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금요일 고즈넉한 밤에 퍼뜩 낮에 울린
"링(현관에 설치된 카메라) " 생각이 났다.
전화기로 확인을 하니 오전 11:30 쯤
FedEX 직원이 물건 하나를 현관에 놓고
사진을 찍고 가는 것이 남아 있었다.
요즘 우리 동네( Nextdoor ) 사이트에는 자주
배달된 패키지를 잃어버렸다며 누군가 가져가는
사진이 올려진다.
문을 열어 보니 현관 앞에 작은 상자가 있었다.
누가 보낸 걸까 하는 반가움으로 상자를 열어보니
영어 책 한 권과 언뜻 보니 블루투스 스피커인 듯했다.
수취인 이름이 한국에서 쓰는 내 이름 그대로 영어로
쓴걸 보니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분명하다.
그런데 깨알 같은 영어 책을 보낸 것을 보면
그건 또 나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니다.
예전에도 작은 딸이 블루투스 스피커를 사 줬는데
쓰다가 얼마전에 고장이 났다.
그걸 아는 작은 딸이 다시 사주냐 해서 필요 없다고 했는데
그 애가 보낸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딸에게 엄마집에 무얼 보낸 게 있느냐고
문자로 물어보니 그런 적이 없다는 답이 왔다
내가 농담으로 선물을 보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다음 심증이 가는 큰 딸에게 또 연락을 해 보았다.
큰딸도 보내지 않았다며 정말 이상하다고 했다.
요즘 패키지 함부로 열어보면 안 된다고 하며
사진을 찍어 보내 달라고 해서 보냈다.
블루투스는 $20 좀 넘는 싼 것이고
이런 책을 엄마한테 보낸 걸 보면 엄마를 잘 아는
사람은 아닐 테고...
"누가 보냈을까?" 한다
내 생각과 같다.
월요일에 잠시 만난 사위가 아직도 누가 보냈는지
모르냐고 묻길래 그렇다고 했다.
아무리 봐도 그 책을 읽을 사람은 김서방 밖엔 없는 것 같으니
줄까 하고 물어보니 감사히 받겠다고 한다.
사위도 요즘 책을 읽는 것 같지는 않고 전화기만 들여다보는 것 같은데
말은 참 예쁘게 한다.
언제 와서 블루투스를 연결을 해 주겠다고 하길래
잘못 온 패키지 인지 모르니 두고 보자고 했다.
의아함과 궁금증이 풀리지 않아서 책과 블루투스를
박스에 온 그대로 두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작은 딸과 통화 중에 아마* 에서 패키지 온
책 제목과 값이 싼 블루투스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작은 딸이 자기가 주문한 것인데 엄마 주소로
보내졌다고 한다.
이런 이런 ~~
지난번 내 관절 영양제 주문해 주면서 전에 쓴 내 주소를
바꾸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다.
직장 동료들과 $30 정도의 비밀 선물 교환을 하는데
책과 블루투스를 주문했단다.
근데 이게 여기로 왔으니 어떻게 하냐 했더니
괜찮다 하면서 지금 통화하면서 주문했다고 한다.
하물며 걸어가면서...
작은 딸은 빠르기는 하지만 실수도 자주 하는 듯하다.
몇 년 전에 그 애 차가 우리 집으로 주소가 되어 있을 때
DMV(department of Moter Vehicles)에서
일 년에 한 번씩 내는 자동차 세금을 안 냈다고 가산된
금액 고지서가 왔었다.
내가 내줄까 했을 때 딸이 낸다고 했던 게 기억이 나는데
왜 이런 일이 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딸에 말했더니 이미 오래전에 냈다고 했다.
그 애가 그런 것을 미루거나 잊는 성격은 또 아니다.
나중에 알아본 결과 그때도 은행 어카운트 숫자를
잘못 써서 그 벌금에다 연체비까지 낸 일이 있었다.
내가 그 일을 끄집어내며 앞으로 좀 자세히 살피며
천천히 하라고 했다.
그랬더니 웃으며 "맞아 맞아 " 했다.
나는 너의 그 실수를 교훈 삼아 확인 또 확인한다고 했다.
정말 나는 그렇게 한다.
그렇게 며칠 동안의 궁금증은 풀렸다.
그런데 왠지 이 작은 허무함은 무엇일까?
나도 누군가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받고 싶어 하는가?
그 선물을 보낸 사람에 누굴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나?
하여튼 궁금증의 결말은
약간의 허무함과 속 시원함이다.
첫댓글 잠시라도 내게 보내온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즐거워 하셨다면 그걸로 된것 같습니다. 저희집서 가까운 풍납동 주택가에 본인건물인 5층 다가구주택 1층서 특수실 도매상을 30년째하고 있는 친구의 사무실을 가끔 갑니다. 불투투스를 크게 틀어놓고 일을 합니다. 30년을 클래식에 빠져 살더니 이제는 클래식의 도사가 되어 동네 풍납동 복지센타에서 시니어를 위한 클래식 특강을 한답니다. 아주 좋은 취미이자 특기라고 칭찬해주었습니다.
잘못 왔어도 제것이 되었는데 그것이 제가 별로 필요 없는것이라 ..
언덕저편 1님 주위에는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것 같습니다 .
그만큼 언덕저편 1님께서 잘 살아오셔서 그렇겠지요 .
기쁜 성탄 맞으시길 바랍니다 .
궁금증의 결말이 속 시원히
해결되었음은 참 좋은 결과이지만,
약간의 허무함도 이해되는 말씀이지요.
사람은 어떤 사람도,
함께 어울리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기 땜에
어떤 기대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요.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도
봉사한 뒤는
나에게 허뭇한 맘이 돌아오기 때문이지요.
항상 일상의 이야기를 올려주시는
아녜스님에게 감사함을 드립니다.
송구영신하옵기를....^^
저는 글감이 제 소소한 일상밖에 없으니 한계를 느낍니다 .
그래도 콩꽃님께서 잘 봐 주시니 제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되는것이지요 .
올 한해도 수필방을 위해 고생 하셨습니다 .
내년에도 그렇게 해 주실것을 부탁 드립니다 .
궁금증이 풀려서 다행입입니다.
그러나 풀린 궁금증 뒤에 오는
허무와 상실감도 잠시 느끼셨다는
글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저도 그랬을 것 같아요.
생활속에 일어나는 에피소드가
글감이 되는 아녜스님이 부럽습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이베리아님 반갑습니다 .
늘 따스하고 정성스런 댓글에 감사 드려요 .
추위에 건강 잘 지키시고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연말 보내세요.
선물은 늘 설레이게 하죠?
특히 요즘은 크리스마스와 년말 선물시즌이니까요?
나는 손자들에게 무슨 선물 보낼까? 하고
아들에게 카톡 보냈는데 아직 답이 안 오군요.
저도 손자들 선물을 준비하지 못해
딸에게 대신 마련해 달라 했어요 .
그애들은 아직 산타 할아버지를 믿으니까요 .
"전부터 뭐 사줄까 ? "물어도 "글쎄 " 그러다가
크리스마스가 코앞으로 왔네요.
코로나 이후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되면서 외국 생활도 많이 편리해지긴 했는데, 배달 온 물건이 사라진다면 그 또한 걱정이 크겠네요.
궁금증이 풀려서 좋긴한데 약간의 뭔가 개운하지 않음이 있네요. ㅎㅎ
카메라가 설치 되어 있어도 그냥 갖고 가더라고요 .
저는 아직 그런일은 안 당했지만
잃어 버리고 나면 속이 많이 상하겠지요.
책은 그럲고 불루투스로 음악이나 잘 들어야 겠어요 .ㅎㅎ
끝까지 밝혀지지 않고 글이 끝났으면
저도 엄청 궁금할 뻔 했습니다.
궁금증이 풀리면
막 가려운 곳을 긁는 것 만큼 정말 시원해요. ㅎㅎ
결국은 뻔한 일이지요 .
저한테 선물을 보내는 사람은 한정이 되어 있으니까요 .
제가 쓸한한 물건이 잘못 온것이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욕심이 생기네요 ㅎㅎㅎ
더 큰 선물이
아녜스님 앞으로 배달될 것 같습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다복하소서~~^^
저도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
가을이 오면님도 새해에 건강하시고
내년에는 수필방에서 자주 뵙길 바랍니다 .
기념이 될만한 작은 선물은
받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춤 추는거 좋아하고
한 줄 글 쓰는거 좋아 했는데
요즘은 글은 읽으나 댓글 다는거 조차
게을러지고 점점 움추리고 살고 있답니다.
어제 저녁 우리 7구역 가정 미사를
젬마 자매님댁에서 드렸는데
오븟하게 이웃간 교우관계가
따스하게 느켜지고
행복한 저녁시간 보낼수 있었네요.
새롭게 시작했던 무용 2년간
열정으로 배우고 힘들고 하였는데
발표회를 끝으로 몸도 마음도
노곤하여 이젠 푹 쉬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기진맥진이 되었으니
다시 회복 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듯 해요.
섬세하게 쓰여진 아녜스님 글에
제 마음도 적어 봅니다.
축복의 성탄 맞으시기를 기도 올립니다.
믿음 생활과 취미 생활을 잘 하고 계시니 존경 합니다 .
댓글에서 자주 못 뵈어도 가끔 이렇게 흔적을 남겨 주시는것만으로도
저는 아주 반갑습니다 .
2 주 연속 레지오 연총에다 프란치스코 재속회 행사로 분주 했는데
너무 피곤 했었는지 몸살이 나서 회복 중입니다 .
오랜만에 아파보니 건강이 소중하다는것이 새삼 느껴 지네요.
조윤정님의 가정에 평화를 빕니다 .
사진을 보고 느낀점은 멋있으십니다 .
선물은 나이와 상관이 없군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