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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한국죽음학회, 2010
"삶을 무의미하게 연장하려는 것은
'생명체는 반드시 죽는' 자연스러운 생명 과정을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인간은 생명체이기에 임종에 처해 삶을 잘 정리하고
자신의 죽음을 온전하고 존엄하게 맞이할
권리가 있습니다"
- 한국죽음학회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
[목차]
머리글 :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죽음의 준비, 병의 말기 진단 전에 해야 할 일
말기 질환 사실을 알리는 바람직한 방법
말기 질환 판정을 받은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글
말기 환자를 돌보는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
임종 직전, 죽음이 가까웠을 때의 증상
떠나는 것 받아들이기와 작별인사
망자 보내기, 장례
고인을 보낸 이의 슬픔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
부록
유언장
누군가 내게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죽음이다'라 답할 것이다. 어린 시절에 함께 뛰어놀던 동무들이 자살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기도 했고, 친인척의 죽음도 경험을 했고, 오랜 시간 함께한 할머니의 죽음도 직접 목격한 바 있지만, 나는 언제나 '죽음'이 무섭고 무섭다.
'인터넷 불자'로서 열심히 불경을 찾아 읽고, '오직 할 뿐!', '오직 모를 뿐!'의 마음과 자세로 이 순간을 살아가려 노력하지만, 그리고 내가 죽어 개미의 먹이가 되고, 나무의 거름이 되고, 강이 되고, 하늘이 되고, 비가 되는 이치를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죽음이 무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나는 '죽음'이 무서워 '죽겠다'.
이제 곧 열 살이 되는 나의 투투 그리고 비비, 나의 언니와 동생, 늙어만 가는 부모님, 지인들과 친구들의 죽음 그리고 나와 바른얼굴님의 죽음 등을 생각하면 눈물부터 나오니, '죽음'에 관한 나의 '공포'는 도를 넘은 것이 분명하다.
나의 공포가 도를 넘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나는 항상 '그럼에도 죽음은 사람의 형상으로 나고 자란 내 삶의 중요한 일부분이니 이를 공포의 대상으로만 삼으며 어리석게 스스로 고통스럽게 만들 이유가 없다'는 생각 또한 자주 해왔다. 죽음을 남의 이야기로만, 먼 미래의 일로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을 이미 아주 잘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는 '죽음'에 관한 내 생각을 잘 정리할 필요가 있었고, 무엇이든 찾아 읽고, 경험해야 한다 생각해왔다.
얼마 전, 바른얼굴님이 [한국죽음학회]에서 발간했다는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이라는 책을 주문했는데, 오늘에야 그 책을 손에 들고 읽기 시작했다. 길지 않은 글이 담겨 있는 책이지만, 읽는 동안 내 마음은 역시 불편하고 무거웠다. 이 무겁고 불편한 마음이라는 것. 그저 없는 일로, 모르는 일로, 알고 싶지 않은 일로 치부해버린다면, 사라지지 않을 마음이다. 이 책 읽기를 시작으로 앞으로도 '죽음'과 관련한 자료와 책을 찾아 읽고, 많이 생각하는 연습을 해야겠다.
이 책에는 유언장 작성법, 임종을 앞둔 임종자에게 도움이 될 글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글들, 유언장 작성에 관한 다양한 정보들 등이 잘 정리되어 담겨있다. 책의 가장 뒤편에 직접 유언장을 형식에 맞추어 작성하고, 수정할 수 있는 페이지가 담겨 있는데, 이 페이지를 이용해 직접 유언장을 작성하고 남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 안에는 별도로 실제 작성한 유언장을 담아 보관할 수 있는 봉투와 유언을 남기고, 유서를 작성해야 함을 강조하는 책 김학경이 쓴 『유언 : 살아 있을 때 써야 할 분재기』가 함께 들어 있다.
할 수 있다면, 누군가의 생일 선물로 이 책들을 선물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직 '죽음'을 생각하고, 말하는 것에 거부감을 갖는 분들이 많으니, 선물을 하면서 잘 설명해야겠지만 말이다.
바른얼굴님과 나는 조만간 이 책에 담긴 유언장들을 활용하여 진짜 유언장을 작성하고, 보관함에 잘 담아 보관하기로 했다. 자신의 생일을 스스로 축하하는 기념으로, 커플의 경우 기념일 등을 맞이하여 함께 머리 맞대고 앉아 유언장 작성하기 등을 해보는 것도 의미 있을 듯.
다음은 이 책에 담긴 주요 내용 중 일부.
【유언장 작성】
유언장을 작성할 때 가장 유의할 점은 유언장의 법적 효력입니다. 개인의 유언장은 자필로 쓰면 별도의 공증 정차 없이 법적인 효력을 갖습니다. 그러나 회사와 같은 공적인 단체에 관한 유언을 남기려면 반드시 유언장을 공증해야 법으로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개인의 유언장은 민법 제1066조에 따라 다섯 가지 필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합니다. 다섯 가지는 내용, 날짜, 주소, 성명, 날인입니다. 이를 유언자가 모두 직접 썼을 때만이 유효합니다...날인은 인장 혹은 도장을 찍는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타인이 찍어도 되며 반드시 인감도장일 필요는 없습니다. 아울러 엄지손가락 등으로 하는 무인도 가능합니다.
【유언장에 들어갈 내용】
① 임종 방식 ② 장례 방식 ③ 유산 ④ 금융 정보 ⑤ 남기고 싶은 이야기 등.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우리는 누구나 병이나 뜻하지 않은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가 됐을 때, 어떤 의료행위를 받을 것인가를 미리 지정해놓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을 문서로 작성해놓지 않으면 자신이 원하지 않는 연명치료가 시행되어 본인의 뜻과는 다르게 임종 시 인간으로서의 품위와 존엄성이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문서를 남겨놓으면, 회복할 수 없는 상태에서 값비싼 생명 연장 장치와 의료서비스가 남용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습니다.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죽음과 죽어감을 받아들이기】
국립암센터에서 시행한 한 연구에선 환자의 96%가 정확한 사실을 알고 싶어 하는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말기 질환이라는 사실을 듣는 초기에는 매우 혼란스러워하나, 시간이 가면서 환자들은 의료진과 가족의 도움을 받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인생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환자와 가족에게 말기 질환을 알릴 때】
① 의료진은 가장 먼저 환자를 안정시켜야 합니다.
② 의료진은 환자가 이해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설명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③ 의료진은 환자나 가족이 보이는 격렬한 반응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당사자들에게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④ 의료진은 환자 스스로 낙담하고 자책하지 않도록 충분히 배려해야 합니다.
⑤ 의료진은 환자의 남은 수명(시간)을 성급하게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⑥ 의료진은 환자와 가족에게 호스피스 병동이나 임종간호를 권할 수 있습니다.
⑦ 의료진은 가족 없이 홀로 말기 질환 선고를 듣게 되는 환자를 충분히 배려해야 합니다.
【죽음을 준비하는 아름다운 마음 갖기】
①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진정한 삶이 무엇인가 조용히 떠올려봅니다.
② 자신이 떠난 다음 남은 가족에게 누가 안 되도록 주변을 잘 정리합니다.
③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마무리가 안 된 인간관계가 있다면 그 사람과 화해합니다. 당사자를 만날 수 없다면 자신이 마음속에서라도 그 사람과 맺힌 마음을 풀고 털어냅니다.
④ 종교가 있다면 신앙생활에 더 충실하게 임합니다.
⑤ 유언장을 작성한 후에는 유산 상속과 같은 세속적인 일에서 관심을 털어냅니다.
⑥ 죽음 이후의 삶이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 주제를 공부하면서 사후를 적극적으로 준비합니다.
⑦ 아직 남은 능력으로 이웃에게 베풀 수 있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실천에 옮겨봅시다.
⑧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⑨ 가족이나 의료진을 비롯한 주위 사람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습니다.
【임종이 가까웠을 때 나타나는 변화들】
① 음료나 음식 섭취가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② 잠자는 시간이 많아지거나 의식을 자주 잃게 됩니다.
③ 불안한 행동을 반복해서 보이게 됩니다.
④ 허공에 대고 혼잣말을 하기도 합니다.
⑤ 소변의 양이 줄고 색이 진해집니다.
⑥ 호흡이 가빠지고 불규칙해집니다.
⑦ 가래 끓는 소리가 잦아지고 커집니다.
⑧ 피부가 검거나 퍼렇게 변합니다.
【따뜻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작별하기】
죽어가는 사람은 가족 걱정으로 임종 기간이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가족들은 임종자에세 "이제 우리 걱정은 하지 마시고, 다 내려놓으시고 편안히 떠나셔도 됩니다"하고 안심시켜 편안하게 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임종자가 근심을 덜고 안심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가족이 줄 수 있는 마지막 사랑의 선물입니다. 반대로 가족들이 임종자가 떠나지 못하도록 붙들기도 하는데 이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없습니다.
【마지막 순간에 편안하게 보내기】
임종자가 임종을 맞이하려 호흡을 모을 때에는 옆에서 큰 소리로 울거나 몸을 흔들면서 부르는 등 시끄럽게 하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은 임종자가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삼가야 합니다. 대신 마지막 순간까지 임종자의 손이나 얼굴을 어루만지면서 '사랑한다' 혹은 '미안하다' 등 미처 하지 못한 말을 조용히 건네면서 편안하게 보내는 것이 좋습니다.
【고인을 보낸 이의 슬픔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되는 글】
▷ 슬픔의 단계를 충분히 겪으며 일상으로 돌아오기 ◁
우리는 일상적인 삶에서도 여러 가지 형태로 상실의 슬픔을 겪습니다. 따라서 슬픔은 정상적인 삶의 자연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별의 상실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고, 마치 기나긴 터널을 지나는 것과 같이, 남은 사람을 암울하게 만듭니다...겪고 싶지 않아도 반드시 겪어야 하는 이 여정은 그 내용과 정도가 고인이 어떻게 죽었느냐에 따라 다르고 고인과의 관계가 얼마나 깊었는지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체로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됩니다.
▶ 사별 초기 단계 : 충격과 좌절 단계
이때는 단순하게 몸이 시키는 대로 맡기면 됩니다. 즉 피곤하면 자고, 울고 싶으면 울고, 먹고 싶으면 먹는 것이 좋습니다.
▶ 사별 중간 단계 : 고독과 우울 단계
크게 실망한 나머지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절망 속에 빠지거나 무력해져 새로운 일을 계획하거나 시작할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무기력한 상태는 다른 단계보다도 가장 오래갑니다...이런 상태는 어느 정도 지속할 수 있지만, 1년 넘어서까지 계속된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 사별 극복 단계 : 수용과 적응 단계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수용하는 단계로 들어가는 데에는 보통 1년여가 필요합니다...경우에 따라서는 평생 지속될 수도 있습니다...사별의 체험은 인격 성숙과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사별의 슬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삶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되는 글】
① 슬퍼할 만큼 슬퍼하시기 바랍니다.
②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시기 바랍니다.
③ 마음의 고통을 가까운 사람과 나누시기 바랍니다.
④ 일상생활 패턴을 단순하게 짜고 규칙적으로 생활합니다.
⑤ 고인과의 행복한 추억을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⑥ 영적인 활동에 관심을 기울이시기 바랍니다.
⑦ 새로운 에너지로 새로운 생활을 도전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