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해가 지쳐 넘어질 무렵이면
읍내 장보고 돌아오신 우리아버지는
약간의 취기가 그렇게 기분이 좋으셨나 봅니다.
손에는 우리들 검정고무신 두 켤레와
약간 고돌고돌한 고등어 한 손 두 마리가
어두침침히 아버지의 손에 쥐여져 있었습니다.
밥상머리 당신은
우리를 무릎에 앉혀놓고 생선 가시 골라내시면
살코기는 우리들 밥숟가락에 항상 얹어있습니다.
먼 기억 속의 우리아버지입니다.
우리는 덥석 안겨 아버지 등에 올라타고 어깨에
매달리면서 목마도 타고 아버지는 싱글벙글
좋아하셨던 어릴 적 기억이 새롭습니다.
언제던지 순한 말이 되어 우리를 등에 태우고
이리저리 헤집고 다니면서 우리들은 큰 소리로
이랴이랴. 떼구르고 막 흔들었습니다.
그 후 몇 십 년이 흘렀을까.
우리는 고향을 버린 채 도시에서 도시로 떠나
흙을 잃고 살았습니다.
이젠 추억도 기억 속에 잠잠히 멀리 있습니다.
저는 이제야 고향에 찾아가 아버지 사랑의
성적표를 보았습니다.
점수가 없었습니다.
고향집 그 자리엔 오늘도 누구를 기다리시는지
아버지의 가쁜 숨소리만 들리는 듯
인자왔냐. 한 마디 정말 내가 보고싶어
꾸지시는지. 아버지의 쉰 목소리는 빈 방 가득
채우고 빛바랜 흑백 사진속에는 아버지의
가는음성이 제이름을 자꾸 부르고 계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