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시인들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봄날은 간다.’이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새파란 꽃잎이 물에 떠서 흘러가더라!
오늘도 꽃 편지 내던지며
청노새 딸랑대는 역마차 길에
별이 뜨면 서로 웃고, 별이 지면 서로 울던
실없는 그 기약에 봄날은 간다.
봄은 지키지 못할 언약처럼, 미련만 남긴 채 사라지고, 봄에 띄운 연서(戀書)는 아지랑이처럼 흩어진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그 임은 어디에 가셨나?
알뜰한 그 맹세, 내 벌써 허망할 줄 알았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떠나는 봄이 더 외롭단다.
새파란 풀잎이 물 위에 떠서 흘러가더라! 이 구절에서 목이 멘다.
이 노래에는 봄과 인생이 모두 들어있다. 그러니 제대로 부르지 못하면 가수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배 호는 정제된 슬픔을 묵직한 저음으로
조용필은 슬픔을 단단히 끌어들이고,
장사익은 슬픔을 목청껏 토해내고.
조관우는 기집애 같이 앵앵거리고
한영애는 퇴폐미 넘치는 끈적끈적한 슬픔으로
주현미는 저 혼자 봄에 취해 흐느적거리고
김정호는 헤드 빙하면서 춤을 춘다.
봄소식
꽃등인 양, 창 앞에 한 그루 피어오른
살구꽃 연분홍 그늘 가지 사이로
작은 멧새가 찾아와 무심히 놀다 가나니.
적막한 겨우내, 들녘 끝 어디에서
작은 깃 접고, 다리 오므리고 지내다가
이 뽀오얀 봄 길을 찾아, 문안하려 나왔느뇨?
앉았다 떠난 아름다운 그 자리에 여운이 남아
뉘도 모를 한때를, 아쉽게 한들거리나니
꽃가지 그늘에서 그늘로 이어진 끝없이 작은길이여!
유치환
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안녕 하세요...영국신사님
오월의 시작 입니다.
행복한 나날들 보내세요
오늘도 좋은 글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