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눈물, 감동, 위로, 안심……
짜릿하고 달콤 쌉싸래한 오쿠다 월드로의 귀환.
『공중그네』의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선보이는 ‘가족소설’ 제2탄. 전작 『오 해피데이』가 시바타 렌자부로(柴田鍊三郞) 상을 받는 등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데 이어 내놓은 후속작이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평범한 가정에서 벌어지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대소사(大小事)를 특유의 위트와 섬세한 필치로 그려 냈다.
『무리』『악의』『쥰페이, 다시 생각해!』 등의 작품에서 하류 사회의 어둡고 비정한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던 오쿠다 히데오지만, 역시 그의 주특기는 『공중그네』 류의 반짝반짝 빛나는 유머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그의 유머에는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부조리한 인간 세계의 슬픔이 도사리고 있으며, 그 거역할 수 없는 슬픈 현실을 용기와 사랑으로 돌파해 나가는, 그래서 끝내는 격한 공감의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빙그레 웃음 짓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를 ‘인간 드라마의 명수’라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 집 문제』 역시 신혼 생활의 문턱 넘기, 샐러리맨의 애환, 부모의 이혼을 눈치 챈 사춘기 딸의 고민, 도시에 사는 신혼부부의 명절 귀성 전쟁, 전업주부의 정체성 찾기 등 소시민 누구나가 겪을 만한 갖가지 가정사를 따뜻하면서도 해학에 넘치는 시선으로 다루었다.
베스트셀러 『오 해피 데이』 그다음 이야기!
〈달콤한 생활?〉은 32세 남편이 주인공. 29세 아내와 두 달 전 결혼한 그는 신혼 생활이 답답하다. 매사에 완벽한 천사표 아내지만 그런 점이 오히려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오랜 독신생활 탓인가 자책도 해보지만 해결책은 없다. 야근을 핑계 대고 마작을 하거나, 퇴근길에 집 근처 커피숍에 들렀다 느지막이 귀가하는 일이 잦아진다. 한마디로 위기의 신혼이다.
〈허즈번드〉에서는 남편 회사의 소프트볼 시합에 응원하러 간 아내가 주인공. 남편이 회사 사람들에게 찬밥 신세라는 비밀을 알게 된다. 임신한 아내는 남편이 정리해고를 당하게 되지나 않을까 고민하는 한편 갖은 수모를 참고 회사를 다니는 남편에 대한 연민에 휩싸인다.
〈에리의 에이프릴〉에서 고3인 딸은 어느 날 부모의 이혼이 임박했음을 눈치 챈다. 부모가 이혼하면 자신은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며 온갖 공상에 젖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동안 불화 사실을 자식들에게 숨겨 온 부모를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 동시에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먹는 것만 밝히는 동생이 야속하기만 하다. 주인공은 고민 끝에 학교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는데, 의외로 주위에 이혼 가정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라게 된다.
〈남편과 UFO〉편에는 결혼 17년 차의 전업주부가 등장한다. 남편이 어느 날 UFO와 교신했다고 말한다. 황당했던 아내는 남편이 격무 탓에 정신적 위기에 빠졌을 거라고 짐작한다. 아니나 다를까 남편이 직장에서 곤란에 처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귀성〉은 결혼 후 처음으로 명절을 맞아 귀성하는 부부의 스토리다. 각각 삿포로와 나고야가 고향인 남편과 아내는 첫 명절 연휴를 맞아 해외여행을 꿈꾸지만, 현실은 처가와 시댁을 둘 다 방문할 수밖에 없는 처지. 두 도시 사이의 거리만큼이나 성격과 가풍도 다른 두 집을 차례대로 방문하면서 서로 상대편 집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맛깔나게 엮었다. 상대방을 배려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은 있지만, 그럼에도 두 가정 사이에는 여전히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는 걸 발견한다. 어쩌면 한국과 그리 똑같을 수 있는지, 진한 공감이 느껴진다.
마지막 〈아내와 마라톤〉은 소설가 남편과 전업주부 아내의 이야기. 남편은 유명 문학상을 수상한, 이른바 잘나가는 인기 작가다. 반면 아내는 남편이 잘 나갈수록 소외감이 깊어 간다. 게다가 거금을 주식투자에 날리는 바람에 더욱 주눅이 들어 있는 상태. 친하게 지내던 동네 사람들도 남편이 유명세를 타면서 하나둘 멀어져 간다. 고심 끝에 아내가 선택한 것은 달리기. 나를 찾기 위한 몸부림이다. 작가 오쿠다 히데오 자신과 그 가족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전편 『오 해피데이』에 수록된 〈아내와 현미밥〉 편과 등장인물이 같다.
반짝반짝 빛나는 유머에 미소 짓고, 슬픈 현실에 대한 격한 공감에 눈물짓게 만드는, 나와 내 이웃의 가족 드라마.
가족을 공통 소재로 했지만, 무늬와 색채가 서로 다른 여섯 개의 단편을 퍼즐처럼 맞추면 일본인 가정의 전체상이 떠오른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어쩌면 우리와 이렇게 똑같을까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 각 편에 한국의 어느 가정을 그대로 대입해도 무리가 없을 정도. 언어와 문화는 달라도 “사람 사는 것은 다 거기서 거기”라는 통찰 아닌 통찰도 생긴다. 거기에 오쿠다 히데오 특유의 맛깔스런 문장과 섬세한 감성이 더해져 독자들에게 따스한 감동과 위로를 건넨다. 일본인의 혼네(참모습)를 들여다보기 위해 꼭 추천하고 싶은 필독서다.
“삶에 지친 사람들에게 ‘치유’를, 인생을 살아 가는 모든 사람에게 ‘성원’을 보내는 웃음과 감동의 블랙 코미디!”
- 일본 아마존 독자 서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