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2
바위가 많은 산이어서 그런지 유난스레 뱀이 많다.
젊은 어미는 밭두렁에 포대기를 깔고 어린것을 앉혀놓고
당신은 저 위로 올라가 산나물을 뜯으며
이따금 눈을 들어 아이를 살펴보았더란다.
문득 자지러지는 울음소리에 놀라 보니
큰 구렁이가 아기를 향해 입을 벌리고
혀를 낼름거리더란다.
내가 극도로 뱀을 싫어하는 것은
아기 적 그 경험이 무의식에 박혀서일까,
그런데 지금은 식구처럼 보아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심지어는 방에까지 들어와 같이 살잔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경계는 있는 법인데
그렇게 혼쭐을 내어도 막무가내로 기어드는 놈.
그러기를 몇 해,
묘한 일이 생겼다.
저것이 은근히 싫지만은 않게 된 것이다,
뱀이 가진 그 문양 때문이다.
그 아름다움에 반해 본 적이 있는가?
로드킬을 당한 뱀을 만나면
넋을 놓고 그것의 아름다운 문양을 바라본다.
그 예쁜 것 때문에 끝까지 미워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세상살이가 그런 것이겟지.
혹해서 미움이 사랑이 되고
혹해서 그 사랑을 배신하기도 하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베일에 쌓여 돌아가는 꼴이
저것과의 애증 사이에 감기고 풀린다.
밉다는 말에는 곱다는 뜻도 들어 있다네.
어찌할 것인가?
꿩
둘 다 깜짝놀라 소스라쳤다.
장끼의 목을 물어뜯고 막 먹기 시작하려던 참에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에 놀라
먹이도 팽개친 채 달아나는 송골매도 그랬지만
놀라기는 사람도 마찬가지여서
우리는 서로 삿대질을 했다.
닭 대신 꿩이라고, 거저 얻은 꿩으로 만두를 빚고
꿩볶음탕도 해 먹었다.
꿩이 귀하던 시절의 기억이다.
수효가 늘어나 애물단지가 된 꿩은
농사꾼에겐 미움을 넘어서 원수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흔한 꿩을 이 산에서는 볼 수가 없다.
작년 한 해 꿩 소리가 자주 나고
깃털도 많이 주워서 방을 장식하기도 했는데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마도 이 산에서는 살 수 없다고
생존 불가 판정을 내린 것 같다.
농사도 짓지 않는 곳,
부엉이 개체수가 많아져 겁이 났거나
뱀을 노리는 매들의 성화가 볼썽사나웠을까?
그래도 너의 목청 좋은 소리가 그리운 사람에게
허스키한 그 소리 좀 들려주면 안되겠니?
나는 너의 위로를 받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