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27일 남한산성의 서쪽 자락을 밟아보았다. 12월13일 남한산성 북쪽자락 고골마을길을 밟아본데 이어, 이번에도 장거리와 스피드 업은 아니어도 즐기는, 동네 길과 인근 산자락 길 라이딩에 나선 것이다.
구리~판교고속도로 서편 펜스와 맞닿으며, 문정동 시영아파트에서 장지동 송파파인타운단지로 이어지는 후원(後園)의 산책로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뒷동산을 오르내리게 돼 있어, 작지만 아기자기한 크로스컨트리의 진미를 한껏 볼 수 있는, 기막힌 mtb자전거 길로도 안성맞춤이었다.∞
파인타운 단지를 벗어나 장지교 4거리에서 남한산성 쪽으로 좌회전 남성대 골프장과 행정학교 입구를 지나 언덕을 넘어서면 성남시수정구 창곡동이고, 창곡3동 마을회관부터 마냥 산 쪽으로 올라가니, 산허리에 환상적인 비포장 길이 전개된다. 스릴 넘치는 S자U자-사인코사인의 업 다운이 임도와 황무지 트랙으로 반복되는, 그야말로 환상적인 mtb 크로스컨트리 코스가 펼쳐진다.
이곳은 곧 위례신도시로 바뀔 지역. 그래서 이 도로가 공사용인가 했더니, 다른 용도의(구체적으로는 밝히지 않겠지만) 오래된 비포장도로다.
시설과 시설 사이를 이으며 산허리를 감싸고도는 차도 폭의 임도(?)는 중간 중간 산등성이로 차고 오르는 갈래 길을 내어주는데, 골이 파이고 잡초가 무성해 실제로는 싱글트랙에 다름 아니다. ∞
이 길은 뉴타운이 들어서면 사라질 것이다. 설령 도시외곽 산록의 산책로로 단장될지 모르지만, 이처럼 거친 야성(野性)의 크로스컨트리(XC)로 남지는 못할 것이다. 아쉽기 그지없지만 이맘쯤에라도 와서 타보고 즐길 수 있었으니 얼마나 다행이고 행복한지 모르겠다. 그때도 남아있었으면 좋으련만.
이 코스를 마치고 내려서니. 애마(자전거)도 거친 길을 달렸음에도 피로한 기색 없이 늠름하다. 아마도 거친 길을 달려야 할 MTB로서의 자기 정체성(正體性)을 찾는 기회가 주어진데 대한 고마움이 더 컸을 것이기 때문이리. 강한 말굽을 가지고도 거친 야지(野地)를 횡단하지 못하고 잘 닦인 포장도로나 달리던 갑갑함과 무력감에 몹시 괴로웠을 것이다. ∞
원래 크로스컨트리 XC는 육상경기에서 도로가 아닌 자연지형 그대로의 숲 들판 언덕을 달리는 경주종목이고, 자전거에선 쉽게 말해 등산로를 타는 것을 말하며 그런 자전거가 바로 산악자전거mtb이다. 그렇지만 전문선수들이 아닌 경우에 mtb는, 비포장도로(off road-임도와 농로 등) 정도를 타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물론 포장도로(on road)라고 못 탈 이유는 없다. 포장도로라도 거칠어진 마을길 농로나 길고 높은 산악도로의 경우는 그대로 크로스컨트리라고 해도 무난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울퉁불퉁 자갈과 돌과 나무뿌리, 잡초에 묻히고 골이 파여 좁아터진, 그러면서도 오르막 내리막 경사를 짓는 그야말로 황무지 길은 그를 극복하는 가운데, 자연과 호흡하며 말할 수 없는 희열을 느끼기 마련이니, 그것이 진정한 크로스컨트리의 맛일 것이다. ∞
이번 남한산성 서남 창곡동 산자락 비포장길 라이딩은 바로 그런 크로스컨트리의 맛을 제법 느끼기에 충분한 코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