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장에 핀 웃음꽃
내 또래의 사람들이 강변 둔치의 녹색 잔디 위에서 공을 치느라 북적거린다.
오래전에만 해도 이곳 강 둔치는 눅눅한 모래흙에 무성한 잡풀로 쓸모가 없어서 버려진 땅이었다. 시궁창 냄새가 진동하던 강변에 나무를 심고 잔디를 가꾸어 사람과 친숙한 그린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우여곡절이 있긴 했지만, 마을 사람들이 뜻을 모아 자신들의 여가 활동을 위해 파크골프장을 조성했다. 파크골프장이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지역개발과 환경보전"을 두고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곳이었다.
퇴임하고 건강한 노후 생활을 위한 운동을 물색하던 중 파크골프를 알게 되었다.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에서 탈출하기에 적당한데다가 우선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아 좋았다. 파크 골프 경기규칙과 공을 치는 기본요령은 일반 골프와 다름없다. 티 박스에서 홀컵까지 이루어지는 과정은 우리네 삶과 너무 닮았다.
인생이나 파크 골프나 예상하지 못한 일들을 종종 만나게 된다. 목표물이 가까운 곳에 있다 하여 좋은 결과가 있고 먼 곳에 있다고 절대 어렵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성공 여부는 난이도에 따라 공략 방법을 달리해야만 가능하듯이 지난날에 내 꿈을 성취하는데도 많은 어려움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파크골프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나름대로 가진 기량을 최대한 동원했다. 티샷 한 공이 홀컵에 들어가 뎅그렁 소리를 들을 때마다 말로 할 수 없는 쾌감이 있었다.
티 박스에서 공칠 차례를 기다리는 시간은 함께한 사람과 정담을 나누는 기회가 되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파크골프장은 시설과 규모, 접근성이나 환경면에서 달성군이 최고라고 귀띔한다. 낙동강 변 곳곳에 파크골프장이 있고 지금도 조성 중이라며 달성군민인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하기야 나도 달성군에서 십칠 년 교직 생활을 하고 학교장을 지냈으니 군민이나 마찬가지다.
곧 있을 가족사랑 파크골프대회에 참가 신청서를 내면서 달성군에 대한 홍보원이 되기로 결심했다. 세금을 내지 않고도 이곳에서 즐기고 있으니 나름 역할을 하는 것도 좋으리라. 잘하는 일에 응원과 박수를 보내 격려하는 것도 주민의 역할이 아닐까 싶어서다.
달성군 여기저기에 파크골프장이 무수히 많다. 노인들로부터 주목을 받는 축복의 땅이다. 파크골프장이 많다 해서가 아니다. 안락한 주거지와 낙동강과 금호강을 아우르는 천혜의 환경을 가졌다. 여가 활용을 위한 스포츠시설이 즐비하고, 사문 나루터, 마비정 벽화마을, 송해 공원, 비슬산 등 관광지와 도동 서원, 현풍 향교, 국립대구과학관 등 문화시설이 넘쳐난다.
그뿐만 아니라 테크노폴리스, 달성산업단지, 대구국가산업단지 등이 가동되는 첨단 복합 산업도시이다. 시 전체의 반을 차지할 정도로 광활하기도 하지만 예로부터 대구의 젖줄이고 대구를 길러낸 어머니다. 대구를 말할 때 달성을 말하지 않으면 대구의 참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지 않을까.
경기 하루 전이었다. 강 둔치의 녹색 잔디 구장은 도시 생활에 지친 눈을 시원하게 해 주었다. 동호인들의 각양각색 복장이 경기장을 울긋불긋 수놓았다. 옷이 날개였다. 빨간 티셔츠를 입은 어른들이 나이보다 한참이나 젊게 보여 구장을 활기차게 했다.
처음으로 참가하는 터라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거리와 지형지물에 적당한 코스로 배팅 준비를 하였다. 긴장을 풀려고 한차례 심호흡을 하였다. 숨을 멈추고 힘의 강약을 조절하여 공을 날렸다. 공은 자꾸 홀컵을 비껴갔다. 지나온 삶 속에 때로는 나의 바람대로 되지 않았던 것처럼 결코 녹녹하지 않았다.
티 박스에서 양발의 간격과 발끝 벌리기에 따라 공의 진로가 다르게 나아가듯 인생의 출발점에서의 준비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졌다. 눈의 시선, 어깨, 양 무릎, 양발 끝의 정렬이 평행이 되도록 일치시키자 목표물에 정확하게 공을 넣을 수 있었다.
둘째 날에는 내가 먼저 티 샷으로 공을 쳐놓으면 이어서 아내가 공을 치는 것으로 역순으로 도전했다. 어제의 장애물인 벙커가 있는 코스에서 벙커를 피해 공을 날렸다. 하지만 마음먹은 대로 날아가진 않았다. 성적이 좋지 않아 아쉬움이 컸다. 그동안 살아오며 나름대로 터득한 방법을 떠올렸다. 홀컵을 향해 과감하게 공을 날렸다. 뜻 한 바대로 공이 홀컵에 바짝 붙었다. 아내가 뒷마무리를 잘해 주었다. 전날보다 성적이 좋았다. 이틀간에 걸쳐 아내와 한마음으로 호흡을 맞추어 경기를 마무리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힘을 합해 잘 이겨낸 지난 삶처럼 흐뭇했다.
‘파크 골프’는 가족들의 휴양 및 정서 생활에 이바지하는 운동이다. 누가 일등을 하든지 꼴찌를 하던 그것은 상관없다. 모두가 참석해서 최선을 다하며 웃으며 즐길 수 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뎅그렁 금속성 소리에 울려 퍼지는 짜릿하고 황홀한 순간을 위해 오늘도 홀인원!을 외쳐 본다.
파크골프장에 파란 웃음꽃이 끝없이 피어나듯 달성군에도 희망의 꽃이 활짝 피어나길 기대해 본다.
첫댓글 달성예찬과 가족사랑을 그려낸 작품 잘 읽었습니다.
조용히, 열정적이게...
사시는 분이 신송우 선생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파크골프가 우리네 삶과 닮아있다는 말씀이 글을 읽으며 공감이 더해갑니다.
정년후 멋진 생활을 하고 계시는 신송우 선생님 화이팅입니다.
가만가만 나직나직 옆에서 말씀하시는 듯한 글입니다.
잘 풀어 쓰셨습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노후를 아름답게 사시는 두 분 모습이 귀감이 되십니다.
요기까지만 찍으면 칠십점은 될 꼬리글에
황칠을 합니다.
저 달성서갑니데이.
하하하
파크골프가 어떻게 하는 운동인지 잘 모릅니다.
즐겁게 노후를 보내시는 신송우 문우님께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달성군에 적을 두고 있어서 달성문인협회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글쟁이들이 많더군요. 사무국장은 수필사랑 우남희님.
잘 읽었습니다.
달성인이 되어 반갑습니다.
달성문화유적지에 대한 수필을 써서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답니다. 신송우샘께선 파크골프장에 대해 쓰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