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미국 수도 워싱턴DC를 향하고 있다. 수입 자동차와 부품 등에 대해 고율의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인 미국 상무부가 19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공청회를 열어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기 때문이다. 이날 공청회에는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기업, 경제단체, 정부 관계자 등 45명이 발언한다. 국가별로는 한국을 비롯해 일본 독일 멕시코 캐나다 등이 두루 포함됐다.
이들은 미국에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이기도 하다. 미국 상무부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해주는 근거는 `무역확장법 232조`다. 1962년에 처음 제정된 이 법은 군비 경쟁 속에서 공산권의 확장을 막고 미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었다. 당시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미국과 소련의 군비 경쟁이 지속되고, 양국의 긴장감이 최고조로 치닫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소련 공산당 제1서기 니키타 흐루쇼프가 쿠바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려고 했던 사건이 터진 것도 바로 1962년이다.
무역확장법은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하면서 사실상 사문화됐다. 냉전 체제가 붕괴된 데다 미국이 자유무역을 지지하면서 거의 사용되지 않은 것이다. 미국은 WTO 출범 이후 1999년에 원유, 2001년에 철강 수입품에 대해 이 법을 근거로 조사에 나선 적은 있지만 보복관세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까지 미국은 무역확장법을 근거로 총 26건의 조사를 진행했지만, 특정 국가를 대상으로 수입규제를 시행한 것은 단 두 건뿐이다. 1979년 이란산 원유와 1982년 리비아산 원유에 대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이들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가 아니었다. 최근 시행에 들어간 철강과 알루미늄, 또 시행을 준비 중인 자동차처럼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인 한국 일본 캐나다 유럽연합(EU)에 무차별적인 폭격을 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분석이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입 품목을 대상으로 긴급관세나 수량 제한 등 고강도 규제 조치를 내릴 수 있다. 특히 이 법 조항은 추가 관세 부과, 수입 물량 제한뿐만 아니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까지 허용해 발동 시 해당 산업의 직접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이 철강·알루미늄에 이어 자동차에 대해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든 것은 심화되는 무역적자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 5대 품목 가운데 자동차는 1236억달러로 가장 컸다. 석유제품이 1111억달러로 2위이고, 무선통신기기 및 부품(780억달러), 컴퓨터(587억달러), 의약품(445억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타결이 지연되자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대미 수출 비중이 큰 자동차 분야를 압박하기 위해 무역확장법을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또 일본에 대해서는 무역수지 적자 개선과 동시에 양자 간 미·일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을 압박하는 카드로 이를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법 활용을 통해 자국의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고 미국 시장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예상된다.
이날 열리는 공청회에서 한국은 자국의 자동차·부품 수출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관세 등 수입 규제가 부당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강성천 산업통상자원부 통상차관보는 "지난 3월 한미 양국이 잠정 합의한 한미 FTA 개정 협상에서 자동차에 대한 미국의 우려가 이미 반영됐다"며 "한미동맹의 중요성과 한국 기업의 대미 투자가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동차 교역에서 한국과 미국 간에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한국 측 주장의 핵심이다. 2012년 한미 FTA 발효 이후 양국 간 자동차 관세는 0%다. 또 올해 초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 미국의 요구사항을 추가 수용해 한국 안전기준에 미달하지만 미국 안전기준을 충족한 차량의 수입 허용 물량을 제작사별로 기존 2만5000대에서 5만대로 확대했다.
현대차도 지금까지 미국에 83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5월에는 앨라배마 공장의 엔진헤드 제조설비 증설 등을 위해 3억8800만달러를 투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기아차 또한 조지아 공장 설립 등을 통해 미국에 77억달러를 투자했다. 양 사의 직접고용은 5만명, 대리점을 통한 간접고용 인력은 8만명이 넘는다. 특히 강 차관보는 한국은 미국의 핵심 안보 동맹국이기 때문에 국가 안보 위기를 상정하는 무역확장법 232조 적용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19일 대한상공회의소 제주포럼 기조강연에서 "미국과 자동차 분야에서 분쟁이 생기면 한미 FTA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와 자동차 업계는 미국 상무부가 국내외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입이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 등 수입 규제를 건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철강 관세 부과 때처럼 공청회와 의견 수렴은 요식 행위에 그칠 뿐이고, 트럼프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표몰이에 무역 이슈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세 부과 결정은 이르면 9월로 예상된다.
자동차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철강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한국 경제에 미치는 피해가 클 전망이다.
작년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은 146억5100만달러, 자동차 부품도 56억6600만달러에 달한다.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21.4%, 8.3%나 된다. 특히 대미 무역흑자 178억7000만달러 중 72.6%인 129억6000만달러를 차지하는 최대 수출 효자 품목이기도 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관세 폭탄이 현실화할 경우 지난 3월 미국의 철강 232조 조사에 따른 관세 부과 조치에서 어렵사리 `국가 면제`를 받은 것처럼 정부가 미국과 협상을 통해 최우선적으로 면제를 받아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기자 / 고재만 기자]
첫댓글 트럼프 행정의 사업가적 기질을 또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여 주변국을 누르고,선거에도 승리하려는 속셈인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행정가들의 협상력을 보여주세요. 감사합니다.
개성과 깡다구가 쎈 프럼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