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아플 때에는 틈만 나면 몸을 풀어주고 힘들면 가벼운 음악을 듣거나 눈을 감고 에너지를 충전하기에 심심할 여가가 없었다는게 환자가 가진 장점이었다. 그러나 건강이 좋아지니 그럴 필요가 없어져 재미있거나 보람찬 일로 심심함을 해결해야 하는데 배움터 지킴이인지라 수위실에 하루 여덟시간을 갇혀 있다는게 문제이다.
그 시간을 채워줄 보다 재미있는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래서 딸 아이의 계정을 빌려 넷플릭스로 드라마나 영화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리즈 드라마 스위트홈 2를 보고 영화 한산과 명량이 평범하게 스쳐지나갔다. 시력과 체력 관리는 완벽했다. 상상할 수 없는 절제력으로 10분 정도 보면 10분정도를 쉬며, 점심시간을 제외하면 매 한시간 반마다 15분 산보를 꼭 해가며 눈이나 정신이 피곤할 일도 신체활동이 부족한 일도 만들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 재미있어 도저히 참지 못하고 순식간에 영화 한 편을 다 보아버렸다.
순수 SF 영화는 아니고 코믹과 마법이 섞인 잡탕 영화였다. 또 하나의 잡탕은 서양과 한국 스타일의 혼합에 있어 심형래 감독의 디워와 비슷하지만 작품의 완성도면에서는 그래픽과 스토리 모두에서 외계인이 압도적이었다. 스토리 완성도와 재미만 보면 관객수 천만을 넘은 신과 함께에 필적하나 깊은 감동과 독창적 그래픽(신과 함께의 시공간을 초월한 귀신 추격 장면 그래픽은 미국 영화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에서는 한 수 아래라 말할 수 있지만 변태적이거나 정신병적이거나 자극적인 장면없이 이정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훌륭한 일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좋은 영화가 1편에서 흥행에 실패하고 심각한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이번에 그 2편이 개봉된다고 하는데 그 흥행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한다. 이 영화를 조롱하는 평론이 언론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러면 왜 외계인은 흥행에 실패하고 영화 전문가들의 혹평을 받을까? 나는 그 이유를 영화관객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고 영화 전문가들이 창의적이거나 인생의 깊은 의미를 파고 들거나(정말 작품성이 좋을 때) 퇴폐적이고 정신병적인 작품(흥행에 성공하여 자신들의 직업적 성공에 도움이 될 때)에 커다란 점수를 주는데서 찾는다.
젊은 관객들의 마음을 끌려면 일본 영화 괴물처럼 일반 상식이나 미덕을 거부하는 반항적(청춘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문명에 대한 반항이다.) 스토리 라인을 만들어 유혹하거나 신과 함께나 웰컴투 동막골(인간을 살상하는 폭탄이 터져 팝콘을 튀기고 그들이 눈처럼 내리는 영상은 전쟁 대치 상태를 평화로 버무려내는 감동 그 자체였다.) 또는 닥터 스트레인지(도르마무를 시간 속에 가두는 참신한 스토리와 변형된 시공간에서의 액션이 압권이었다.)처럼 관객들이 처음보는 독창적이고 감동적이면서도 재미까지 있는 장점을 모두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외계인 1편은 젊은 마음을 유혹할 정도의 교묘함까지는 없고 최상급의 독창적 감동 수준에도 이르지는 못했으니 아주 재미있는 영화임에도 흥행에 실패한 것이다.
다행하게도 외계인 2편이 신과 함께나 닥터 스트레인지 수준에 도달한 작품이라면 관객들이 저절로 알아볼 것이라 나의 이 영화 감상문은 별 쓸모가 없겠지만 1편 수준에 머물렀다면 내 의견이 영화 홍보에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이 영화를 가장 크게 즐길 수 있는 관객층은 나처럼 맑은 이성을 유지하고 싶어 정신병적이거나 퇴폐적인 작품을 싫어하고, 정신을 혼미하게 하는 지나친 교묘함을 원하지 않고, 가벼운 해학과 유머 그리고 최상급이 아닌 수준의 스토리 라인에도 박수를 보내줄 줄 아는 장년과 노년층의 원숙한 관객들이라고 본다. 젊지만 보다 순수하거나 성숙한 마음을 가진 분들도 이 영화를 좋아할 가능성이 높다.
나의 의견에 동의하시는 분들은 외계인 1을 넷플릭스로 본 후 꼭 영화관에 가서 외계인 2를 한 번 보시라. 칩거가 습관인 나도 영화관의 큰 화면과 최고급 오디오로 즐겨볼 생각이니...
악덕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영화도 인기를 끄는데 이렇게 상식적으로 좋은 영화가 흥행에 실패해 명맥이 끊긴다면 영화계의 아주 큰 손실이라고 본다.
PS : 좋은 영화라도 영화 한 편 관람의 해악은 외식 한 번의 해악과 맞먹는다. 한 달에 한 편 이상의 영화는 보지 않으려고 한다. 퇴폐적이거나 정신병적인 영화 한 편 관람의 해악은 외식 여러번의 해악과 같다. 그런 영화는 전혀 보지 않으려고 한다.
첫댓글 아! 외계인 2가 폭망이구나... 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