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부터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만장봉이 가장 높게 보인다
舊云萬丈是峯名 옛적에 이 봉우리의 이름을 만장이라 하였는데
要與新名更稱情 새 이름을 지어 다시 실정에 걸맞게 하려 한다
却遣天無柱亦得 도리어 하늘에 기둥 없어도 되게 하였으니
擎高誰與此峯爭 그 어느 것이 이 봉우리와 높음을 다투겠는가
―― 서계 박세당(西溪 朴世堂), 「天柱峯」 4수 중 제1수
▶ 산행일시 : 2018년 7월 29일(일), 맑음, 폭염
▶ 산행거리 : GPS 도상 8.8km
▶ 산행시간 : 5시간 24분
▶ 갈 때 : 의정부역에서 택시 타고 성불사 아래 안골유원지로 감
(택시요금 : 5,000원)
▶ 올 때 : 도봉산역에서 전철 탐
▶ 구간별 시간(산의 표고는 가급적 국토지리정보원 지형도에 따름)
07 : 40 - 의정부역
07 : 54 - 안골유원지, 성불사 약수터 0.2km 전, 산행시작
08 : 04 - 사패산 약수터
08 : 22 - 능선
08 : 44 - 송이바위(갓바위)
08 : 56 - 사패산(551.1m)
09 : 20 - ┫자 범골 갈림길 안부
09 : 34 - ╋자 갈림길 안부, 왼쪽은 회룡, 오른쪽은 송추
10 : 09 - 641.9m봉
10 : 50 - ┫자 원도봉 갈림길, 헬기장
10 : 58 - 포대, 721.2m봉
11 : 33 ~ 11 : 50 - 538m봉 아래 Y자 은석암 갈림길, 점심
12 : 12 - 청룡사 터
12 : 47 - 냉골
13 : 04 - 도봉산탐방지원센터
13 : 18 - 도봉산역, 산행종료
▶ 사패산(551.1m)
사패산을 굳이 의정부 안골유원지 쪽에서 오르려는 이유는 성불사 아래 준홍폭포(신선폭포)
의 안부가 궁금하고, 그 위 능선에서 바라보는 이른 아침 운해 속 불곡산 연봉의 모습이 그리
워서다. 또한 사패산을 오르고 포대능선, 다락능선을 지나 냉골로 내려오는 코스는 맛있는
메인요리 전후의 전식 혹은 후식 격으로 아주 알맞다.
더하여 사패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도봉주릉의 장쾌함, 망월사 위 암봉인 641.9m봉에서 바라
보는 올망졸망한 첨봉들의 현란함, 도봉주릉의 절정인 포대 721.2m봉에서 바라보는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의 준험함과 청룡사 위쪽 능선의 전망바위에서 바라보는 선인봉 앞모
습의 수려함이 가고 있어도 또 가고 싶은 산행코스다.
안골유원지 성불사 약수터 0.2km 전인 너른 공터. 바로 옆 골짜기에 다가가 계류를 들여다
보니 바싹 말랐다. 혹시 복류(伏流)로 흐를지 몰라 좀 더 올라가보아도 마찬가지다. 이렇다
면 준홍폭포도 말랐을 것이라 거기에 들리지 않고 오른쪽 (역시 마른) 지계곡 등로 따라 사
패산을 향한다. 덥다. 수풀 사이를 비집고 내리꽂는 햇살은 영화 ‘우주전쟁’에서나 보던 살인
광선이다.
커다란 바위 아래 사패산 약수터를 만난다. 2018년 5월 수질검사는 음용 적합이다. 플라스
틱 파이프 타고 내리는 석간수 약수는 짜내는 듯 찔찔 흐른다. 한 바가지 모아 마셔보았는데
그리 시원한 줄 모르겠다. 마침내 지계곡이 끝나고 사면을 잠깐 오르면 양쪽 거대한 바위를
문설주로 세운 통천문이 나온다. 기암이 볼거리이기도 한 통천문을 지나면 사면 0.2km의 돌
계단 오르막이 나온다.
능선에 들었다 해서 가파름이 수그러드는 것이 아니다. 대 슬랩을 철주 난간 붙들어 오르고,
슬랩 덮은 긴 데크계단을 오르고, 다시 철주 난간을 한 피치 오른 다음에야 수그러들고 일대
경점이 나온다. 등로 벗어나 왼쪽 사면을 약간 내리면 소나무 그늘진 암반이 그렇다. 눈앞을
갑작스레 막아선 준봉들. 그 위명-불암산과 수락산이다-을 알아내기까지는 한참을 헤매야
했다.
벼렸던 불곡산 연봉은 폭염 속 가문 탓인지 운해가 들지 않았다. 흐릿하다. 장성장릉인 천보
산맥도 카메라가 초점을 잡기 어려울 만큼 희미하다. 하늘 가린 숲속을 잠깐 오르면 송이바
위(다른 이름은 ‘갓바위’라고 한다)다. 좀 더 색다른 경점이 나올까 송이바위를 앞뒤로 돌며
이쪽저쪽 더듬어보지만 아무 인적부터 없다.
송이바위 지나면 곧 도봉 주릉이고 오른쪽 슬랩 오르막 끝이 사패산 정상이다. 너른 암반에
아담한 정상표지석이 덩그러니 정좌하였다. 그 뒤로 도봉주릉, 오봉, 상장능선 왕관봉, 그 너
머로 북한산 주된 암봉군이 현란하게 펼쳐진다. 그늘 아래에서 가쁜 숨 돌리며 자세히 보고
또 본다. 시원한 솔바람이 살랑살랑 분다. 살 것 같다. 일본 열도를 넘어가는 종다리의 날갯
짓이리라.
사패산 슬랩을 내리며 맨손으로 붙드는 철봉 난간이 달아올라 뜨겁다. 쭈욱 내려 왼쪽으로
범골 가는 ┫자 갈림길 안부를 지나고 회룡능선을 가로 넘는다. 바닥 친 안부는 왼쪽으로 회
룡, 오른쪽은 송추로 가는 ╋자 갈림길이다. 길고 야무진 오르막이 이어진다. 도봉산을 좋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도봉주릉의 당찬 오르막이다.
1. 중간 능선이 천보산맥, 사패산 가기 전 전망바위에서
2. 도봉 주릉, 가운데가 포대 721.2m봉과 Y자 계곡
3. 불암산
4. 수락산
5. 불곡산
6. 오봉 오른쪽으로 만경대, 인수봉, 백운대. 사패산 정상에서
7. 도봉 주릉
8. 천보산맥
9. 사패산 정상 표지석
▶ 포대 721.2m봉
641.9m봉. 도봉산 포대능선의 시작이다. 여기에 있던 산불감시초소는 철거했다. 암릉 잠시
지나고 내리면 왼쪽이 망월사 오가는 ┫자 야트막한 갈림길 안부다. 골바람이 모여서 불어대
니 쉬어주지 않을 수 없다. 이 갈림길 안부의 오른쪽 사면 쪽에 터 잡은 다래나무(도봉산에
다래나무가 자라는 게 신기하다)는 장히 일가를 이루었다.
암봉 봉봉을 오르내린다. 대개는 오른쪽 사면 아래 깊숙이 떨어져 돌아 넘는다. 그래도 경점
은 꼬박 들른다. 헬기장이 나오고 왼쪽으로 민초샘과 원도봉으로 가는 ┫자 갈림길을 지나고
긴 데크계단 오르막이다. 데크계단 걸음걸음이 경점이다. 뒤돌아보면 장릉의 지나온 길을 자
세히 살필 수 있다. 이윽고 721.2m봉. 예전에 대공포대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데크전망대
를 만들었다.
도봉산의 심장부라 할 수 있는 암봉군에 들어선 것이다.
서계 박세당(西溪 朴世堂, 1629~1703)은 도봉산의 만장봉을 천주봉이라 바꿔 이름 지었다.
서계의 변이다.
“도봉산(道峯山)이 땅에서 치솟아 하늘에 닿을 듯 삐죽삐죽한 봉우리가 우뚝하니 조화옹이
유독 여기에만 솜씨를 부렸다. 고인들이 이 산은 바로 신선이 살고 있어서 봉호(蓬壺)의 으
뜸이 되기 때문에 도봉이라고 명명하였다고 하였다. 또 용이 날고 봉황이 춤추는 등 상서로
움과 신령함을 기르고 모아 무강한 기틀을 공고히 하는 것은 임안(臨安)의 천목산(天目山)
과 비교해 보면 현격히 차이가 나는데도 산의 봉우리들은 거의 이름이 없으니 매우 괴이하게
여길 만하다.
그 가운데 가장 높은 봉우리 하나를 근래에 이르러서야 곧 ‘만장(萬丈)’이라 명명하였는데
속됨을 면치 못하였으므로 내가 매우 한스럽게 여겼다. 지금 ‘천주(天柱)’라고 명명하고자
한다.(道峯。拔地干霄。劍立千嶂。造化奇巧。獨偏於此。蓋古人謂是山乃神仙所宅。當爲蓬
壺之長。故立此名。且其龍飛鳳舞。毓祥鍾靈。鞏固無疆之基者。視夫臨安之有天目。上下相
萬。而山之諸峯。率無名號。殊可怪也。其最高一峯至近。時乃名萬丈。不免俚陋。余甚恨
之。今欲名以天柱。蓋象其狀也。)”
주) 임안(臨安)은 중국 남송의 수도였던 항주를 말한다.
어제 소낙비가 이곳에도 내렸다. 미세먼지를 말끔히 씻어내어 하운다기봉(夏雲多奇峯)과 더
불어 봉봉이 청량하다. 용재 이행(容齋 李荇, 1478~1534)의 「도봉산(道峯山)의 맑은 날
구름」은 그가 오늘 같은 날 도봉산에 올라 읊은 것이 아닌가 한다.
雲從虛處生 구름은 빈 곳에서 일어나고
峯向空中橫 봉우리는 공중에 비끼었나니
邂逅作媚娬 이 둘이 만나 고운 자태 짓고
朝日弄新晴 아침 해는 맑게 갠 하늘 비춘다
宴坐自娛翫 고요히 앉아 이 광경 구경하는
主人亦忘情 주인 또한 속세의 정을 잊노라
10. 포대능선 641.9m봉에서 전망
11. 포대능선 641.9m봉에서 전망
12. 포대능선 암봉
13. 포대 721.2m봉에서 전망
14. 맨 왼쪽이 선인봉이다
15.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16. 만경대, 인수봉, 백운대
17. 오른쪽 자운봉 뒤는 신선대
18.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이제 선인봉을 감상할 차례다. 선인봉을 제대로 보려면 Y자 계곡을 지나고 신선대 넘어 마당
바위 쪽으로 내리는 것보다 다락능선을 내리다 538m봉 직전 Y자 은석암 갈림길에서 오른쪽
의 청룡사 터 쪽 능선을 가는 것이 백번 낫다. 선인봉의 고혹적인 옆모습부터 시작하여 매끈
한 앞모습을 점점 더 가깝게 보게 된다. 슬랩 덮은 데크계단을 내린다. 데크계단마다도 경점
이다.
다락능선의 하이라이트인 암릉을 철주와 철봉 난간 잡고 세 피치로 내리고 야트막한 ┣자 갈
림길 안부를 지나면 전망 좋은 암반에 오르게 된다. 건너편 선인봉과 만장봉을 오르는 암벽
꾼들의 거친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직사하는 뙤약볕이 가득한 전망암이지만 숨이 막히도
록 웅장한 전경을 들여다보느라 따가운 줄 모르겠다.
538m봉 아래 Y자 은석암 갈림길. 오른쪽으로 간다. 왼쪽 은석암 가는 길보다 인적이 뜸하
다. 암봉 사이 협곡을 약간 올랐다가 내리면 소나무 숲 그늘 드리운 전망 좋은 암반이다. 건
너편이 선인봉이다. 종다리 날갯짓 솔바람은 상쾌하기 그지없다. 점심자리 편다. 도봉산에
이보다 더 나은 명당이 있을까 싶다. 저 위쪽에 식당바위라는 오종종한 암반이 있지만 주변
의 풍경(만장봉 암벽과 까마귀골을 마주하는)이 단조로운 게 흠일 것이다.
밥맛을 도통 모르게 되니 명당이라는 데는 의문이 생긴다. 선인봉과 만장봉, 자운봉의 수려
한 자태와 그 위의 하운다기봉을 들여다보느라 어느새 맨밥으로 다 먹어 버렸다. 내리막길
사면을 왼쪽으로 돌며 지능선을 두 번 갈아타고 등로를 살짝 벗어나 잡목 숲 헤치고 바위에
오르면 준수한 선인봉의 앞모습을 보게 된다. 나는 여기 말고 선인봉을 더 잘 볼 수 있는 곳
이 또 있는지 알지 못한다.
조금 더 내리면 생태보호지역이라 더 갈 수 없다고 금줄을 쳤고 등로를 왼쪽 사면 돌아 청룡
사 터로 안내한다. 등로는 쉼터인 청룡사 터를 지나 계속 게걸음 하듯 왼쪽 능선을 향한다.
능선은 소나무 숲 그늘의 널찍한 암반을 지나 바위 슬랩을 내리고 몇 차례 바윗길을 들락날
락하다가 냉골에서 맥을 놓는다. 냉골이란 이름이 허명이 아니다. 졸졸 흐르는 계류가 차갑
다. 계류에는 내 발을 들이밀 데 없이 피서객들이 빼꼭히 들어찼다. 양재기에 물을 떠서 머리
에 부어 열기를 식혔다.
그런데 오늘 산행의 정작 험로는 냉골을 벗어나 도봉산탐방지원센터 가는 길과 이어 도봉산
역까지 가는 대로다. 불볕을 안고, 지고, 이고 가야 하니 그렇다.
19. 자운봉
20. 왼쪽이 선인봉
21. 왼쪽이 선인봉
22. 우이암 뒤로가 북한산 주릉
23.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24.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
25. 선인봉, 만장봉, 자운봉, 신선대
26. 포대능선과 Y자 계곡, 가운데가 식당바위
27. 선인봉
첫댓글 사진만 보면 깨끗하기가 이를데 없어 더위가 느껴지지 않네요. 요즘 도봉산에 자주 간다는 선바위를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요.
역시 명불허전 입니다. 염천산행 고생하셨습니다...
그 폭열 속에 도봉산을 !!
대단하십니다~~
더위에도 우뚝선 도봉. 북한.
보기 좋습니다 ~
고생하셨습니다.
폭염속에 고생많으셨습니다...도봉주릉 모처럼 감상 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