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자알~ 보내고 계시나요?
벌써 다녀 오신 분들도 계실테고, 이제 막 가방을 꾸리실 계획으로 맘 설레이시는 분들도 계실테지요.. (휴가 또 가고 시포요~)
이번 여름 휴가를 생각하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휴가 기간동안 겪은 많은 잼있는 일들을 생각하면, 두고 두고 든든한 힘이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여행의 참 맛을 조금 맛보았다고나 할까요~
이번 휴가를 떠올리면, 지리산 일출, 비 산행, 비상구 술 자리, 아침 만찬, 염소고기, 물 장구, 트럭 밴, 다리 위 취침 등등이 떠오릅니다.. (키워드가 좀 난해하죠?^^;)
찜질방에 보니 그때 만난 유쾌한 동행분 중에 한 분 이신 녹두님께서 글을 쓰셨네요.. 녹두님, 넘 반가운거 있쬬~ (사실은 이렇게 불러보고 싶었어요, 항자 언니이~ 넘 방가, 방가~ㅋ)
다른 희망지기분들께서도 어떤 휴가를 보내셨는지.. 넘 궁금해요~
다녀오신 휴가 얘기를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감히, 여름 휴가 후기가 쭈욱~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봅니다아~ ^__________^
아, 지리산....!
8.1일 남원-벽무동-장터목 산장
산에는 정기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기분 좋고, 신날 수 없다.
산행의 고단함과 퍽퍽함은 잠깐이다.
시원한 바람이 고단함을 날려주고, 굽이치는 산능성과 푸르름이 퍽퍽함을 잊게 해준다.
그리고, 지리산이라는 묘한 신비와 설레임은 신명나기에 충분하다.
지리산 산행의 첫날 밤 숙식지, 장터목
백무동 계곡에서 장터목 산장까지 1:30분에 출발하여 6:30분까지 꼬박 5시간을 걸었다. 백무동 코스는 지리산의 주봉인 천왕봉에 가장 가까운 곳으로 아주 가파르다. 나중에 우리끼리 한 얘기지만, 첫날이라 가능했을 코스~ㅋㅋ
드뎌 장터목에 도착~, 감동이었다.
장터목은 물이 매우 귀하다. 생수 한통으로 밥을 하고, 찌게를 하고, 물론 세수는 못했음이다..
낼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하여 4:00시에 산장 앞에서 보기로 했다..
가능할까? ^^
8.2일 천왕봉-세석 산장-벽소령 산장
새벽 3:30
산장에서의 아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빠르다.
벌써 사람들의 채비가 분주하다. 옆의 코고는 사람과 사람들이 뿜어내는 후끈한 열기로 잠을 설쳤는데도, 가뿐히 일어나 진다.. 거참, 신기하지..
새벽 4:00
일출 시간이 5:20이란다. 서둘러야 했다. 휘영청 밝은 달이 산을 비추어 주었다. 사람들의 줄을 따라 따라 천왕봉에 오르기 시작했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지리산에 10번 등정한 사람도 한두번 볼까 하는 천왕봉 일출을 우리가 볼 수 있을까..
쉼도 없이 오른 천왕봉..
등줄기를 흘러 내렸던 땀이 식으면서 오싹함을 느끼며 일출을 기다렸다.
우와~~~~ 일출이다!
나올 듯, 말듯한 해를 기다리며 맘을 꽤나 졸였다..
해와 구름의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보면서
나는 '해'의 편에 붙어 나도 모르게 힘을 꽉 주었다.. ^^
자연은 그 자체로 감동이다..
씨뻘건 혓바닥같은 기운이 해를 만들어 낸다..
우리는 현상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삶의 가치를 생산하기도 한다..
그러한 노력도 소중하고, 있는 그 자체를 느끼고 즐기는 것도 소중하다..
천왕봉 일출을 보면서,
그 많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천왕봉 같은 사람들..
잔 생각이나 가식없고, 넘쳐나는 힘을 나누며, 꾸밈없는 순수함을 지니고, 그득한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천왕봉이 그들을 닮았다.
세석에서 벽소령 오는 길에 비를 만났다. 그것도 쏟아지는 장대비..
쏟아지는 빗 속에서 무지하게 걸었다.
산 중의 비는 시원하기도 하지만, 무섭기 때문이다.
날이 금방 어두워질 수 있고, 낙석 등 생각지도 못한 위험이 있고, 맘이 급해지기 때문이다.
쉼없이 걸어온 벽소령 산장에는 사람들이 만원이었다.
쏟아지는 비는 사람들의 발길을 묶었다.
수용인원이 한정되어 있는 산장과 넘쳐나는 사람들로 산장의 자리 배정은 몇시간이 걸렸다.
20-30대의 남자들은 다 밖에서 자야했고, 여자들도 산장 구석 구석에서 자야했다.
비좁은 계단의 비상구에 다른 일행과 배정을 받았다. 이런...
뜻밖의 즐거움...
여자 여섯이서 렌턴을 켜고 술판을 벌였다. 라면을 깨고, 참치 캔을 따고, 멸치를 고추장에 박으면서, 소주를 아껴 먹으며,
자꾸만 높아지는 소리와 끊이지 않는 웃음을 죽여가며 렌텐을 부여 잡았다.
또한 각자 일행에 딸려온 머슴 셋을 지하에 은신시키면서, 뿌듯해했다.
33살 먹은 동갑내기 언니 둘과 그 머슴, 24살 동갑내기 동생 둘과 그 머슴, 그리고 우리 자매와 그 머슴.. ^^;;
8.3일 벽소령 - 의신
원래 우리의 일정은 벽소령을 거쳐 연하천 산장에서 이박을 하고, 뱀사골로 가서 내려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어제의 비때문에 벽소령에서 이박을 하고 나서는 일정을 수정하기로 했다.
어제의 비로 강행한 산행은 계단을 오르내릴 때마다 숨을 멈추게 했고, ^^
지리산 일출을 본 여유로움과 비 산행을 거뜬히 이겨낸 자랑스러움은 우리에게 넉넉함을 주었다. 그래서 벽소령에서 내려가기로 했다.
아주 유쾌한 일행이 생겼다.
어제 그 소주의 아껴 먹으며 같이 동침했던 33살 동갑내기 언니들과 그 머슴과 함께 하산하기로 했다. 정말로 다시 여행을 같이 가고 싶은 동행이다..
(지금쯤 어디서 무엇을 하고 계실라나요~ 곧 여기서 모두 뵙겠죠~ ^^)
벽소령에서 내려가는 길은 아주 이쁘다..
맑은 계곡이 있고, 휴양림 같은 좋은 길이 있고, 동네 뒷산 같은 아담함이 있고..
맑은 계곡에서 간만에 얼굴을 씻고, 소금으로 이를 닦았다. 뽀드득~ 글고, 아유~ 짜~
내려가는 길은 지리산 산행만큼 유쾌했다.
삼정에서, 휴가 오신 분들의 손짓에 이끌려 염소 고기에 맥주를 4캔씩이나 대접 받았고,
계곡에서, 휴가 오신 분들의 손짓에 이끌려 차림 그대로 계곡의 시원한 물에 풍덩, 풍덩, 아이들의 쥬브를 얻어 탔다.
정말 세상사는 인심이란... ^^
시골의 차 시간은 드문 드문이다.
하계로 내려온 시간이 3:00 조금 안됐다. 차 시간까지는 3시간 가량 남았다.. 휴우..
택시는 일행이 넘쳐 곤란했고, 혹시나 해서 밴영업을 하시는 분이 안계시나하고 물었다. 기다리리라 했다.
밴이 왔다.. 시골의 밴.. 트럭.. ^^;
밴을 타고 구례까지 왔다. 구례까지 오는 그 길도 역시나~ ^^
집으로 가는 기차는 밤 11:34분..
남원에 도착해서 우선 목욕탕에 갔다. 지리산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도시에 나오고 나니 몸이 근질거렸다.. 참 이상도 하지.. ^^
시원한 목욕을 하고, 맛있는 버섯 불고기로 저녁을 하고, 시간이 꽤 남았다..
역 근처에서 만화를 때리기로 하고 남원역에 갔는데,
이론, 만화방이고, 비됴방이고, 우리 생각으론 있을 게 없다.
그래서 광한루에 갔다..
광한루에 무지개 다리가 있는데.. 바람이 아주 일품이다..
그래서 다리에 벌러덩~누워 달콤한 잠을 잤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수많은 시선을 무시하고..ㅋㅋ
이제 남원역..
즉, 이제 휴가가 끝났다는 말이다..
모두, 모두, 즐거운 휴가 보내시구요~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첫댓글 ㅋㅋㅋ 혹시나 하고 들어와 봤어요. 지리산 산행 일대기가 그대로 전해지네요... 넘 방가워요~~~^^ 아직도 눈앞에 그 풍광이 그려지는것 같아요. 에~~~~휴 어쩌나... 휴가 후유증을...^^;;
광한루 낮잠 마무리 하셨군요...등이 따끈하셨겠네요^^
경출이형 지리산에 왔었군요..난3일에 들어갔었는데..^^ 백무동, 삼정다 함양이죠..전 읍에 살구요..전 산에 가는것보다 물놀이가 좋아요..ㅋㅋ
ㅎㅎㅎ재미있었겠당!!!나두 전남지방에 갔다가 시골 들러서 어제 올라왔는데...버스타고 오는 줄 알았으면 같이 와도 괜찮았을텐데...
올해내로 시간되면 나도 지리산 태극종주나 한번 해야겠당.... 넘넘 부럽습니다.
와우~~ 부럽당~~
하하하....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