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리스 카메라가 광학 시장을 장악하면서, 2000년 이후 20여년간 이어진 DSLR 카메라 시대가 저물고 있다. 전성기보다 신제품 개수도, 본체와 교환식 렌즈 판매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제 DSLR 카메라는 초·중·고급 제품군별 대표 기기만 살아남는 모양새다.
DSLR 카메라 시장 전성기를 이끈 보급형 DSLR 카메라, 대표 기기를 꼽으라면 캐논 EOS 시리즈를 들어야 한다. 특히 캐논 EOS 100D·200D는 여성 및 초보 사용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은 베스트셀러 DSLR 카메라로 자리 잡았다.
◇여전히 작고 가벼워…회전형 모니터 탑재하고도 생수 한병 무게
캐논 EOS 200D II의 본체 크기는 122.4 x 92.6 x 69.8㎜, 무게는 본체 402g이다. 생수병보다 가볍고 주먹 두개보다 작던 전작 EOS 200D와 유사하다. 캐논 EF-S와 EF 마운트 교환식 렌즈를 장착할 수 있다.
본체 윗면 조작계는 단촐하다. 전원 레버는 영상 모드 다이얼 역할을 겸한다. 커맨드 다이얼 아래로 감도와 화면 설정 버튼이 배치된다. 모드 다이얼에는 전통 촬영 모드인 P/A/S/M 외에 장면 모드, 인텔리전트 오토와 크리에이티브 필터(사진 보정) 등이 배치된다. 플래시 핫 슈 접점이 삭제돼 호환 플래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점은 다소 아쉬우면서도 의아하게 느껴진다.
본체 뒷면에는 3인치 104만 화소 회전형 터치 모니터를 기준으로 왼쪽 외에 메뉴 버튼과 정보 버튼, 0.87배율 광학식 뷰 파인더와 라이브 뷰 버튼 등이 배치된다.
엄지가 닿는 부분에는 초점 영역 조절 버튼과 노출고정 버튼이, 그 아래로 노출보정 버튼과 퀵 설정 및 십자 버튼이 나열된다. 조작계 아이콘을 보면 기능과 역할을 쉬이 짐작할 수 있다.
캐논 EOS 200D II의 회전형 모니터를 사용하면 머리 위 혹은 무릎 아래 높이 하이/로우앵글 라이브 뷰 촬영을 손쉽게 할 수 있다. 라이브 뷰뿐 아니라 터치한 곳에 부드럽고 신속하게 초점을 잡는 듀얼 픽셀 CMOS 자동초점 기능까지 지원한다. 스마트폰을 다루듯 쉽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을 수 있다.
캐논 EOS 200D II는 저장 매체로 SD·SDHC·SDXC 메모리를 사용한다. 전원은 LP-E17 리튬이온 배터리로, 충전 후 사진을 CIPA 기준 1070장(뷰 파인더) 혹은 320장(라이브 뷰) 찍을 수 있다. 전 모델 EOS 200D보다 배터리 효율이 10~50% 향상됐다.
◇ 사진 촬영 기본기 우수, 초보자 위한 편의 기능 다수 탑재
캐논 EOS 200D II에 탑재된 APS-C 타입 2420만 화소 이미지 센서는 업계에서 보편적 사양이 됐다. 디직8 이미지 처리 엔진과의 궁합은 여전히 인상적이고 발색은 포근한 느낌을 준다. 픽처 스타일로 사진의 색 농도, 선명도 등을 취향대로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캐논 EOS 200D II의 최고 감도는 ISO 51200으로 전 모델 EOS 200D보다 1단 늘었다. 고감도 노이즈 억제 능력이 우수해 ISO 6400 및 12800에서도 양호한 화질을 나타낸다. 고감도 외에 사진의 밝은 부분 묘사력을 높이는 자동 밝기 최적화 기능도 주목할 만하다. 이 기능은 사진 일부분이 너무 밝거나 어둡게 나오는 것을 완화해주므로 항상 켜 두는 것이 좋다.
크리에이티브 필터를 사용하면 사진에 각종 효과를 넣을 수 있다. 인상이 강한 흑백 사진, 옛 사진이나 포스터를 연상케 하는 빛 바랜 사진,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흐린 사진과 수채화 효과 등 7가지(거친 흑백·소프트 포커스·어안렌즈 효과·유화 효과·수채화 효과·토이 카메라 효과·미니어처 효과)효과를 탑재했다.
모니터를 터치해 초점을 잡는 듀얼 픽셀 CMOS 자동 초점과, 자유롭게 돌릴 수 있는 회전형 모니터는 서로 잘 맞는다. 사진을 찍을 때 발돋움하거나 엎드릴 필요 없이 캐논 EOS 200D II 본체만 위아래로 움직이면 된다.
초점 정확도와 속도도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 초점 포인트를 매우 작게 설정하는 스팟 AF를 사용하면 물방울, 곤충의 눈 등 매우 작은 피사체를 찍을 수 있다. 인물 눈동자에 초점을 잡는 눈동자 AF도 기억해두면 좋다.
사용자에게 사진 찍는 방법을 알려주고 사진 효과를 미리 보여주는 크리에이티브 어시스트, 촬영 환경에 따라 자동으로 설정을 조절해주는 인텔리전트 오토 기능도 요긴하다. 모든 메뉴는 한글로 제공된다.
4K UHD 24p 영상 촬영 기능이 추가된 점도 반갑다. 일상 및 여행지의 순간을 3840 x 2160 고해상도 영상으로 담을 수 있다. 영상 촬영 시에도 듀얼 픽셀 CMOS 자동 초점이 동작한다. 단, 4K UHD 영상 촬영 시에는 사진 영역 일부만 사용하므로 초점 거리가 길어진다. 풍경 촬영 시 불리해지고 인물이나 준망원 촬영 시 유리해진다.
◇ DSLR 카메라의 직관성, 미러리스 카메라의 경쾌함 품어
캐논 EOS 200D II는 작고 가볍다. DSLR 카메라의 손맛과 화질은 유지하면서 회전형 모니터, 촬영 가이드 등 일반 소비자를 위한 촬영 편의 기능까지 품었다. 2410만 고화소 사진, 4K UHD 고해상도 영상을 터치 조작으로 즐길 수 있다는 즐거움은 크다. 수십종에 달하는 캐논 EF 및 EF-S 렌즈군도 EOS 200D II에 힘을 더한다.
작고 가볍다고는 해도, 캐논 EOS 200D II는 동급 EOS M 시리즈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부피가 크고 가격도 비싸다. 이 제품의 사용자층인 초보 혹은 여성 사용자라면, 비슷한 가격에 DSLR 카메라보다 미러리스 카메라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캐논 EOS 200D II에는 이를 뒤집을 ‘결정적인 장점’이 없다.
디지털 카메라 시대로 접어들었지만, 감성과 디자인을 앞세운 필름 카메라는 독자 영역을 구축했다. 마찬가지로 미러리스 카메라 시대로 접어든 지금이지만, 풍부한 렌즈군과 조작계라는 장점을 가진 DSLR 카메라는 영역을 유지할 것이다. 이 제품은 DSLR 카메라를 사려는, 그 중 간편하고 경쾌한 보급형 제품을 선택하려는 소비자에게 알맞다.