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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글쓴이 박석무 / 등록일 2025-08-04
광인 대통령을 국민의 힘으로 쫓아내고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정부의 별칭을 ‘국민주권정부’라 부르고 있습니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등 모두가 백성, 즉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뜻하는 것으로 여겨지지만, ‘주권정부’라고 할 때는 ‘주권’을 더욱 강조하는 뜻이 있어서 이제는 참으로 백성들이 나라의 주인노릇을 할 수 있는 세상이 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인류가 가장 희구하는 ‘민주주의’, 참다운 민주주의란 백성들이 나라의 주인노릇을 제대로 할 수 있는 나라여야 합니다. 국민에게 주권이 있다면 바로 국민이 나라의 주인임을 밝혀준 내용이어서 참다운 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한다는 뜻까지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희구하는 우리들로서는 참으로 다행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용어로는 민주주의이지만, 고대 동양의 정치사상으로는 ‘민본주의(民本主義)’라고 했습니다. 고대 동양 최고(最古)의 정치사상 책은 『서경(書經)』인데, ‘민유방본(民惟邦本)’이라는, 즉 백성만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민본(民本) 정치를 인류에게 가르쳐주었습니다.
그러나 인류의 오랜 역사상, 백성들이 나라의 주인인 역할을 제대로 했던 적이 몇 번이나 있었던가요. 다산 정약용은 요순시대 이후 제대로 백성들이 나라의 주인노릇을 했던 적은 거의 없었다고 믿고 자기가 살아가던 때로부터라도 참다운 민본국가를 세워야 한다는 희망으로 위대한 논문 두 편을 저술했으니, 하나는 「탕론(湯論)」이요 둘은 「원목(原牧)」이라는 글이었습니다. 나라의 최고 통치자를 천자(天子)라 호칭했는데, 다산은 분명히 밝혔습니다. “천자라고 하는 사람은 민중들이 추대해서 세워진 사람이다(天子者 衆推之而成者也)”라는 혁명적인 논리를 전개했습니다. 하늘이 내려준 것도 아니요, 땅에서 솟아난 것도 아니고 오직 민중들이 추대해주었기 때문에 천자의 지위에 올랐으니, 민중들의 뜻에 따르지 않거나, 민중들과 반대되는 일을 할 때는 언제라도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 천자의 지위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것이 바로 민본주의의 정치라고 했습니다.
천자를 악단의 지휘자와 비교하기도 했습니다. 악단의 단원 중에서 지도자 한 사람을 추대해서 지휘자로 임명하고 추대된 지휘자가 악단을 제대로 지휘하지 못하면 단원들이 바로 끌어내리듯이, 천자를 민중들이 언제라도 끌어내릴 수 있다고 했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는 다산의 「탕론」에 부합하는 혁명을 이룩했으니 바로 4.19혁명이었습니다.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 독재자 이승만을 끌어내려 해외로 추방했던 역사, 참으로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들이었습니다. 그렇다고 완전한 민주주의 국가를 이루지 못한 세월, 다시 우리는 민중들이 들고 일어나 박근혜도 끌어내렸고 윤석열도 또 다시 끌어내렸습니다. 이른바 K-민주주의를 세계 만방에 자랑하는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민본에 합당한 민주주의 국가를 이룩하여 또 다른 추방자가 나오는 일은 없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정부는 언어 그대로 국민주권국가가 되기 위하여, 모든 주권이 국민에게 있고 백성들이 나라의 주인 노릇을 제대로 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 200년 전 다산 정약용이 전개한 「탕론」의 논리가 꽃을 피워 모든 인류가 부러워하는 ‘K-민주주의’ 세상이 구현될 것입니다. 지하에 계신 다산 선생이 얼마나 기뻐하실 일인가요.
■ 글쓴이 / 박 석 무
· (사)다산연구소 명예이사장
· 다산학자
· 우석대학교 석좌교수
· 고산서원 원장
· 저서
『다산의 마음을 찾아―다산학을 말하다①』, 현암사
『다산의 생각을 따라―다산학을 말하다②』, 현암사
『다산에게 배운다』, 창비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
『목민심서, 다산에게 시대를 묻다』 , 현암사
첫댓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