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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회 버스가 청주의 유명한 플라타나스 가로수 길에 접어든다. 버즘나무 라고도 하고 꿀밤나무 라고도 했던 커다란 플라타나스.. 가로수 사이로 가을은 깊어가고 있다. 청주에도 아련한 추억이 있었다. 밤늦게 고속버스와 열차를 타고 오가며 젊음의 열병을 앓았던 시절.. 이제는 박제된 그림처럼 나의 뇌리와 가슴 깊은 곳에 묻어 둔.. 추억이 있는 도시이다. 무심천과 벚꽃이 만개했던 상당산성, 속리산 그리고 시장통의 올갱이 해장국.. 버스는 화양계곡을 지나고 있다. 피식하고 미소를 짓게 했던..꼭 10년 전의 여름날의 기억도 있네. 인파로 북적이던 계곡의 물줄기는 明鏡之水처럼 투명하다. 사람들도 뜨거운 열정을 보내고 저렇게 맑은 물처럼 고요히 흐르고 있을까? 속리산은 작년 겨울에 축복처럼 상고대와 눈꽃을 만나고 나서 꼭 1년만의 해후이다. 장암리 화북분소에 도착하기 전.. 마을의 감나무에는 잎사귀를 떨군 노오란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문장대까지의 3.2km의 구간에도 단풍은 마른잎이 되어 있고 겨자색과 연한 갈색의 단풍들이 황량한 중에 色感을 찍어준다. 단풍은 이미 아랫녘으로 소리 없이 南下했다. 문득 俗離山의 뜻을 생각하며 入山을 생각하고 있는 후배를 떠올린다. 우연찮게 버스에는 단아한 얼굴의 女僧도 동행했다. ‘ 비구니 ? 아니면 대처승의 처자 ? ’ 상상의 나래를 펴 본다. J ! 누구나 상처 없고 아픔 없는 사람이 있겠냐? 사람들 속에서 기뻐하며 즐거워하는 너의 모습 속에 풀어야 할 어떤 話頭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俗에 살아도 聖스럽고 정결한 신앙을 지닌 사람이 있고, 또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 않냐. 세상 속에서 문제의 본질을 극복하고 뛰어 넘어갈 순 없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너 자신의 마음이겠지. 바램이 있다면 입산이 너의 求道를 위한 출발이라면 좋겠지만, 너의 마음의 상처를 덮기 위한 종착역이 아니기를 바란다. 문장대에는 청주에서 공군사관생도들이 단체로 등산을 왔다 요즘도 군대에 전투체력의 날이 있는가? 생도들과 교수들이 함께 팀을 이뤄서 올라온다. 우리나라를 이끌고 지켜 줄 젊은이들답게 모두들 건강하고 잘 생겼다. 신선대 - 입석대 -비로봉 -천황봉에 이를 때 까지 등산로에는 나무들은 裸木이 되어 있고 등산로 주변에는 山竹들이 가득하다. 그중에는 등산객들 키만큼이나 큰 산죽들도 있다. 고양이털보다도 보드라운 가을빛이 낙엽을 떨군 나뭇가지에 내려 앉는다. 바람마저 불지 않아서 따사롭고 눈이 부시다. 오후 2시경에 천황봉( 1057m )에 도착. 우리나라 산에는 같은 이름의 山과 봉우리가 많은 것 같다. 정상 표지석 주변에는 하루살이인지 뭔지 엄청 달려든다. 이놈들도 사람들이 무척이나 그리웠건 걸까. J 야! 사람 좋아하는 너는 사람들이 그리워서 괜찮겠냐? 수건으로 손사래 치며 쫒아도 이놈들은 막무가내이다. 입에도 몇 마리 들어간듯....( 生食은 별로인데..)ㅎㅎ
하늘 향해 뾰족한 손길을 뻗친 나무들의 모양새가 기도하는 손길 같다는 느낌을 준다. 조용히 落下하는 낙엽을 보면서~ 걸을 때 마다 바스락거리는 조릿대를 스치면서~ 밝음과 적당한 어둠이 함께 하는 숲이 아름답다. 낙엽을 태우는 냄새는 아니지만.. 山香이 느껴진다. 상환암을 지나 비로대피소에 이른다. 목욕소 근처의 계곡에는 낙엽이 떠 내려와 물길을 방해하곤 한다. 이곳에 오자 큰 길이 나오고, 사람들이 많아진다. 법주사에 이르자 등산객과 관광객 그리고 신도들이 합해진다. 오랜 역사를 지닌 大刹임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커다란 규모의 불상과 엄청 높은 당간지주... 퇴색한 단청과 두 눈을 부릅 뜬 금강역사... 쌍사자 석등과 오래된 전나무 2그루...
이번 속리산행은 離俗을 생각하는 후배를 향한 마음이 가득한 산행이었다. 일주문을 지나 나오면서 생각한다. 그가 가고자 하는 잿빛 피안 이나 천국과 지옥도 모두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것.! 모쪼록 후배가 俗世에서 사랑하며 행복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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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쾌한 선률이 ~~~~ 마음에 가볍게 다가오네요.... 삶의 형식은 참으로 다양한듯싶지요?
아!~ 대학 2학년때 친구 2명이랑 불현듯 떠나 올랐던 문장대!~~~ 그이후로 한번도 가본 적이 없네요. 속리산 법주사만 몇번씩 가 보았지요. 그리운 그시절을 새삼 스레 생각케 하는 군요, 저~ 문장대가~~~~~
아 속리산 다녀오셨군요.. 저도 지난주에 산행은 아니지만 오리숲을 거닐어보려 법주사를 들렀었는데... 가을빛 가득한 숲길이 어찌나 좋던지요... 조치원에서 청주를 잇는 그 길은 사계절 멋진 풍경을 자랑하는데 저도 그길을 지났답니다.. 학교를 청주에서 나와서 유난히 기억에 남는 곳중에 하나지요...^^
문장대 올라 본지 아득하네요. 작년 여름 법주사를 다시 찾았는데 남편은 중학교 수학여행 때 와본 후 처음이라면서 너무 웅장해져 버린 법주사를 영 낯설어하더군요. 가을은 어디든 아름답고 황홀합니다.
俗離....................그게 쉽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