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시절에 개신 기독교인이면서 불교와 기독교를 초월하는 '초종교운동'과 개신 기독교 안에서 '초교파운동'을 하고, 어른이 되어서 기독교 성서연구회에 참여했으며, 불자인 아내와 결혼하여 사는 분과 우연한 기회에 대화했다.
부부가 등을 맞대고 누워 아이들을 재우며 아내는 작은아이에게 자장가 삼아 '반야심경'을 외워주고, 자신은 큰아이에게 '주기도문'을 암송했다는 동화 같은 일을 들려주었다.
부부간에 종교가 다르면 갈등이 일어나고 이혼하거나 불행하고 힘들어진다. 부부의 종교가 다르면 그 자식들은 정체성의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다. 어린 날에 특정 종교의 세례를 받으면, 커서도 그 종교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종교 사회, 과학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힘들어한다. 종교적 고정관념은 가장 극복하기 힘든 것 중에 하나이다.
미국에서 복음주의 계열의 기독교가 전파되어 우리나라 개신 기독교인들은 대체로 근본주의적인 신앙을 하고 있다. 더구나 유일신 신앙을 계명으로 하는 이슬람교나 기독교는 타 종교, 특히 불교에 대하여 편견을 가지고 있고 배타적이다. 아내가 직장에서 개신 기독교로의 개종 압력으로 스트레스를 받자, 교회 출석을 멈추고 아내의 불교 신행을 뒷바라지한 이분은 그야말로 대인배이다. 헌법이 보장한 종교 자유의 인권이 가족, 학교, 군대, 직장, 사회, 국가에서 침해당하는 '종교 폭력'이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도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아래는 독서광이기도 한 이분의 불교 이해를 위해 내가 권한 몇 권의 불서들이다.
'체계불학'을 정립하고, 중론을 전공하고, 동아시아 불교학의 기초를 세운 고구려 승랑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캐낸 김성철 교수의 <중론, 논리로부터의 해탈 논리에 의한 해탈>을 읽고 비로소 반야심경의 '6不中道(空, 반야, 中觀, 禪)'를 이해하였다. 참 대단한 책이다. 이 책을 만나지 못했으면 환갑이 지나고 머리에 흰 서리가 뒤덮은 나이가 된 지금도 '반야심경'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2003년 목련꽃이 필 무렵 방한한 틱낫한 스님 경북대 대강당 법문을 들었다. 충격적이었다. 마치 부처님과 제자들이 눈앞에 나타나신 것 같았다. <틱낫한 불교 The Heart of the Buddha's Teaching>(권선아 번역), 틱낫한 스님의 책 100여 권 중에서 이 책은 금쪽같은 최고의 책이다. 연기(緣起, Interbeing) 진리와 정념(正念, Mindfulness) 수행법으로 일관하여 4성제 8정도, 2제, 3신, 3법인, 5력, 5온, 6바라밀, 7각지, 12연기 등 부처님의 핵심 가르침을 법수(法數) 순서대로 풀어내고 있다. 베트남 전쟁의 참혹한 현실 한 가운데서 탄생한 틱낫한 스님의 '참여불교(Engaged Buddhism)'의 면모를 보여준다. 참여불교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삶, 사회, 지구생태계 보호를 위해서 살아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상(無常, 諸行無常), 고(苦, 一切皆苦), 무아(諸法無我)라는 3법인(法印) 중에서 일체개고를 열반적정(涅槃寂靜)의 입장에서 해석한 상·락·아·정(常·樂·我·淨)의 기쁨으로 풀어내는 관점이나,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인과가 중복되는 윤회의 고리를 말한 12연기를 망심(妄心)에서 진여(眞如)로 전환하는 전식득지(轉識得智)의 유식학적(唯識學的) 해석은 불교에 대한 틱낫한 스님의 통찰이 넘치는 독특한 해석이다.
<살아계신 붓다, 살아계신 예수Living Buddha Living Christ>(오감남 교수 번역)는 예수를 서양의 부처로 말하고, 달라이 라마 성하처럼 서양의 기독교인들에게 구태여 불교로의 개종을 말하지도 않는 틱낫한 스님이 기독교인들에게 불교를 통하여 기독교의 참 모습을 발견하고 신앙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틱낫한 스님의 <틱낫한 명상(The Miracle of Mindfulness 正念, 마음챙김의 기적)>(이현주 목사 번역)은 베트남 전쟁 당시 전쟁으로 피폐해진 민중들의 삶을 도와주는 봉사자들이 생활 속에서 마음챙김 명상을 하여 피폐해진 마음을 치유하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봉사를 하도록 하기 위해 미국 콜롬비아대학에 머물 때 편지로 쓴 정념(마음챙김) 수행 안내서이다. 유대교, 이슬람교, 기독교인, 재소자들을 비롯하여 세계인들에게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읽힌 책이다. 내가 중국 쓰촨성 아미산(峨嵋山) 보국사(報國寺)에 갔을 때 경내의 서점에도 이 책의 중국어판이 꽂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붓다처럼(Old Path White Clouds The Life Story of the Buddha)>(서정인 번역)은 스바스티라는 주인공을 설정하여 신화적인 모습을 걷어낸 인간 붓다의 일대기를 그려낸 소설이다. 부처님의 원음이 담겨 있는 초기불교 경전 니까야는 물론이고, 고려대장경, 고려대장경을 저본으로 하는 일본의 대정신수대장경 등의 자료들을 바탕으로 집필되었다. 대학시절, 고요한 문체에 감동하며 정말 흥미롭게 읽었던 헤르만 헤세의 소설, <싯다르타>를 연상하게 하는 이 책을 직장 친목 모임에서 두타산 삼화사에 갔을 때 만난 미국인 영어교사 리가 이 책을 읽고 감동받아 불자가 되었다고 하여 처음 알았다. 틱낫한 스님이 영국에서 법문할 때 한 어린이가 '부처님은 어떤 분인가요?' 하고 질문하자 스님이 '이 책을 읽어보아라!'며 답한 책이기도 하다.
틱낫한 스님 경북대 법문 때 통역을 맡은 온화한 얼굴과 명료한 통역이 인상적이었던 미산 스님을 처음 뵈었다. <세계풍속사>를 쓴 곰브리치 교수의 아들 곰브리치 교수의 지도로 옥스포드대에서 초기불교를 연구한 미산스님의 책, <미산스님 초기경전 강의>는 초기불교의 4성제 8정도를 비롯한 핵심 교리와 수행법을 명료하고 쉽게 말해준다.
12연기 편에서 힌두교 윤회(reincarnation-환생)가 아니라 불교 윤회(rebirth 재생)를 명료하게 정리한다. 힌두교 윤회를 불교에 적용해 불교 윤회를 부정하는 사람이 심지어 스님이나 불교학자 중에도 있으나 부처님의 가르침은 근본적으로 윤회의 고통에서 해탈하는 가르침이다.
미얀마 파욱수행센터에서 수행한 일묵스님의 <이해하고 내려놓기>, <초기불교 윤회 이야기>는 생로병사의 무한한 고통인 윤회라는 '괴로움의 소멸에 이르는 길, 팔정도'를 강의하는 초기불교 수행 안내서. 업(業, karma)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우리 삶이 '안심입명(安心立命-마음이 평안하고 삶이 정립됨)'을 얻을 수가 있다.
일묵 스님은 서울대 수학과 박사과정 학생 시절 해인사 백련암 성철 스님 밑으로 출가한 서울대 학생들 중의 한 분이다. 춘천에서 제따와나 선원을 열어 수행을 지도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