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blog.naver.com/kju930706/222564542415
퇴근하고 생각없이 넷플릭스를 틀었는데
이런게 있더라고요.
이걸 보고
"이거 뭐냐? 디게 징크스처럼 생겼네. 표절인가?"
하고 어이없어서 틀었습니다.
제작_라이엇???
어 뭐야 진짜야? 하고 놀래서 검색을 해보니 진짜 롤의 공식 애니메이션 이더군요.
사전에 기대할 시간도 없이 서둘러 보았고, 방금 전 3화까지 봤습니다.
매 주 3화씩 올라오는 것 같은데, 아쉽지만 3화를 다 보면 매우 적절한 분량 같았습니다.
한 편 한 편 볼때마다 매우 재밌어서 이렇게 끊어주지 않으면 밤을 샐 것 같았거든요.
덜 매력적인 캐릭터성. 하지만 그래서 더 좋아지는 캐릭터
사실 처음 3분은 지루했습니다.
제가 영화나 드라마를 별로 안좋아하는게 처음 스토라리안을 이해하기 전까지 참기 힘들어 하거든요.
게다가 캐릭터들이 제가 생각했던 그런 매력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아케인의 주인공이자 어린 징크스"파우더"
중간에 또 다른 메인 주인공인 "바이"
익숙한 형태의 그림체도 아닌데다, 헤어 색상을 제외하곤 외적으로 큰 매력을 느끼기 힙듭니다.
보통 애니에서 중요한 인물일수록 이쁘거나 잘생기거나, 그렇지 않아도 무언가 외적 매력적을 이용해 시청자를 끌어들이는데 아케인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보다보면 뭔가 일부러라도 더욱 평범해 보이도록 한게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앞으로의 행동들이 매우 매력적이기에 외모까지 너무 매력적이면 오히려 시청자의 공감을 끌어들이지 못할태니까요.
너무 좋았던 감정표현
제가 보고 3분간은 지루했다고 하는데, 3분 후에 뭐가 있었을까요.
사실 스토리상 뭔가 중요해 보이지만 이해할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만을 보여줍니다.
그냥 앞으로 주인공들이 매우 절망스럽고 힘들겠구나 어렴풋 알게되죠.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깨닫는데 매우 강렬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주인공 바이의 감정 변화가 표정을 통해서, 몸과 화면의 떨림으로, 연출로, 색상으로 강력하게 어필하거든요.
사실적이며 과하지 않은.. 하지만 매우 절망적인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 절망하는 감정을 들어내는 바이
순수한 눈빛으로 어렴풋이 슬픔을 느끼는 징크스
지루하지 않은 다양한 인물묘사
앞으로 스토리가 어떻게 이어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보통 문학작품은 프롤로그, 사건, 해결, 애필로그 형식으로 이어진다면
1~3화는 말그래도 프롤로그 형식을 따라갑니다.
저는 우연히 보았지만 이미 아케인을 기대하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매우 느린 전개처럼 보입니다.
그럼에도 라이엇은 일부러라도 느린 전개를 선택한 노력이 보입니다.
같은 장면을 다양한 각도와 다양한 인물들 중심으로 여러차례 보여주는 연출, 별로 중요해 보이지도 않는 인물 묘사 등에 시간을 많이 투자합니다.
그런데 이게 지루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사실 게임 원작의 문학 작품이라면 시청자에게 최대한 빠르게 게임과의 연관성을 보여주며 서둘러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령 주요 캐릭터의 이름을 빨리 소개하거나, 특징들을 들어나게 보여주죠.
이러면 확실히 빠른 공감대를 자아내지만 이후 작품에 대한 지루함과 실증도 빠르게 느낄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케인에선 캐릭터를 최대한 감추려하죠.
저는 이 캐릭터가 잠깐 등장하는 액스트라 수준의 빌런인줄 알았습니다.
조금 과하게 묘사하길래 뭔가 비슷한 캐릭터가 있나? 싶었지만 얘가 설마
빅토르
얘일꺼라곤 생각 했겠습니까?
다리 한 쪽이 불편한건 장애를 가진 다른 비중요 인물때매 부각되지도 않는다고요!
여하튼 아케인에선 빅토르와 같이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함을 암시하면서 그게 누구인지는 들어내지 않습니다.
이는 앞으로 스토리들이 단순히 징크스와 바이, 그리고 제이스와 빅토르 외에도 다양한 인물들의 관점에서 풀어간다는 뜻이겠죠.
색감의 표현
아케인의 또다른 매력은 색감의 표현이 아닐까 싶습니다.
애니메이션은 불행, 절망 등 부정적인 감정을 들어내는 만큼 배경과 인물들의 색들이 칙칙하고 어둡습니다.
물론 밝은 배경에선 밝은 색상이지만 인물들 묘사는 대부분 어둡죠.
아주 섀도우질을 처발처발 해놓았어요.
그런데 아케인에선 두 가지 색상에는 완벽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합니다.
폭발, 마법 공학, 룬 등 마법과 관련된건 모든건 파란색으로 표현하며 자연스럽게 "신비롭고 놀라운 힘"을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약물, 광분, 미친 감정에는 보라색을 투여하여 "정상적이지 못한 미친 상태"를 표현해 줍니다.
(영상 캡쳐 이미지가 매우 탁하지만, 실제론 매우 밝은 색상이죠)
1화에서 3화까지 파란색과 보라색은 계속해서 교차하여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두 색상에 대한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심어줍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파란색을 보면 "신기하고 놀라운 일이 생길꺼야"를 기대하고, 보라색을 보면 "미쳐서 예상치 못한 잔인한 일이 생길꺼야"를 기대합니다.
실제로 끝으로 갈수록 그에 걸맞는 이미지만 보여주거든요.
하지만 신비롭고 놀라운 힘이 반드시 긍정적이지 않고, 정상적이지 못한 미친 상태가 반드시 부정적이지 않죠.
파란힘은 오히려 절망을 끌어드렸고, 보라색 힘은 감동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색달의 아이덴티티는 해치지 않죠.
그리고 마지막 절망하고 분노한 파우더의 눈빛은 보라색이죠.
너무 사실적인 광기의 표현
롤을 해본 사람이라면 파우더 = 징크스이며 롤에서 대표하는 미친년임을 알고있죠.
하지만 아케인에선 오히려 소심하고 고분고분한 성격으로 묘사됩니다.
그런 성격이 게임속 징크스처럼 광기에 미친 여자로 표현하려면 그 이유와 감정의 타당성을 시청자에게 납득시켜야 했습니다.
아케인을 3화까지 공들여서 바이와 징크스의 불행, 절망, 절규, 공포, 분노하는 분위기와 감정을 끊임없이 보여준 이유는 이를 납득시키기 위한 노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아지트에 혼자 남겨진 징크스의 다양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일시적으로 미쳐버리는 모습은 정말 너무 좋았습니다.
이전에 가족 중 한분이 사고로 심정지 판정을 받고 아버지가 슬프고 화나면서 정작 스스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에 애기처럼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우신적이 있습니다.
징크스의 장면을 보면서 찰나에 순간 당시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이걸 연출한 사람은 비슷한 경험이 있는게 아닐까 생각된다.
익숙하면서 새로운 스토리라인
아케인은 게임 스토리를 그대로 따라가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스토리도 그렇게 친절한 편이 아니었기에 중간 중간 스토리가 예상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공감되면서도 새롭죠.
아케인을 다 보고 징크스와 바이 관련 시네마틱 영상과 스토리를 다시한번 읽었습니다.
스토리를 보다보면 징크스와 바이의 첫 대면 장면을 묘사하는데 여기에서 단 한번도 바이를 중심으로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지 않습니다.
만약 아케인의 스토리대로 라면 "반가우면서 실망스러운" 같은 한 줄의 감정을 보여줄만 한대 아무런 대사가 없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바이와 징크스가 사실은 어렸을 때 함께한 가족같은 존재였다는걸 모르죠.
뭔가 어떤 관계는 있는거 같은데 불분명한 관계였을 뿐이니까요.
그런데 바이의 스토리를 보면 처음 발견당시 다른 아이 한명과 같이 발견되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아케인을 본 이후 그 아이가 바로 이후 징크스가 될 파우더임을 알게되죠.
라이엇이 디테일한 설정과 스토리에 얼만큼 고민했는지 보여줄 수 있는 대목인 것 같습니다.
------
올만에 엽혹진에 리뷰글 쓰네요.
갑자기 재밌는거 봐서 너무너무 쓰고싶어서 그만 헤헤
첫댓글 이거 리뷰읽고 바로 애니 보러 가는 1인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11 00:47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1.11.11 00:49
대유잼 인정
징크스…
파우다를 징크스로 만들기 위한...
징크스 보는 내내 답답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별 기대 안하고 있었는데 리뷰보니 괜찮게 만들었네요 ㅋㅋㅋ 리뷰 잘봤습니다! 주말에 한번 봐야겠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