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과 아들에게 보내는 독서편지
0. 겨울나그네
전에도 이야기한 것처럼 아빠는 소설가 최인호를 좋아한단다.
이 분은 아빠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어.
이제 고인이 되셨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단다.
아빠가 읽은 그의 작품들은 대부분 역사 소설이나 후기 작품들과 에세이야.
그의 초기 작품들은 많이 접하지 못했어.
이번에 읽은 <겨울나그네>는 그의 초기 작품들 중에 하나란다.
그것도 아주 유명한 소설이야.
1984년에 동아일보에 연재되었다가 단행본으로 나온 이후, 100쇄 넘게 찍었다고 하는구나.
이 소설은 1986년 영화로도 만들어져 많은 사랑을 받았고,
1990년대에는 드라마로도 만들어졌으며,
뮤지컬로도 여러차례 만들어졌다고 하는구나.
아빠는 영화도 못봤고, 드라마도 못봤고, 물론 뮤지컬도 못봤단다.
이런 소설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어떤 이야기인지 몰랐어.
이 소설의 주제는 바로 '사랑'이란다.
아빠가 얼마전에 읽은 <시를 잊은 그대에서>에서도 이 소설을 이야기하였고,
<강신주의 다상담>이라는 책에서도 이 소설을 이야기했어.
그렇다보니, 이 책을 더욱 읽고 싶어졌었단다.
소설의 제목이 <겨울나그네>이니, 겨울에 읽으면 더 좋겠다 싶어서 이번에 읽게 된 것이란다.
아빠가 읽은 것은 2005년도 개정판이야.
머리말에 보면 지은이는 오늘날 젊은이들이 좀더 공감할 수 있게 수정하였고,
원고지 200매 정도를 삭제했다고 하는구나.
하지만, 아빠는 읽는 내내 삭제되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
시대적 배경이 1980년대 중반이다 보니,
아무래도 오늘날의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엮어진 사랑과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겨울나그네.
소설의 제목은 슈베르트의 마지막 유작 가곡집 <겨울나그네>에서 제목을 따왔다는구나.
이 겨울 나그네는 비곡적인 노래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마치 슈베르트 자신의 짧은 삶을 예견하는 듯한 작품이라구나.
그와 마찬가지로 이 소설의 결과도 비극적이라는 것을 이미 소설의 제목에서 암시하는 것 같구나.
1. 첫만남
정다혜. 여자 주인공 이름이란다.
원래 신문에 연재할 때는 다른 이었는데,
지은이 최인호가 이 소설에 애착이 많이 가서,
단행본으로 출간하면서 여자 주인공 이름을 자신의 딸 이름으로 바꾸었대.
정말 멋지구나.
아빠도 만약 소설을 쓰는 작가라면 너희들의 이름을 많이 썼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다혜.
어렸을 때부터 잔병치레를 많이 했어.
고등학교 때도 1년을 쉬었고, 대학교에 와서도 2학년을 마치고 1년을 쉬었어.
이런 허약체질로 인해 성격도 내성적으로 변했고, 소심해졌단다.
대학교 때도 친구들이 거의 없었어.
그런 대학교에 1년을 쉬고 3년으로 복학한 첫날.
운명적인 만남을 갖게 된단다.
공강 시간에 혼자 있다가 수업시간에 맞춰 강의실로 가다가 빠르게 오는 자전거와 거의 부딪칠뻔했어.
부딪칠뻔하지는 않았지만, 다혜는 넘어져서 발목을 삐었단다.
그런 아픔도 잠시. 그녀는 허둥지둥 흐트러진 자신의 물건들을 챙겨서 그 자리를 피했어.
그리고 그때 발못을 삐어서 며칠 학교를 나오지 못했단다.
김민우.
그 자전거를 타고 있던 이는 같은 학교 의대생 본과에 다니고 있던 민우였어.
민우. 그때까지 제대로된 사랑한번 하지 못한 숫기 많은 순진한 이였어.
공부만 해서 친구도 거의 없었는데,
유일한 친구로 현태라는 친구가 있었어.
현태는 대낮부터 술집에서 술을 퍼먹고 학교도 잘 안가는 그런 대학생이었단다.
그런데, 민우가 다혜를 칠 뻔했던 그 자리에서 다혜의 수첩과 손수건을 주었어.
수첩에 적힌 것으로 보아 그녀가 불문과에 다닌다는 것을 알게 되어
불문과 수업시간에 맞춰 갔지만, 그녀를 만날 수 없었지.
결국 현태의 조언대로 다혜의 수첩 속에 있는 진료권에 적혀 있는 주소지를 찾아갔단다.
그리고 수첩과 손수건을 전달해주었는데,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
그래 민우는 사랑에 빠진거야.
다혜도 민우에게 호감을 갖게 되어 그를 계속 생각하곤 했는데,
어느날 민우로부터 편지가 온거야. 한번의 망설임을 뒤로 하고 드디어 민우를 만났어.
2. 이런 사랑
첫번째 데이트.
민우는 다짜고짜 다혜를 데리고 자신의 아버지에게 데리고 갔어.
좀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이었지만, 다혜는 민우를 따라 갔지.
사실 민우와 아버지 사이는 무척 각별했단다.
민우의 아버지는 자수성가한 사업가야.
인천에 공장도 하나 있는 회장님이었지.
그런데, 민우는 민우의 아버지가 몰래 바람을 피어 낳은 사생아였단다.
민우의 엄마는 20살 어린 나이에 민우를 낳고, 다음해에 자살을 했어.
민우는 자신보다 나이가 엄청 많은 배다른 형 민섭도 있었고,
아버지의 본처를 어머니라고 불렀지만,
민우는 사랑을 받을 수 없었어.
그래서 민우가 의지할 수 있는 가족은 아버지 밖에 없었고,
아버지도 그런 민우에게 잘 해주어 민우에게 아버지는 친구보다 더 친한 사이였던거야.
그래서 다혜에 대한 이야기를 아버지에게 해주었고,
아버지는 그런 다혜를 보고 싶다고 해서 첫데이트 때 아버지에게 데리고 온거야.
....
그렇게 첫데이트를 하고 난 후 민우로부터 연락이 오지 않았어.
다혜는 살짝 애간장이 탔지.
지금이야 핸드폰으로 바로 연락하면 되었지만, 그때는 그런 것이 없었잖아.
그런데 민우가 연락이 끊긴 이유는 다름아닌 아버지가 위중했기 때문이야.
그래서 다혜는 병문안을 갈겸 병원에 가서 민우를 만났어.
...
민우의 배다른 형 민섭은 회사 사정이 어렵다면서 미국으로 도망가버렸어.
가기 전에 민우를 만났는데, 민우의 친이모의 연락처를 알고 있다면서 알려주고 갔어.
민우는 친이모를 찾아나섰지.
민우는 엄마가 고아원에서 자랐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마에게는 언니가 있었던거야.
친이모를 찾긴 했는데, 미군을 상대로 기지촌에서 술집 여주인을 하고 있었어.
그 모습에 실망을 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던 엄마의 이미지와 너무 다른 모습에 크게 절망하고 배신감을 느꼈어.
그 배신감에 술을 잔뜩 먹고 아버지 병실로 왔어.
그런데 그때 빚쟁이가 들이닥쳤고, 민우와 실랑이가 벌어져 그를 밀쳐 때리기까지 했어.
그 상황이 너무 무서워서 민우는 도망을 갔단다.
현태가 알려주어 백담사 계속 깊은 곳에 텐트를 치며 살고 있었어.
결국 아버지는 일어나지 못하고 돌아가셨어.
다혜는 민우를 걱정했어. 사랑하는 만큼 걱정도 많이 했지.
현태는 다혜에게 민우가 머무르고 있는 곳을 알려주었고, 다혜는 민우를 찾아갔단다.
그곳에서 다혜와 민우는 첫키스를 하고, 하룻밤을 같이 보냈어. 알퐁스 도데의 <별>에서처럼 순결하게....
그 이후 민우는 형무소를 찾아와 구속되었다가 집행유예로 풀려났어.
그런데 그는 더이상 의대생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어.
그는 친이모를 다시 찾아가 그동안 자신이 살아왔던 것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았어.
이모가 운영하는 술집의 지배인으로 일했어.
그곳에서 민우를 사랑하는 술집여자 제니가 있었어.
제니의 본명은 은영이었단다.
어느날 민우는 술 취한 상태에서 은영과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때는 순결하지 못했지.
이 일이 있은 후, 은영의 끈질긴 집착이 이어졌고, 민우가 외면을 하자 임신을 했다고 자살소동까지 했어.
민우는 빠져나올 수 없는 올가미에 걸렸다는 것을 알았을거야.
그리고 결국 은영과 결혼했어.
....
여기까지가 1권의 이야기란다.
민우는 왜 그렇게 자신을 학대했을까.
자신의 과거에 대한 배신이 그렇게 마음이 아팠을까.
그런 것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젊음이 아닐까 생각이 드는구나.
이십대. 유리와 같은 이십대.
그것도 순수한 마음을 가진 이십대. 젊음.
그 순수한 젊음에 절망과 같은 배신감을 견뎌내지 못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는구나.
2권도 곧 이야기해줄께.
책제목 : 겨울 나그네 1
지은이 : 최인호
펴낸곳 : 열림원
페이지 : 402 page
펴낸날 : 2005년 12월 05일
책정가 : 11,000원
읽은날 : 2015.12.24~2015.12.26
글쓴날 : 2016.01.06,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