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4년 만의 상속세 수술…감세 유지하되 치밀한 세수 대책도
중앙일보
입력 2024.07.26 00:34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 세법 개정안과 관련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은 정정훈 세제실장, 오른쪽은 박금철 조세총괄정책관. 연합뉴스
최고세율 40%로, 가업상속공제는 2배인 1200억원
‘국민경제 선순환’ 논리로 ‘부자감세’ 반론 설득해야
정부가 어제 발표한 세법 개정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24년 만의 상속세율 인하와 종합부동산세 개편 보류다.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내리고 최대주주에게 붙는 20% 할증도 없앴다. 자녀공제 금액도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10배 올렸다. 물가가 1997년 이후 2배 오르고 주택 가격도 같은 기간 전국은 2.2배, 수도권은 2.8배 상승한 만큼 이로 인한 과도한 세 부담을 완화해 줄 필요는 있다.
무엇보다 밸류업을 위해 노력한 기업의 승계 과정에서 가업상속공제 한도를 현행 600억원에서 1200억원으로 2배 확대한 것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의 전향적 방향이란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가업상속공제는 연매출 5000억원 미만 중소 중견기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오너가 회사를 물려줄 때 상속 재산을 공제해 주는 제도다. 종부세 개편은 최근의 집값 상승세를 고려해 일단 뒤로 미루는 현실적 판단을 내렸다.
정부는 이번 세법 개정안에 따른 감세 규모를 4조3515억원으로 추정했다. 대부분이 상속세 개편(4조565억원)의 영향이다. 정부는 수혜자를 분석할 수 없는 3조원 이상을 제외하면 서민·중산층(6282억)이 감세 혜택을 가장 많이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야당이 주장하는 ‘부자감세’ 프레임을 극복해 국회의 동의를 구하려면 보다 적극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상속세 납부 대상 피상속인이 전체의 5% 안팎인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번 세제 개편이 ‘부자감세’를 넘어 국민경제 전체의 선순환을 가져올 수 있음을 정부는 에두르지 말고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세수 대책도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해엔 반도체 불황으로 56조원이라는 사상 최대의 세수 펑크를 기록했다. 올해도 세수 결손이 예상돼 재정적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종부세 개편을 미루고, 유류세의 근간이 되는 교통·에너지·환경세 일몰을 3년 더 연장한 것도 세수 기반을 최대한 유지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부부 합산 100만원의 결혼 세액공제와 수영장·체력단련장 신용카드 소득공제 확대는 논란의 소지가 있다. 소득 하위 40%는 면세점 이하여서 이미 소득세를 내지 않기에 세금을 깎아줘도 혜택이 없다. 이런 경우는 세금을 감면하는 조세지출보다 예산을 직접 지출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인구 고령화와 저출생으로 인한 복지 비용을 감당하려면 중장기적으론 재정 기반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세수 증가를 위해 내놓은 것은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부가가치세 세액공제 공제율 인하 등이 고작이다. 보수 정부의 감세 기조는 유지하더라도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고려해 감세에 따른 재정 보완책을 포함하는 종합적인 그랜드 비전을 내놓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