는 토미를 바라보며 시린이 말했다.
[뭐? 누구랑 누구 아이? 죽을래?]
[하하, 과민반응하면 수명이 단축된다구. 역시 시린은 화내는 모습도 이쁜데?]
각자들 알아서 재미있게 놀던 그들은 멈추게 한건 심상치 않은 마력이 가까이에 감지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이건?]
[이봐, 웨인. 이게 네가 말하던 마기인가?]
[아, 아냐. 이것과는 뭔가 틀려. 내가 느낀 것보다는 훨씬 미약하지만 이 정도의 마기라면, 이 정도의 마기가 만약 적 내지는 몬스터라면 나조차도 이겨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야.]
[뭣?]
[대체 어떤 생명체가 이런 마기를? 서...설마 마족?]
그들의 걱정에 호응하듯 서서히 그 마기의 주인공이 그 실체를 드러냈다. 화창하던 하늘에 먹구름이 끼는지 점점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고, 일행은 그 심상치 않은 마기의 행방이 하늘에서 느껴짐을 알고 어두워진 창공을 바라보았다.
녹색의 끈적한 타액이 빗물처럼 툭 툭 하며 암흑의 창공으로부터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