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노래를 하면서 노래 하나를 만드는 데에 여러 의견이 섞이고 각자의 입장이 다른 것을 본다. 프로듀서는 프로듀서대로, 작곡자는 작곡가대로, 편곡자는 편곡자대로, 연주팀은 연주팀대로 다 입장이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좋은 노래를 만드는 것! 그러니 내 입장만, 내 의견만 옳다고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모든 건 상대적이지 않나? 나에게 불합리하다고 느껴지는 일도 상대의 상황과 입장을 헤아려보면 들끓던 속도 누그러진다. 하물며 친구도, 사랑도, 일도, 가족도 다 저 사느라 그랬겠지. 상처 주고 싶어서 줬던 사람이 있었을까. 자기 속도 꼬이고, 궁지에 몰리니 그랬겠지. 그런 상황이었다면 나 역시 그랬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왠지 마음이 편해져 사람에게 치여 힘들어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이랍시고 "그럴 수 있어"라고 말해주었던 것 같다. 미국 속담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다른 사람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기 전에 판단하지 마라.”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 쉽게 판단하지 말라는 뜻이다. 한쪽이 닳고 뒤축이 구겨진 그의 신발을 신고 걸어보면 그도 삶의 무게를 이렇게 버티며 걷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뭉클해진다. 지금 우리 엄마의 신발은 깨끗하다. 많이 걸어 닳은 신발이면 좋으련만. 내 인생도 여러 번 꺾이고, 뜻대로 맞아떨어진 적도 드문데 하물며 다른이라고 안 그럴까. '그러면 안 되지!'를 '그럴 수 있어!'로 바꾸면 상황은 미워해도 그 사람을 죽도록 미워하지는 않게 되더라. '걔도 오죽 여북했으면 그랬을까?' 하며 끌어안게 된다. "괜찮아. 그러라 그래. 그럴 수 있어." 양희은, 《그럴 수 있어》, 웅진지식하우스
박수의 힘
얼마 전 파리 시내에서 연극을 봤다. 일에 치여 지내던 작년 겨울, 몇 달 뒤에는 홀가분하게 관람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며 예매한 작품이었다. 문학에 조예가 깊다고 알려진 일흔의 프랑스 국민 배우가 《레 미제라블>로 유명한 작가 빅토르 위고의 삶을 들려주고 그의 글도 읽어 주는 연극이었다. 워낙 인기 있는 배우인 데다 전석 매진돼 공연 시작 전부터 객석이 설렘으로 가득했다. 막이 오르자 기대는 금세 우려로 변했다. 노련할 것이라 생각한 배우의 발성은 불안정했고, 표정도 과해 보였다. '극의 특성 때문에 일부러 저렇게 연기하는 걸까? 아니면 컨디션 문제려나….’ 생각하며 지켜보는데 다행히 발성이 점점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극이 무르익은 어느 순간, 노장의 열연에 객석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한참 이어지던 박수 소리가 멎자 그가 무대 앞쪽으로 나와 말했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오늘 컨디션이 별로였어요. 어제 공연이 기대에 못 미친 것 같아 마음이 안 좋았거든요. 용기가 필요한 순간에 박수를 보내 주시니 힘이 납니다. 제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시는 모습도 감동적이고요. 이런 응원은 참 소중하지요." 예기치 않은 노장의 솔직한 고백에 순간 코끝이 시큰해졌다. 평생 박수만 받아 왔을 것 같은 그에게도 응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니. 어쩌면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박수가 필요한 존재가 아닐까. 문득 돌아본다.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응원을 보내고 있는지를. 곽미성 | 작가
곽미성 님은 파리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에 담는다. 에세이 《다른 삶》 《외국어를 배워요. 영어는 아니고》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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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글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동트는아침 님 !
고운 멘트주셔서
감사합니다 ~
5월은 근심 걱정 없고,
사랑과 웃음만이 넘쳐나는
한 달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5월 보내세요 !
안녕 하세요..망실봉님
오늘도 좋은 글 담아 주셔서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행복한 불 금 보내세요
반갑습니다
핑크하트 님 !
공유하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
5월의 푸르름과 함께
즐겁고 여유로운
주말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