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생각하는울산연대는 19일 오후 2시 울산시민연대 교육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산재모병원 설립의 문제점과 대안’을 제시했다.
19일 기자간담회에서 건강연대소속 울산대학병원 양동석 교수가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재모병원 설립 방안 문제점을 설명하고 있다. ⓒ용석록 기자
건강연대는 기자간담회에서 산재모병원 추진 과정과 설립안의 문제를 지적하고 바람직한 산재모병원 설립을 위해 울산추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기자간담회에는 울산시민연대 박영규 공동대표와 건강연대 양동석 교수, 건강연대 김현주 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울산시민 10년 바라던 사업, 시민 접근성 가장 필요
울산시는 시민 여론 수렴해야
울산지역에서 공공병원 설립 운동은 10년이 넘었다.
울산참여연대가 2002년 울산시립의료원 설립을 제안하면서 2004년엔 공공병원(의료원), 2008년 국립산재병원 설립 요구가 꾸준했다. 2004년엔 노무현 정부가 울산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아 ‘울산지역거점 국립병원’ 설립을 시행대상사업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실시한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경제성이 부족해 무산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울산 재활전문 산재병원 건립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부산대 양산병원과 대구산재재활병원과 진료중복을 이유로 무산시켰다.
울산건강연대는 울산시가 그 과정에서 국립재활병원 유치 추진 실무위원단조차 꾸리지 않고 추진 과정을 점검하는 부서조차 없었다고 지적했다. 울산시는 예비타당성 조사결과가 노동부 홈페이지에 공지돼 있는데도 추진중이라고 변명했다가 시민단체가 지적하고서야 결과를 확인하는 모습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은 2012년 대선 공약으로 울산국립재활산재병원 건립을 약속했고 2013년 6월에 울산지역에 산재병원 건립이 필요하다는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3년 1월에 나온 노동부 용역보고서에는 이미 근로복지공단이 울산시에 산재모병원을 짓기로 입장을 정리했고 장소는 UNIST(울산과학기술대) 부지임을 확정해 명시했다. 건강연대는 울산시가 대선 전후로 이 사실을 알았지만 언론과 시의회,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정보제공에 비밀주의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강길부 의원은 2013년 11월에 예비타당성조사가 시작됐다고 기자회견을 했으나 예비타당성 조사 자료는 공개하지 않았다.
500병상인데 4,200억원 건설비 “너무 많다”
절반은 일반환자 이용해서 시민 접근성 높여야
산재모병원 역할 갑자기 바꾼 노동부 문제 있다
노동부가 발표한 산재모병원 설립안을 보면 건립 비용에는 500병상에 전문의 110명, 전공의 118명, 연구인력 120명, 장례식장 건립까지 포함돼 4,200억원이 책정됐다. 기금은 국가예산이 아닌 산재기금 4,200억원을 투입한다. UNIST 연구 역량을 활용해 희귀 난치성 질환과 암을 치료하는 세계 10대 산재병원으로 만들겠다는 내용도 넣었다.
전국 산재병원의 산재환자 비율은 51.1%로 나머지는 지역의 일반환자가 이용한다며 일반환자의 접근에는 UNIST 부지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일고 있다. 산재다발 공단지역에서도 멀고 지역주민도 접근하기 어려워 부지 선정은 최악이라는 거다. 건강연대는 중구 혁신도시에 산학 클러스터 단지 3만평이 있고 북구청장이 북구에 부지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점을 들며 부지 재선정에 여지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부가 갑자기 바꾼 산재모병원의 역할도 문제다. 산재모병원의 역할은 2011년 이전 보고서에 ‘고난이도 진료’였으나 2013년 노동부가 갑자기 ‘희귀 난치성 및 암환자 치료와 의료기술 개발 등의 연구중심병원’으로 역할을 바꿨다. 특정 대학교의 연구비에 산재모병원 예산비가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현재 산재환자 분포를 보면 희귀난치성 또는 암 환자는 승인건수도 200건에 불과하다. 산재환자의 99%가 외상, 중독, 심폐질환 및 근골격게 질환이다. 양동석 교수는 “UNIST의 핵심 연구능력이라는 줄기세포, 신경재생, 로봇공학 수준은 현재로선 임상에 적용해 실현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건립비용 과다 책정도 문제다. 산재모병원 건립비용 4,200억원인데 이는 지나치게 많다. 최근 착공한 성남의료원은 2천억원이고, 2013년에 신축한 서울중앙보훈병원은 600병상에 2,600억원이 들었다. 건강연대는 현재 산재병원 산하에 57명의 연구원이 있는데도 산재모병원에 추가로 연구원 120명을 뽑는 건 실현 가능성도 적을 뿐더러 목적도 불분명하다.
바람직한 산재모병원을 위한 정책으로 전문간호사와 충분한 간호인력으로 보호자 없는 병실을 운영하는 병원이어야 하고, 노동자와 시민이 쉽게 접근 가능하고, 직업병 원인과 예방을 연구하고, 재활프로그램 개발과 산재승인 및 관리지침을 연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건강연대는 “울산은 지역총생산 1위임에도 보건예산이 0.75%에 불과해 체계적인 보건정책을 수립하고 점검하는 정책단위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산재모병원이 지역거점병원으로서 공공병원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고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