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많은 너무나 많은
고귀한 너무나도 고귀한 우리의 친구들과 형들과 부모님들과 조부모님들과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던 우리 동생들이 권력이라는 단어에 이 세상에서 지우개가 연필자국을 지우듯
지워져버린 그런 날입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광주시민혁명이 일어난지 26년이 되는
날입니다. 누구는 성공하지도 못한것을 왜 혁명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원론적으로
말한다고해도 저에겐 혁명인 것은 분명합니다. 고등학교 때 아침 수업이 시작하기 전에
방송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모든 1교시 수업은 방송수업이라고 공지가 나온뒤에
들리는 목소리는 평소에는 아무말도 하지 않으시고 묵묵히 아이들을 아껴주시던 윤리
선생님이었습니다. 그분은 그날 자기의 인생에서 가장 슬프고 가장 아픈날 자기의
방관과 잘못을 천여명이 넘는 학생들에게 전해주었습니다. 그분은 그때 13년전에 동지들과
함께 죽지 못했고 아니 그분의 말을 빌리자면 죽지 않았던 자신이 너무 비참하고 너무 부끄
럽다고 하였습니다. 피에 적신 자신의 집문을 보면서 흐르는 눈물이 자신을 변호해주지
못했다고 하셧습니다. 그분은 그분은 그리고 울음을 참지 못하시고 목소리에 울음이
뚝뚝 묻어나는 그런 말로 지금 난 그 분들에게 사죄할 용기조차 나지 않는다면서
우리들에게 이렇게 무릅꿇고 빈다고 하시면서 무릅을 꿇으셨습니다. 나중에 방송반 애들이
너무 당황해서 자신들도 무릅을 꿇었다고 했었죠. 그분은 아직도 그때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지우개에 지워져버린 연필자국처럼 이세상에서 지워져 버린 그 순수한 사람들에게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고 우리들에게 부탁하셨습니다.
그분은 그렇게 하셧습니다. 윤리선생님이시면서 윤리적이지 못했던 자기를 용서하라고....
우리는, 우리는 그때서야 처음으로 광주시민혁명이 누구는 5.18광주항쟁이라고 불리는
그 날을 정말 진심으로 알게되었습니다.
그뒤 고모에게 물어봤습니다. 정말 그때 꽝주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죽었냐면서..
고모는 하늘을 보시면서 이렇게 말하셨습니다. 그래 넌 모르겠지.. 너보다
더 어린 애들은 더욱 모르겠지. 그렇지만 손으로 하늘을 가릴수 없듯이 그 일은 그 날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제게 해주신 말들은 윤리선생님과 너무나 비슷한 어쩌면
짜고 말했다고 할정도로 비슷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오늘은 그날입니다. 오늘은 지금 우리가 이렇게 서 있을수 있도록 그리고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우리를 위해서 자신의 피를 우리 마음속에 뿌리시고 가신 날입니다..
그때 그분들을 모두 기억합시다. 29만원밖에 없는 학살자도 국민의 학살자도 모두
기억합시다.. 그리고 그분들을 기억합시다. 우리 몸에 흐르는 피는 그분들이 길바닥에
뿌린 그 피로 만들어진 것입니다. 5.18입니다. 아니 우리에게 있어서는 생명의 날입니다.
그날입니다. 모두 그날임을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카페 게시글
사람사는 이야기
[절대우울]
오늘이 벌써 그날이 있게된지 26년이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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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아.. 전율.. 좋은 글 감사합니다
어제 엠비씨 특집으로 하던것 같던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처참하게 죽었는지...
아.. 눈물나... 요.
맘이 아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