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만남이 동지 팥죽을 먹는다는 명목하에 다음날까지 이어졌습니다. 학골에 입주하신 6기 회장님댁에서 '팥소' 모임을 가졌는데요. 매실주, 오미자주에 이어 하영택 선생님표 '석탄주'까지 모두 바닥을 보고서야 아쉽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술을 마시는 중에 '의미있는 일'을 하자에 의견이 모아져, 일테면 이런 거지요.
아직도 도로에 쌓인 눈을 치우자는 의견에 눈싸움을 하기로 했는데, 편을 나누는데만 수분이 소요되어 포기를 했습니다.
다음 의견으로는 장수에 최초로 출판사를 차린 분 파전 솜씨가 종로빈대떡 본점 주방장보다 좋다하기에 그 솜씨를 발휘할 기회를 주고자 했으나, 오징어를 넣자, 새우살을 넣자, 아니다, 홍합살이다, 굴이다. 의견이 분분하여 역시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을 옆을 흐르는 또랑을 청소하자는 의견이 있었는데요. 비교적 의견일치를 보아 집주인인 6기 왕순실님은 노란색 양동이를 양손에 들고 나가는 열정을 보였으나, 신발 사이즈가 무려 285인 거구의 사나이가 눈덮힌 배수로에 허리까지 빠져 깨구락지가 되는 바람에 그역시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하여 이 모임이 다음날까지 이어집니다요.
월요일 세쌍의 부부는 삼고리 마을회관에서 만나 쌓인 눈으로하여 더이상 차로는 갈 수 없는 길을 무려 20여분을 걸어 긴물찻집을 갑니다.
조금 추워도, 조금 미끄러워도, 막걸리를 진 배낭이 조금 무거워도. 뭐 즐거웠습니다.
난데없이 웬 망초꽃이냐 하겠지만, 그날의 점심이 바로 저 망초대를 말려놨다가 한 나물밥이었습니다.
나물밥에 청국장과 무우 생채를 넣고 슥슥 비벼서 먹은 점심은 고욤잎차 만큼 맛있었습니다.
지난 여름에 더위를 피해 마루밑에서 한가롭게 낮잠을 즐기던 똥개놈은 새끼를 다섯마리나 낳았더라구요. 짧은 겨울 햇볕을 즐기고있는 강아지들이 너무 귀여웠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차를 몇 가지 사가지고 왔는데, 생강나무 작설차를 내려먹어보니 노란 생강나무 꽃내음이 입안에서 향기로웠습니다. 돌아오는 새봄에는 노란 꽃잎을 따 말려서 차로 만드는 일에 한 번 도전해 볼까 합니다.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언제나 그 헤어짐이 아쉬워 발걸음이 자꾸 더뎌집니다. 여러날 같이 시간을 보낸 6기 분들과,
서재를 짓느라고 바쁜 중에도 시간을 내주신 유성국님, 그리고 맛있는 차와 점심을 내어준 사모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또한 팥소 모임에서 즐거움을 함께 나눠준 하영택님께도 감사인사 드립니다.
첫댓글 고생 많이 하셨슈...
해피 크리스마스를 잘 즐기고 계신지요? 한해동안 수고많으셨습니다. 덕분에 카페가 풍성했습니다.
만나서 반가왔어요...
총회 뒤끝에 부록이 더 맛깔스러웠네요...(물론 이칼슈님 글솜씨도..)...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